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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열린다… 돈벼락이 쏟아진다

한부울 2009. 1. 12. 22:08
 

우주가 열린다… 돈벼락이 쏟아진다

[조선일보] 2009년 01월 07일(수) 오후 09:52

 

 

2009년, 대한민국이 우주로 나간다. 올 상반기 국내 최초의 위성 발사체 KSLV 1호가 나로우주센터에서 과학기술위성을 싣고 발사되며, 국내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기상위성인 통신해양기상위성도 우주로 올라간다. 한국인 특유의 '모방과 창조' 기술에 속도전이 가세해 단기간에 우주선진국의 문턱에 도착한 것이다. 돈 먹는 하마로만 인식되던 우주개발은 이제 IT(정보통신)·조선·중공업 등 한국 기간산업을 이끌어갈 신기술의 보고로 자리 잡았다.


◆로켓 화염 막는 기술 독자 개발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 매서운 한겨울 바닷바람이 부는 해발 150m의 발사장에서 과학자들이 KSLV 1호의 연료 주입 장치를 검사하고 있다. 옆에선 엔지니어들이 140t의 발사체를 정확히 90도로 세울 길이 30m의 이렉터(erector)를 점검하고 있다.


세계 9번째로 자국에서 위성을 발사하게 된 것은 우주선진국의 기술에 국내 기업들의 창의력이 결합된 성과다. 나로우주센터의 발사대가 이를 입증한다. 현대중공업은 초당 900L의 물을 살포해 발사체가 내뿜는 엄청난 화염을 식히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해외의 우주센터는 발사대와 제어실이 붙어 있다. 하지만 나로우주센터에선 공간이 부족해 두 시설이 떨어져 있다. SK C&C는 발사 순간 수백도의 고온에도 끊기지 않는 통신 기술을 개발, 떨어져 있는 두 시설을 한 몸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한국 기업의 개발과정을 점검하고 있는 러시아 디비아르마뚜라(DBArmatura)사의 벨로소프씨는 "우주 후발국에선 선진국이 설계와 건설을 도맡는데, 나로우주센터처럼 해당국 기업들이 각 부분을 나눠 건설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대덕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통신해양기상위성(COMS)의 조립이 끝나고 막바지 점검에 한창이다. 국내 연구소, 기업이 대부분의 핵심부품을 국산화해 비용 대비 국산화율은 40%에 이른다.


국내 위성전문기업 쎄트렉아이는 위성이 태양을 보고 위치를 잡게 해줄 나침반인 태양센서를 개발했다. 이 센서는 개당 단가가 수천만원대가 넘는 고부가가치의 부품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인공위성 통신기술의 시스템 전반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유럽·일본에 이어 세계 4번째 개발한 기술이다.


 

◆통신·조선·중공업 등에 우주기술 이전 잇따라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저서 '부의 미래'에서 '우주가 부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우주비행사들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한 필터는 선글라스에 적용됐으며, 공기청정기·전자레인지·동결건조식품·수소연료전지·형상기억합금 브래지어 등 우주기술이 기업에 이전돼 상용화된 사례는 무수히 많다.


국내에서도 우주기술이 산업기술의 보고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2호에 들어간 컴퓨터 기술을 항공기에 적용했으며, 쎄트렉아이는 위성에 실린 저잡음 전력장치를 원자력발전소의 환경방사선 감시기에 활용하고 있다. 코스페이스는 위성에 들어간 통신기술을 지상 위성단말기에 도입했다.


우주발사체도 신기술의 보고다. 두원중공업은 KSLV 1호 1단 로켓에 이용된 특수용접과, 원뿔형 용기를 만드는 스피닝(spinning)기술을 산업용 내압용기에 활용하고 있다. 탑엔지니어링은 발사체 통제·관제·시뮬레이션 기술을 조선산업의 선박 자동화 시뮬레이터에 도입했다.


항공우주연구원 채연석 박사는 "우주기술은 우주라는 극한 상황에서 견디도록 개발됐기 때문에 따로 시험하지 않고도 바로 산업에 활용될 수 있다"며 "위성 발사대행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면 파급효과는 천문학적으로 늘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 발사대행 신시장을 잡아라


시장조사업체인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2007년 이후 10년간 733개의 인공위성이 발사될 예정으로 1100억달러(약 143조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개발도상국까지 합세해 위성 개발국가는 40여 개국에 달한다. 쎄트렉아이는 후발국 시장을 적극 공략, 이미 위성으로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위성 시장이 팽창하면 발사체 수요도 는다. 발사체 시장은 향후 10년간 405억달러(약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 보잉사는 나사의 우주발사체 개발에 참여해 확보한 기술로 독자적인 위성발사대행사업을 벌이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도 일본항공우주국(JAXA)으로부터 발사체 개발과 위성 발사 대행사업을 넘겨받았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이 우주개발팀을 신설해 상용위성 발사급 첫 국산 발사체 KSLV 2호 개발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KSLV 1호 개발에는 5098억원이, 통신해양기상위성에는 3558억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산업연구소와 대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발사체의 파급효과는 2조9999억원, 기상위성은 4조4551억원에 이른다. 돈 먹는 하마가 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문제는 가격경쟁력. 미국과 일본, 인도, 중국이 이미 후발국을 겨냥한 저가 위성 발사 산업을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만의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항공우주연구원 조광래 발사체사업단장은 "최근 10㎏도 안 되는 나노 인공위성도 각광을 받고 있다"면서 "이런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 개발하면 우리나라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학재단 장영근 박사는 "국산 발사체인 KSLV 2호 개발에 필요한 기술 확보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며 "국내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통신해양기상위성 (COMS)


3만6000㎞ 상공에서 지구 자전 속도와 같은 속도로 돌아 지상에서 보면 마치 우주 한 지점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정지궤도' 위성. 위성통신과 해양관측, 기상정보수집 기능을 갖고 있는 첫 국산 기상위성이다. 이 위성이 가동되면 한반도 기상정보 제공주기가 30분에서 7~8분으로 줄어든다.


이영완 기자[대덕·고흥=조호진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