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軍

불가능도 가능케 하는 자이툰 특임대

한부울 2008. 11. 11. 12:50

[1부] 불가능도 가능케 하는 자이툰 특임대

[도깨비뉴스] 2008년 10월 31일(금) 오후 07:23

 

 

자이툰 부대의 방어와 경계 그리고 요인 경호는 재건대대와 헌병대에서 전담한다. 물론 다른 부대들 역시 야간경계 근무에 병력을 투입하지만 재건대대와 헌병대는 상기의 임무에 특화되어 있는 부대이다. 특히 이중 헌병대 특수 임무대는 부대 밖에서 벌어지는 작전에 경호를 담당한다. 일반적인 경호도 힘들겠지만 전쟁터에서 경호는 그야말로 생과사를 가르는 작전이다.


이른 아침 헌병대 특수임무대는 작전 준비로 여념이 없다. 이미 이른 아침식사를 끝내고 전날 이루어진 작전 계획에 따라 준비된 군장을 챙긴다. 헌병대장 손동훈 중령 및 00명의 대원들의 눈초리가 매섭다.  미군 특수부대가 착용하는 시라스식 군장을 갖추고 레일시스템이 부착된 K1A 소총에는 다른 부대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오택 홀로그램 조준기와 에임포인트 3배율 조준기가 부착되어있다. 매일매일이 실전이라서일까 작전 준비 완료를 보고하는 중대장의 목소리에는 비장함마저 배어있다.  이미 실탄이 삽탄이 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헌병대장은 다시 한 번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의를 상기시켰다. 


헌병대장이 선두차에 탑승해 차량 대열을 이끌고 맨 후미에서 또 다른 특수임무대 차량에 차량 대열의 후미를 확보했다.  요인들이 타고 있는 차량이 마지막 한국군 체크포인트를 벗어나자 “좌우경계, 건너편 차량 탑승자 무기소지 확인, 무기 미소지, 등등 무전이 숨가쁘게 오고갔다. 차량대열이 교차로에 들어서자 후미 경호차량이 교차로를 막고 요인들이 타고 있는 차량을 통과시켰다. 맨 선두에는 제르바니 특수부대에서 지원나온 작전차량이 길을 열었다. 

 

▲ 차에서 내려 주변 경계를 시작하는 특임대 대원들. 문을 방패 삼은 것은 일반 차량이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이지만, 이들의 차량은 방탄 패널을 문 안쪽에 부착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활용도 가능하다.

 

         ▲ 차량에서 내린 대원들은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주변으로 전개, 경계임무에 들어간다.

 

 ▲ 대원들의 개인화기는 K1A에 동인광학제 레일시스템과 이오텍 홀로사이트, 에임포인트 3배율 망원 어댑터 등을 부착한 것으로 K1A도 이렇게 하니 상당히 현대적인 느낌이다. 자이툰 부대는 현재 우리 군에서 일종의 최신장비 시험평가장과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 작전을 나가기 전에 무기 및 장비의 상태를 점검하는 모습. 여기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면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다들 진지하다.


아무리 아르빌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안정화된 지역이라고 하지만 전쟁지역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고 얼마 전 모술 동부지역에서 벌어진 미군의 습격작전에서 저항세력과 교전이 붙어 두명이 사살되고 나머지 두명이 무기 다수가 숨겨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타고 아르빌 방향으로 도주했기 때문에 언제나 테러에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중대장 박대위는 8진 교체 병력으로 자이툰 부대 도착 4일만에 벌써 3번의 작전에 투입되었다.  그의 부하들도 거의 그와 비슷한 횟수 만큼 작전에 투입되었고 현지적응이나 장거리 비행에 대한 피로회복은 그들에게 사치였다. 박대위는 이미 경계나 경호임무는 국내에서부터 익히 해왔던 임무이기 때문에 임무 자체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했다.  실탄을 삽탄하고 작작전 나가는 것 역시 부대 특성상 늘 그렇게 해왔고 총을 자신의 신체처럼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안전문제 역시 걱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은 실전이고 불과 차로 2시간여가 떨어진 도시에서는 지금도 동맹군과 저항세력간의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전쟁터이다.  이렇기 때문에 언제라도 교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마음속에 항상 생각하며 매 작전을 임하고 있다고 했다. 


아르빌에서의 작전은 필자가 가본 다른 이라크 지역에 작전에 비해 많은 차이가 난다.  아르빌은 필자에게 사막의 신기류 같은 도시였다.  모술에서 헬기를 타고 오며 본 미군 작전차량들과 수많은 이라크 군경의 체크포인트가 아르빌에는 없었다.  분명 같은 이라크 땅의 한 부분이지만 이곳은 이라크라기보다는 마치 이라크에 인접한 다른 작은 나라 같았다. 


물론 교차로나 주요시설에는 AK소총을 든 제르바니나 보안군이 경비를 서고 있지만 다른 이라크 도시에서와 같은 숨막히는 긴장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이라크인들에게도 아르빌은 안전지대로 인식되고 있었다.  야간 통금도 없고 시내에는 대형시장과 상가단지가 성업 중이다.  바그다드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전면유리 건물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고 외국회사 사람으로 보이는 사업가들이 고급승용차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닌다.  시내 외곽 뉴타운에는 영국식 주택과 분양가 1억이 넘는 고급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다. 


