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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 한복판 지하공간서 유해 15구 발견

한부울 2008. 12. 21. 12:07
 

서울 대학로 한복판 지하공간서 유해 15구 발견

[연합뉴스] 2008년 12월 21일(일) 오전 07:01


서울 대학로 한복판에 조성된 의문의 지하 공간에서 유해가 무더기로 발견돼 이들 유해의 신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국방부와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2시께 종로구 연건동에 있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건물의 철거 현장에서 백골 상태의 유해 15구가 발견됐다.


이들 유해는 창고 터에 조성된 지하 공간에 있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한 관계자는 "지하 공간은 땅속으로 비스듬히 파고든 굴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공사장 인부들이 굴착기로 파헤쳐 놓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인부들은 이 지하 공간과 유해를 발견한 즉시 관할 구청에 신고했고, 국방부와 경찰이 번갈아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국방부와 경찰은 지하 공간과 유해의 성격을 놓고 전혀 다르게 분석해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과거 한국전쟁 때 이 인근에서 전사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국군 전사자의 유해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조사했으나 군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유해 대부분이 유아나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띠고 있고, 특히 일부 유해는 두개골이 예리한 도구로 절단된 흔적이 발견된 점도 국군 전사자가 아니라는 판단에 힘을 보탰다.


이 관계자는 "유해 근처에서 일본 강점기 때 것으로 추정되는 잉크병이 나왔다"며 "일본 강점기에 병원에서 해부용으로 쓰거나 부검 후 버린 시신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지하 공간이 한국전쟁 때 만들어진 방공호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전쟁 통에 희생된 민간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하 공간은 생긴 모습이 방공호로 보였고, 이곳에서 한국전쟁 때 것으로 보이는 군복이 여러 벌 발견됐다"며 "한국전쟁 때 희생된 민간인의 유해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십 년 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살인 등 범죄와의 관련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변사 사건으로 검찰에 지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군 당국과 경찰이 이처럼 다른 분석을 내놓음에 따라 의문의 지하 공간에 방치된 15구의 유해가 어떤 사연을 안고 있는지는 당분간 미스터리로 남을 전망이다.


지하 공간은 현장 조사가 일단락됨에 따라 입구가 폐쇄되고 윗부분은 흙으로 메워졌다. 연건동 KOICA 건물은 본관과 별관 2동 등 모두 3개 동으로 이뤄졌으며, KOICA가 본사 건물을 성남으로 이전하면서 지난 5월 서울대에 넘긴 이후 철거작업이 진행됐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