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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꽃게 대풍…백령도 해병 ‘특식 잔치’

한부울 2008. 11. 8. 13:05

가을 꽃게 대풍 … 백령도 해병 ‘특식 잔치’

[중앙일보] 2008년 11월 08일(토) 오전 00:58


서해의 꽃게 풍어 덕분에 해병 장병들도 꽃게 잔치를 벌이고 있다. 꽃게가 너무 많이 잡혀 값이 떨어지고 판로가 끊기자 해병부대가 구입해 장병들의 ‘특식’으로 제공한 것이다.


서해 최북단의 백령도를 지키는 해병 6여단(흑룡부대)은 지난달 말 이곳 어민들이 잡은 꽃게 5t을 구입했다. 한 끼에 1t씩 꽃게탕 또는 꽃게찜으로 조리해 이번 주까지 부대원들의 식탁에 다섯 차례나 올렸다.


비싼 음식인 꽃게가 군 부대 식탁에까지 오른 것은 백령도에서 꽃게가 ‘주체 못할’ 정도로 잡혔기 때문이다. 인천 앞바다에서 꽃게의 주 어장은 연평도다. 까나리 액젓으로 더 유명한 백령도의 꽃게 산출량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서해안에서 전반적으로 꽃게가 풍어를 이루면서 올가을 백령 어장의 꽃게 어획량은 예년의 6∼7배 수준인 150t이나 됐다. 꽃게 풍어는 중국 어선들의 불법 어획이 다소 줄어든 데다 올해 인천 앞바다 수온이 예년보다 높아져 치어들이 서식하기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꽃게가 많이 잡히자 가격은 떨어지고 판매도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현지 수협의 유통사업도 까나리 수매에 집중돼 있어 위탁판매나 수매에 한계가 있었다. 주민들은 “지난달 중순께는 집집마다 꽃게 더미가 그득그득해 썩혀 버릴 판이었다”고 말했다.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자 해병 흑룡부대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이 부대 한노수 정훈참모는 “주민들을 돕고 장병들에게도 색다른 식단을 마련해 주기 위해 주둔 이후 처음으로 꽃게를 구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산지에서 바로 잡아 온 백령도 꽃게는 장병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정광필(21) 일병은 “입대 전 집에서 먹었던 꽃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싱싱하고 살이 통통했다”고 말했다.


한만희 옹진수협 백령지점장은 “섬을 지켜주는 해병부대가 어민들의 생업까지 챙겨주니 주민들의 신뢰가 더욱 깊어졌다”고 말했다. 흑룡부대는 앞으로 군인 가족이나 육지의 친지들을 통해 백령도 농수산물에 대한 홍보와 판매 지원도 해 나가기로 했다.


정기환 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