언제 테러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그런 지역이지만 밖으로 보이는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고 아르빌 시민들의 모습에서도 긴장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런 지역에서 작전은 필자가 생각하기에 모술이나 바그다드에서의 작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안정화가 되어가고 있는 지역에서 그것도 수많은 훌륭한 민사작전과 국내 기업들의 활동으로 국가와 부대의 위상이 한 것 높아있는 지역에서 아무리 요인을 경호한다고 해도 시민들에게 위화감을 주는 경호작전을 펼칠 수가 없다. 

 

 

▲ 이번 취재에 많은 협조를 해 준 자이툰 부대의 정훈장교. 정훈장교라도 외부에 나갈 때에는 실탄을 채운 탄창을 삽탄한 K5 권총을 휴대한다. 입고 있는 방탄복은 파병 초기부터 사용된 국산.

 

 

 

▲ 쿠르드족의 무장 세력 중 하나인 ‘제르바니’ 민병대의 병사들. 자이툰 부대의 성공적인 임무수행의 비결 중 하나는 현재 세력과의 불필요한 충돌을 막고 가급적 협력을 구하는데 있다.

 

 

▲ 자이툰 부대가 외부에서 사용하는 버스. ‘우리는 친구’ 라고 쓰여 있는데, 다른 지역이면 이 문구가 ‘RPG 끌어들이는 자석’ 이겠지만, 여기서는 장갑판 못지않은 방어수단이다. 그만큼 아르빌 지역은 이라크내의 다른 지역들과 다르다.

 

 ▲ 방탄 처리된 민수용 SUV가 특임대에서 경호 임무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기지 경비등에는 K200 이나 바라쿠다 등의 장갑차가 사용되지만, 외부 경호지원에는 이처럼 크게 이목을 집중하지 않는 민수용차의 방탄 버전을 쓰는 편이 낫다.


그런 이유로 이전에 사용하던 군작전 차량 대신 민간용 방탄 차량을 이용해 작전을 하고 꼭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경호하는 병사들 역시 그림자처럼 활동을 한다.  민간용 작전차량에는 위성위치추적 장치가 부착되어 있어 지휘통제실에서는 작전 차량의 위치를 한눈에 알 수 있다.  헌병대 특수임무대 대원들을 괴롭히는 또 다른 점은 바로 피아식별이다.  쿠르드 지역은 쿠르드인들에게 쿠르디스탄이라고 불리고 자신들만의 깃발이 있고 제식 군대는 아니지만 “제르바니”라는 군벌 조직이 있고 경찰과 “아사이시”라고 불리는 보안군이 있다. 


이들 서로는 피아식별이 가능하겠지만 동양에서 온 한국군에게는 이들의 모습이 그리 차이가 나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열악한 보급상태와 복장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어 가끔 사복을 입고 얼굴에 두건을 쓴 체 총을 들고 근무하는 이들의 모습은 저항세력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8진 1차로 두 달 전에 온 특임대의 고참 이하사는 가끔 이런 병력과 마주치면 별 수 없이 계속 경계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작전의 첫번째 행선지는 아르빌 경찰 범죄 수사국이었다.  현재까지 쿠르드 지역에는 그러다할 과학적인 범죄수사국이 없어 주먹구구식으로 범죄 수사를 해왔었다.  이에 자이툰 부대 민사팀은 범죄수사국 설립이 시급한 과제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지금은 거의 80%의 공사진척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 건물 외부에 대한 공사는 끝났고 이제 건물 내부와 내장제 그리고 각종 기기에 대한 구매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경찰 범죄 수사국 시찰을 끝내고 자이툰 문화원으로 향했다. 자이툰 문화원이 있는 지역은 아르빌 공원(사미압둘 라흐만 공원) 내부로 넓은 부지에 땅에 나무들이 심어져 있어 정말 사막의 오아시스를 연상케 했다. 

 

 

▲ 아르빌 지역은 이라크에서는 드물게 안정된 덕분에 외부로부터의 투자도 늘었고, 시내에도 많은 건무이 들어서고 있다. 아래는 자이툰 문화원의 모습이다.


요인들과 민사팀이 건물을 둘러보고 현지 시공사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특임대 요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날까로운 눈초리로 경계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친구”를 모토로 하는 자이툰 부대인 만큼 이동 하는 버스조차 한국국기와 “우리는 친구”라는 글귀가 쓰여있어 누구라도 이동 대열을 보면 누가 이동하는지 알 수 있는 만큼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저항세력의 공격으로부터 요인과 부대원을 지킬수 있는 것은 특임대 병력뿐이 없었다. 


물론 영외작전이나 요인 경호가 있는 날은 기지 내 신속대응군(QRF)가 항시 대기를 해 비상시 아르빌 전역에 30분 내에 전개가 가능하지만 지원 병력이 오기 전까지 특임대는 모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

 

 

 

 

▲ 자이툰 부대의 임무 중 하나인 공공건물 건축을 지원하는 민사지원팀 및 공병대원들이 외부에서 현지 관계자들과 만나야 할 때에 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도 헌병대 특임대의 임무이다. 아르빌이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라크 내부인 만큼 외부 경호작전은 늘 긴장감이 돌 수밖에 없다. 만일의 사태가 생긴다면 이들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 완공을 눈앞에 둔 자이툰 문화원을 둘러보는 자이툰 부대 간부들. 이들의 경호에도 특임대가 활약한다.


특임대의 박상사는 요인의 안전을 끝까지 책임지고 한 명의 희생도 없이 무사히 복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만에 하나 상황이 생기면 “적에게 용서란 없다.”라는 신조로 용감히 전투에 임하고 아무리 상황이 나빠져도 같이 작전에 투입된 병력들과 같이 나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을 했다. 


자이툰 부대의 거의 모든 병력이 그렇겠지만 헌병대 병력들 역시 자신들이 지원을 해서 온 병력들이다.  특히 특임대의 경우 대원 중 반수 이상이 기혼자들로 상대방의 배려가 없으면 이곳 이역만리에서 근무하기가 힘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한국에 남겨둔 가족이란 아무리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특임대이지만 이들에게는 언제나 고마운 존재이고 미안한 존재이다.


작전에서 무사히 복귀해 겨우 한숨을 돌리는 특임대 대원들에게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어봤다.  특임대에서 12년째 근무한 베테랑 고상사가 먼저 운을 띠웠다.  “군인부부인 그는 특전사에서 근무하는 그의 아내가 자이툰 부대를 지원했을 때 못가게 하고 정작 자신은 온 것에 대해 계속 미안해했다.  지금 그의 아기는 생후 6개월이다.  힘든 일상을 보내는 아내에게 미안하고 꼭 임무를 완수하고 몸 건강히 돌아가 군인의 본분과 가장의 책임을 다하는 자랑스런 아빠가 되고 싶다고 했다.”

 

 

▲ 자이툰 부대 헌병 특임대원들.  ‘헌병’ 이라고 하지만 파병 전 소속은 특전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들이 이곳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은 귀국한 뒤에도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상사 역시 군인부부이다.  첫째 아기는 돌이 겨우 지났고 둘째 아기는 이제 겨우 출산을 했다.  군인인 아내는 아기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겠지만 매일 아침 7시에 아기들을 맡기고 출근을 하고 퇴근 후 아기들을 찾아오고 있다.  미안한 마음에 겨우 꺼낸 자이툰 부대 지원 문제에 부인은 걱정말고 몸건강히 다녀오라며 오히려 격려를 해줬다. 집사람에게 감사하고 아기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절도있는 행동과 자신감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군인 멋과 따듯한 가장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취재에 적극 협조해준 헌병대 대장님과 특임대 대원들을 비롯한 자이툰 헌병대 모든 병사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기사제공= 월간 플래툰/ 태상호 기자 e밀리터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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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아르빌의 희망, 자이툰부대를 가다

[도깨비뉴스] 2008년 11월 04일(화) 오전 11:52

 

 

▲ 위에서 본 자이툰부대.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단시간에 이런 기지를 구축한 능력은 대단하다.


티크리트 동맹군 작전 사령부 옆 전용 헬기장을 이륙한 미군의 블랙호크 헬기는 이륙하면서부터 전술 비행에 들어갔다. 티크리트부터 오늘 기착지인 아르빌까지 가는 항로는 매우 위험한 항로 중에 한 곳으로 자주 저항세력의 대공사격을 받기 때문에 기관총을 부여잡은 도어거너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해가 중천에 뜬 시간에 이루어진 비행인 만큼 전술비행 역시 매우 과격했다. 헬기는 고도와 속도 항로를 수시로 바꾸며 축이 없는 롤러코스트 마냥 흔들렸다. 앞에 않은 미군 소속 통역 군무원이 비닐봉지를 꺼내들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자이툰 병원,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약 2시간의 비행 끝에 헬기가 중간 급유를 위해 모술 상공에 진입했다. 막 헬기가 착륙하려는 찰라 더 이상 참지 못한 통역이 비닐에 얼굴을 파묻었다. 급유를 하는 동안 필자와 일행들은 FOB 다이아몬드백스 기지에 헬기장에서 잠시 대기를 했다. 모술의 모습은 1년 전과 그리 다를 봐가 없었다. 신문이나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작전의 주체가 미군에서 이라크 2사단으로 이첩되었다는 것이 가장 바뀐 점인데 필자가 1-9 CAV과 종군했던 작년부터 준비했던 사항이고 모술을 책임구역으로 가지고 있는 이라크 2보병사단이 이라크 군 중에 강군으로 속해 저항세력으로부터 도시를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있었다.


헬기는 다시 헬기장을 이륙하여 아르빌로 향했다. 모술과 아르빌은 자동차로 약 2시간 거리이고 헬기로는 불과 30분 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헬기는 이륙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벌써 아르빌 상공에 진입하고 있었다. 헬기에서 바라보니 자이툰 부대의 전경이 들어왔다. 언덕에는 자이툰이라는 부대명이 흰돌로 명시되어 있었고 거대한 돔과 많은 건물들 그리고 잘 축조된 기지가 눈에 들어왔다. 헬기장에 착륙 후 미리 마중 나와 있던 자이툰 부대 정훈참모와 정훈장교의 차에 올랐다.

 

 

드디어 아르빌의 희망 혹은 신의 선물이라고 불리는 자이툰 부대에 대한 종군이 시작되었다. 자이툰 부대는 필자에게 염원이었다. 2007년 종군 당시 한 달이 넘는 긴 시간을 아르빌 바로 근처에 위치한 모술 지역에 전개했음에도 불구하고 갈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2008년 다시 이라크 종군을 준비하면서 필자가 가장 큰 비중을 든 것이 바로 자이툰부대이다. 작년 미군의 파병훈련지인 루이지애나 Fort. Fork JRTC에 취재를 갔을 때 아르빌 현지에서 온 쿠르드인에게서 들은 자이툰 부대에 대한 호평이 필자를 자이툰부대로 이끌었다.


숙소를 배정받고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전술비행으로 인해 속이 좋지 않았지만 밥을 못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오랜만에 보는 한국식 식사는 필자에게 복음과도 같았다. 울렁거리는 속을 된장국과 밥으로 진정시키고 맛있는 식사를 끝냈다.


사실 필자가 자이툰 부대에 도착한 시점은 제 7진과 제8진이 교체하는 시점으로 부대 내에는 매일 신병이 들어오고 보직이 변경되는 진교체 시기였다. 자이툰 부대측에서는 필자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하며 취재에 참고하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식사 후 정훈실에서 필자의 종군 계획을 듣고 자세한 계획을 짜는 시간을 가졌다. 자이툰의 홍보를 담당하는 정훈 참모 이중령님은 부임한지 하루 만에 필자를 맞았지만 정훈부관 및 정훈처 요원들과 함께 필자의 취재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 기지 외곽에서 슈타이어 SSG 저격총을 이용, 경계중인 자이툰 부대원. 기지 경계등에는 특전사 대원들이 많이 활약한다.

 

 

▲ 기지 외곽 경계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대원들. 몸에 갖춘 장비로부터 적잖은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 기지 외곽 경계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대원 중 한 명은 LAW를 들고 있다. 만에 하나 자폭 차량이라도 돌진한다면 저지수단으로 효과적일 것이다. 아무리 안정된 아르빌 지역이라도 역시 이곳이 이라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세밀한 취재 계획을 세우고 부대를 둘러봤다. 이미 파병 3년째에 접어드는 만큼 기지의 시설들과 방호계획은 완벽에 가까웠다. 물론 이전보다 줄어든 000명의 병사들이 생활은 하지만 1인 2, 3역을 하며 부대 경계는 물론 기타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는 모습이 부대 곳곳에서 쉽게 눈에 띄었다. 제 1지대라고 불리는 최전선 외곽 방어선은 폐쉬메르가 라고 불리는 현지 경찰과 특수부대가 수행했다. 이들의 장비와 복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나 오랜 전쟁의 경험과 싸우겠다는 투지 그리고 저항세력과 주변국들에 대한 투쟁심은 크다. 더욱이 쿠르트족은 아랍의 영웅 살리딘의 후손들이 아닌가.


제 2 지대는 각종 장애물, TOD, CCTV 등의 유무인 철통감시가 24시간 유지되고 있었다. 이미 휴전선 등에서 그 성능을 입증받은 첨단 감시 장비의 존재는 자이툰 부대에게는 철통경계를 적인 저항세력에게는 불침지대를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제 3 지대는 대피호, 방공호, 기지출입문 경계등이다. 자이툰 파병 병력은 특수전 교육대에서 이미 몸에 익을 정도로 전투지역 경계와 자기방어에 대한 훈련을 받은데다가 8진의 선발대는 이미 2달 전에 도착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니 더욱 믿음직 했다.


자이툰 사단의 책임지역은 이라크 북동부 그 중에서도 아르빌 지역이다. 이 지역은 비교적 전화를 입지 않은 지역이지만, 후세인 통치 시절 당시 중앙정부의 쿠르드족 차별 정책에 따라 발전이 되지 않아 열악한 경제 상태와 문맹률이 높았다. 더욱이 이라크, 이란전을 거치고 생화학 무기를 동원한 쿠르트족 학살을 당하면서 이 지역은 더욱 피폐해져 ‘쿠르드족에겐 친구는 산뿐이 없다’라는 격언이 나올만큼 그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다.

 

 

 

▲ K216 화생방 정찰장갑차. K200A1과 함께 자이툰이 운용 중인 차량인데, 화생방 공격의 가능성이 거의 없어진 현재는 일반 장갑차와 함께 기지 경비에 써도 될 듯하다.

 

 

▲ 바라쿠다 차륜식 장갑차. K200A1이나 바라쿠다 등은 현재 지역 치안이 안정된 관계로 다행히 위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 K131 지프의 방탄 개조버전도 기지 주변 순찰등에 종종 사용된다. 광활한 기지 경계에는 차량이 필수다.


이 지역에 자이툰 부대가 처음 전개했을 당시만 해도 쿠르드족이 자이툰 부대를 쳐다보는 눈길은 반신반의였다. 한번도 외국군대에게 환대받은 적이 없는 그들이 이웃에 들어온 동양의 군대는 몽고족의 침입을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자이툰부대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펼치자 자이툰부대에 대한 평가는 현지인들에게서 먼저 나왔다. 자이툰 부대를 대표하는 문장은 ‘신의 선물’이다. 이슬람에 있어 신은 그야말로 전지전능함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신이 들어가는 문장은 신성함을 나타낸다. 외국군 부대를 칭하는 문장에 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 자체가 주목할 만하다.


자이툰에서 첫날밤의 감회는 새로웠다. 아르빌 시내에서 약 20분 정도 북서쪽으로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자이툰 부대에서는 멀리 아르빌 시가지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전쟁 지역 속에 속해 있지만 비교적 안정화되어 있는 아르빌 시내에는 어둠이 깔리자 하나둘씩 불이 들어왔다. 특별한 등화관제나 통행금지를 시행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르빌의 하늘은 높고 별이 아름답게 떠있었다.


다음날 아침 아르빌의 먼동을 찍기 위해 4시 30분에 숙소를 나섰다. 하늘은 이미 동이 떠오르고 있었다. 4시 40분경 자이툰 동산 뒤쪽으로 서서히 붉은 태양이 떠올랐다. 아르빌의 태양을 사진에 담고 사령부 점호에 참가했다. 사령부에서 근무하는 인원들이 식당 앞에서 모여 일석 점호를 가졌다. 일반적인 부대 점호와 같았지만 전쟁터인지라 모두들 개인화기를 소지 하고 있었고, 조회 중에 개인화기 안전점검 순서가 있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 부대 조회중에 개인화기 점검이 있는 것도 분쟁지역 파견부대다운 면모다.


자이툰 부대의 하루는 숨가쁘게 돌아갔다. 아침식사를 마치면 바로 회의나 근무에 들어가고 특히 진교대가 있는 시기여서 매일 새로운 병력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병력수송 작전과 환영식, 환송식이 시간별로 열렸다. 금일 아침에는 부대 내로 들어오는 차량과 인원들을 통제하고 검색하는 VCC에 대한 취재를 했다. 아무리 안정화 지역이라도 한번의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고 전부대원들이 이를 잘 숙지하는 만큼 통제하는 병력들의 눈초리는 매서웠다.


이미 특교대에서 이슬람 문화에 대한 교육을 이수했기 때문에 이슬람 사람들을 검색함에 있어 동맹군이 자주 범하는 누를 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먼저 제 1선의 제르바니 특수부대가 통제하는 지역을 통과한 차량과 인원에 대해서 몇 차례의 재검문과 검색을 통해 VCC에 도달한다. VCC의 임무는 확실한 신원 파악과 철저한 검색이다.


먼저 인원의 경우 남자와 여자가 들어가는 문이 다르다. 이는 이슬람 문화를 반영한 것으로 여자는 여군이 남자는 남군이 검색을 맞는다. 이곳에서 신분증을 제시하면 허가인원에 대한 비교와 금속 탐지기 통과, 검색요원의 세부 검색을 통과해야 한다. 차량의 경우 별도의 탐색장소에서 수색견과 반사판을 동원해 내부와 외부에 대한 철저한 검색을 한다. 특히 이날은 기술교육대 면접이 있는 날이어서 다른 날에 비해 출입인원이 많은 날이었다.

 

▲ 기지로 들어오는 현지인들은 신분증 조회와 몸수색을 받아야한다. 현지 문화를 고려, 남성과 여성은 각각 남녀 병사에 의해 나뉘어 몸수색을 받게 되어있다.

 

               ▲ 기지로 들어오는 차량은 VCC에서 차량 하부까지 철저하게 수색받게 되어있다.


다시 장소를 기술교육대로 이동을 했다. 자이툰 기술교육대는 자이툰의 성공적인 민사작전을 알리는 산 증거이다. 지난 4월 19일 동맹군사령부(MNF-I) 지휘관 회의시 화두는 자이툰 민사작전이었다. 화상으로 진행된 회의에서 페트레이스 사령관은 이라크 내에 전개한 각국 동맹군 지휘관들에게 “ 자이툰 부대의 민사작전이 우리가 추구해야 될 모습”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앞으로 이라크에 부임하는 모든 부대 지휘관들은 자이툰 부대를 방문하여 성공적인 민사작전의 살아있는 예를 직접 확인할 것을 지시했다.


자이툰 기술교육대야 말로 교육과 기술의 불모지인 이라크 특히 쿠르드지역에는 꼭 필요한 시설이다. 모든 과정에서 남녀차별을 없애 그동안 여성이 진출하지 못하던 분야까지 본인이 원한다면 기술교육을 전액 무료로 교육을 시켜주기 때문에 자이툰 기술교육대는 기술 교육은 물론 여권신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기술교육대(Vocational Training Center)의 설립 취지는 ‘한국의 장비와 기술로 이라크 젊은이들을 스스로 일어서도록 도와준다.’ 즉 물고기를 잡아서 주기 보다는 물고기를 낚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목표이다.


기술교육 센터는 2005년 2월에 개소하여 총 14개 기수 2,042 명이 수료하였다.(2008년 5월 현재) 기술교육 센터의 교육과정은 컴퓨터, 가전제품 수리, 중장비, 발전기, 자동차정비, 특수차량, 제빵 등 7개의 과정이 있는데 이는 이라크 현지 실정에 가장 알맞고 쿠르트 지역에서 꼭 필요로 하는 기술자들을 양성하는 코스들로 알차게 구성되어있다.

 

 

▲ 자동차 정비와 제빵기술을 현지인들에게 가르쳐주는 자이툰부대 기술교육대. 이곳은 쿠르드인들의 자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자동차 정비와 제빵기술을 현지인들에게 가르쳐주는 자이툰부대 기술교육대. 이곳은 쿠르드인들의 자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자가 기술교육대를 방문한 날은 새로운 기수 지원자들을 인터뷰하는 첫날이었다. 자이툰 기술교육대는 이미 쿠르드 지역에서 최고의 기술 교육 기관으로 알려져 있어 수많은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고 질 높은 교육을 위해 아쉽지만 인원을 제한하여 교육을 시키고 있다. 기술교육대의 교육 환경은 필자가 방문했던 어떤 이라크 도시 기술 교육센터보다 훌륭했다. 특히 이곳을 관리 하는 인원은 대부분 현지인으로 자신들에게 이곳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그 관리 상태를 보면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시설 관리 및 기본 교육은 기술교육대를 수료한 선배 수료생들이 맞고 총괄과 상급 교육은 자이툰 부대에서 파견된 민사팀에서 지원한다. 이미 개설한지 3년이 지난 만큼 자이툰 부대 민사팀과 현지 교육요원간의 궁합은 왼손과 오른손과 같이 잘 들어맞았다. 현지인들이 평가하는 기술교육 수료생들의 수준은 당연 이 지역 최고로 손꼽힌다.


특히 자동차 정비, 컴퓨터, 특수차량은 지역 재건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로 기술 교육생들이 졸업하면 현지 업체에서 모셔갈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자이툰 부대 기술교육대는 기술 교육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수료생들에 대한 취업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5월 기술교육대 졸업생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확대하고자 KRG(쿠르드 지방 정부) 노동사회부 장관 및 각료, 아르빌 상공회의소 소장, 아르빌주 기업 대표단 등 60여명을 초청하여 취업 박람회를 가졌다.


이 행사는 자이툰의 활동상을 알리고 기술교육대 교육 현장을 직접보고 느끼게 하는 목적으로 실시되었으며 그 결과 박람회 회장에서 12개 업체에 37명 수료생 전원을 고용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기술교육대 취재를 끝내고 오늘 들어오는 8진 병력에 대한 환영 행사가 열렸다. 38도가 넘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사단장님 이하 모든 참모와 주요 지휘관들이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아스팔트 위에 집결했다. 잠시 후 경호차량을 선두로 버스 두 대에 분승한 8진 마지막 병력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필자가 도착한 시기는 제7진과 8진이 교대하던 시기로, 이 날도 8진 병력의 도착을 자이툰 사단장이 직접 환영하고 있었다.


군악대의 거창한 환영이나 꽃다발 증정은 없었지만 태극기를 어깨 왼편에 달고 이역만리 떨어진 전쟁지역에 조국을 위해 지원한 병력과 미리 와 있는 선발대의 만남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벅참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많은 병력이지만 박선우 사단장님과 이하 선발대 지휘관들은 웃음으로 맞이하며 한명 한명 반갑다며 악수를 나누었다. 특히 이들은 이미 특교대에서 같이 교육을 받아 이미 구면인 사이였다. 이로서 제 8진 본대의 병력이 다 들어왔고 자이툰 8진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자이툰 부대의 체육활동은 가장 더운 시간인 오후 2-3시를 지난 16:00시에 실시된다. 단위대 별로 다른 코스를 도는데 보통 한 시간 정도 단체구보를 한다. 이라크 전역을 통틀어 단체구보를 하는 부대는 자이툰 부대가 유일할 것이라고 생각 된다. 단체구보는 부대 단합을 증진 시키고 부대원의 체력을 증진 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재건중대는 자이툰 공원을 크게 돌아 부대로 복귀하는 한시간 코스를 잡고 구보에 들어갔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대원 전원이 높낮이가 많은 난코스를 한 시간 동안 구보를 하는데 한 명도 낙오자가 생기지 않았다.  

 

 

▲ 단체구보중인 자이툰 부대원들. 햇빛이 강한 것도 있고, 또 신체노출을 남녀 가리지 않고 꺼리는 회교권의 문화를 감안해 '알통구보'는 되도록 피하는 듯 하다.


벌써 저녁시간이 다가왔다. 자이툰의 식사메뉴는 지휘관이 많은 관심을 가질 정도로 주요사안이다. 한국인에게 먹거리는 단순히 한끼를 때우는 것이 아니라 사기에 직결된다. 특히 조국을 떠나 해외에 파병되어 있는 병력에게는 한국식 식사는 조국의 향수를 달래주는 역할도 한다. 자이툰 식당은 파병 초 취사병들에게 직접 운영 되었지만 현재는 민간 기업에서 운영을 하고 있다. 메뉴는 장병들의 선호에 맞게 정해지며 매일 신선한 야채와 고추장과 된장, 4찬의 반찬 그리고 국이 자율 배급 방식으로 배급되며 아이스크림이나 과일, 갓 구워낸 빵, 주스 등의 간식이 제공된다. 병사들 사이에서 식당밥에 대한 인기는 좋은 편이다.


자이툰 8진 병사들은 이미 도착하자마자 업무에 투입된다. 업무 파악을 하고 업무에 들어가야 하지만 이전에 3,000명의 병력이 하던 사업을 그 반에 반도 않미치는 병력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업무를 파악하고 인수인계 받을 시간 마져 없이 바로 업무에 투입되어 도착 첫날이 바로 업무 시작날이 된다. 다시 하루가 저물었다.


자이툰에 종군하는 하루하루가 아까웠다. 마음과 같아서는 8진이 도착해서 떠나는 날까지 모든 것을 기록에 남기고 싶지만 그건 필자의 욕심일 뿐 주어진 7일간의 시간에 자이툰의 모든 활약상을 다 담으려고 하니 마음이 급하다. 더욱이 자이툰은 이번 년도가 마지막 파병일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8진이 마지막 진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있었다.

 

 

▲ 자이툰 기지 제2구역의 초소에 거치된 K3 기관총. 언제라도 사격이 가능하도록 탄약이 장전되어 있어 긴장감을 안겨준다.

 

                    ▲ 하루 일과를 끝내고 석양을 보며 주변 경계를 계속하는 자이툰 부대 대원들


재건 대대의 하루는 6시에 시작되었다. 외곽 방어와 경계를 하던 병력들이 6시 10분이 되자 부대로 복귀를 했다. 전쟁지역 인지라 개인화기뿐만 아니라 LAV와 같은 지원화기 등도 소지한 모습에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재건대대의 모체는 특전사 병력으로 특전사 병력 일부와 타부대 지원 병력이 모여 자이툰 재건대대로 재탄생이 되었다. 모체가 특전사인 만큼 병력들 한명 한명의 전투력과 자질이 높았다.


아침 조회를 위해 병력이 집합하자 일직사관의 구령에 따라 일석점호를 시작했다. 후방에 향한 구령조정과 함께 아침을 깬 재건대대 병력들은 해외파견 복무신조를 선창복창을 했다. 잠시 후 총기 안전검사를 한 뒤 앞뒤 좌우로 격려의 끼어 안아 주기 순서가 있었다. 일견 검게 탄 40여명의 젊은 병사들이 서로 끼어 안아 주는 모습이 웃겨 보일거 같으나 현지에서 보는 모습은 정겨웠다. 웃으며 게면쩍어 하는 병사들의 모습도 보였지만 이내 끼어안으며 서로의 등을 두둘겨 주며 격려해 주는 모습이 보였다.


필자는 그 모습에서 얼마 전 헬기를 대기하면서 만났던 미 육군 특수전 그룹 병사와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미 이라크에 6번째 파견된 그 병사는 총알이 날라다니는 순간이 되면 전우를 위해 싸운다는 말을 필자에게 했다. 그는 자신의 전우도 자신을 위해 싸울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소수의 병력으로 적지 깊숙이 투입되어도 두려움이 없이 전투에 임할  수 있다라는 말을 했었다. 그럴리는 없지만 만에 하나 이 병력들이 전투에 투입된다면 이들 역시 전우를 위해 목숨을 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피부로 느껴졌다.


아르빌의 허준 자이툰 병원


자이툰 부대 내에서 가장 바쁜 곳 중에 한곳은 바로 병원이다. 자이툰 부대 병원을 찾아간 시간은 아침 9시. 이때 진료를 시작하지만 환자들은 아침 8시부터 찾아와 순서를 기다린다. 자이툰 부대 병원은 이미 인근에 자자하게 소문이 나있다. 얼마전 8만 명째 환자를 치료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고, 아르빌에서 치료하기 힘든 환자가 있으면 한국으로 공수해 치료를 해주기도 해 자이툰 병원은 현지인들에게 “신이 내려준 선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자이툰 부대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진료표가 필요하고 진료표를 구하기 위해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 자이툰 병원의 외관은 기지 내부의 다른 건물들과 큰 차이가 없다.

 

 ▲ 자이툰 병원은 아르빌 지역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얻는 의료기관이기도 하다. 9시부터 진료가 시작되지만 8시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어 기다리고 있다.

 

 ▲ 자이툰 병원의 내부는 현대적인 설비로 채워져 있다. 물론 담당하는 군의관과 의무병들의 솜씨도 높은 수준이다.


자이툰 부대 정훈 공보실에서 일하는 알리에게 왜 자이툰 병원이 아르빌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물어봤다. 알리는 먼저 필자의 질문을 수정해 줬다. 자이툰 병원은 아르빌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게 아니라 쿠르드 사람들 모두에게 인기가 있다고 했다. 아르빌은 물론이고 인근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까지 입소문이 나 택시나 버스를 대절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쿠르드인들이 거주 하는 이라크 북부 지역은 인구 100명당 의사 0.7명, 간호사 2.5명으로 진료인력이 열악하고 장비부족, 고가의 진료비등으로 인해 일반 서민들은 진료를 받기 힘든 구조로 되어있다. 자이툰 병원은 이라크에 있는 동맹군 병원 중에 유일하게 현지인을 진료해 주는 병원으로 8개의 진료과(정형외과, 정신과, 일반외과, 이비인후과, 안과, 피부비뇨기과, 내과, 치과)를 운영하여 평생 의료의 혜택을 받아보지 못한 쿠르드인들을 무료로 치료를 해주고 있다.


자이툰 병원이 인기가 있는 것은 무료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군의관들의 친절한 상담과 간호장교들의 간병 그리고 의무병들의 헌신이 쿠르드인들에게 가슴과 가슴으로 전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환자들은 약을 좀 더 받아가기 위해 때를 쓰는 모습도 보였다. 약이 귀한 쿠르드에선 한국제 약은 귀하기 때문이다.

 

 ▲ 자이툰 병원에는 치과, 안과 등 다양한 진료과가 마련되어 있어 어지간한 종합병원 못지않다.

 

 ▲ 병원에서 치료받은 어린이를 데려다주기 위해 온 구급차. 자이툰 병원의 어른들 뿐 아니라 전쟁과 가난으로 다친 현지 어린이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 지역 주민이 치료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가져온 과일.


2004년 11월 27일 개원한 자이툰 병원은 하루 평균 120명의 현지인을 진료하고 있으며 2008년 5월 14일에 8만 명을 진료하는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라크 지역에 비해 아르빌이 안정화 되자 바그다드나 팔루자 등지에 있던 의사들이 아르빌이나 쿠르드 지역으로 옮겨와 병원을 개설했지만, 이들은 돈을 목적으로 의료행위를 했기 때문에 이라크 서민들에게는 병원 문턱이 높았다. 보건소 같은 시설도 있지만 유명무실해 제대로 진료가 이루어 지지 않았고 일부 뜻있는 지역 의사들은 의료기구나 선진 의료지식이 부족했다.


이에 자이툰 병원은 총 450종 15만여 점의 의료물자 및 장비를 현지병원 및 의료기관에 공여하고 2004년 12월부터 현지의사와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국의 선진의료기술을 전수하는 인턴십 교육을 실시해 13개 기수 117명을 배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외진 마을을 찾아다니며 순회 진료를 실시하고 있으며, 현지 심장병 어린이와 사지절단 어린이 방한 치료를 주선해 주변 사람들에게 조차 버림 받았던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전해주기도 했다.


자이툰 부대 전체적인 병력 축소로 인해 자이툰 병원의 진료 활동 폭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었지만 자이툰 부대 병원 일동은 언제나 시작과 마찬가지의 마음으로 우리가 외교관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전쟁과 학살로 멍들었던 쿠르드인의 마음에 사랑의 싹을 심고 있다.


기사제공= 월간 플래툰 / 태상호 기자 e밀리터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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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툰 병원, 4년간 사랑의 인술 종료…현지인 8만8805명 진료

[뉴시스] 2008년 10월 31일(금) 오전 11:28


[서울=뉴시스]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에서 운영하는 자이툰 병원이 30일 진료를 끝으로 3년9개월 동안의 진료임무를 마쳤다.


합참은 30일 박선우 자이툰부대장과 자밀 알리(Jamil Ali) 쿠르드지방정부(KRG) 보건복지부차관 등 부대와 KRG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현지인 진료 종결 기념행사를 가졌다고 31일 밝혔다.


2004년 11월27일 개원한 자이툰 병원은 의료시설과 수준이 낙후된 아르빌 지역에서 첨단 전문 군의관 10명과 간호장교 4명을 포함한 50여명의 전문 의료진이 첨단 진료장비를 이용해 의료활동을 펼쳤다.


자이툰 병원은 일반외과, 정형외과, 내과 등 9개 진료과목과 24시간 응급 진료 체계를 갖추고, 8만8593명의 현지인과 자이툰 장병, 동맹군, 교민 등 지금까지 12만1761명을 진료하고 1773명의 환자를 수술했다.


현지 치료가 힘든 환자들을 위해 4차례 방한 치료를 통해 12명의 심장병 환자와 2명의 사지절단 환자가 한국에서 치료를 받았고, 지난 9월에는 6명의 심장병 어린이들이 한국을 방문해 수술을 받았다.


또 병원이 멀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격오지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순회진료(35개 마을 16개 기관, 총80회)를 지원해 왔고, 앰블런스 8대와 450개의 휠체어 등 3억6000만원 상당의 의료장비와 물자를 현지 병원 및 의료기관에 기증했다.


특히 지난 2004년 12월부터 2007년까지 현지 의사와 간호사를 대상으로 2개월 과정의 인턴십 교육(13개 기수 117명 배출)을 실시, 한국의 선진 의료기술을 전수해 현지 의료기술향상에도 이바지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합참 관계자는 "자이툰 병원의 현지인 진료는 종료되지만 부대가 철수를 완료할 때까지 응급진료 체제로 전환해 부대 장병과 동맹군의 진료임무는 계속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이툰 부대가 12월 완전 철수하면 자이툰병원은 이라크 현지 의료진들에게 의료장비 사용법과 의료지식을 전수해 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오종택기자 뉴시스통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