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수호

해상 공권력 강화 밝힌 강희락 해양경찰청장

한부울 2008. 10. 21. 15:52

해상 공권력 강화 밝힌 강희락 해양경찰청장

[중앙일보] 2008년 10월 13일(월) 오전 00:31 

 

 

만난 사람 = 고대훈 내셔널 데스크


10일 오후 인천 해양경찰서 전용부두. 해상 특수기동대 ‘포세이돈팀’의 발대식이 열렸다. 최근 발생한 중국 어선의 난동 사건과 관련, 바다의 주권을 수호하고 해상 공권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다. 수중폭파대(UDT) 출신 등 해경 정예요원 60명으로 구성된 기동대는 전남 흑산도와 인천 앞바다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어선의 진압 작전에 투입된다.


기동대 창설은 최근 중국 어선을 검문하다 해경이 사망하고, 인질로 억류됐던 충격적인 사건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지난달 25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인근 바다에선 불법 조업을 단속하다 중국 선원의 쇠파이프 등에 맞아 해경 1명(박경조 경위)이 숨지고 6명이 부상했다. 지난달 23일엔 해경 6명이 중국 어선을 검문하다 중국 선원들에게 얻어맞고, 인질로 붙들리는 사건도 터졌다. 이후 해경에는 ‘해상 공권력의 굴욕’ ‘해경의 수모’라는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강희락 해양경찰청장을 9일 인천 송도 해경청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해양 주권’ 확보에 고심하고 있었다. “굴욕·수모라는 지적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기동대를 창설하고 무력을 증강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강 청장은 “현실적으로 비무장 민간인(중국 선원)을 조준 사격할 수는 없지 않으냐”면서도 “흉포한 중국 선원에 대해선 총기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경고를 중국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인망 어선이 출어에 나서는 15일부터는 불법 조업 중국 어선들이 쌍끌이로 물고기를 쓸어갈 것”이라며 “이를 잡으려는 우리 해경과 중국어선 사이에 더 심각한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중국 어선이 나포 위험을 무릅쓰고 불법 조업에 나서는 이유는 뭔가.

“중국 연근해에선 고기잡이가 어려운 실정이다. 어민 수도 워낙 많고, 급속한 산업화로 오염이 심해 어종이 고갈되고 있다. 그래서 자꾸 우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넘어와 불법 조업을 한다. 올 들어 나포한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은 194척이고, 2001년 한·중 어업협정 발효 이후로는 2820척이나 된다. 그간 단속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 해경도 30명에 달한다.”


해경의 대처가 너무 소극적 아닌가.

“레이더와 제트기 초계비행을 통해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불법 조업이 의심되는 어선을 발견하면 즉시 대기 중인 함정에 통보한다. 그러면 함정이 출동해 검문하고, 불법이 확인되면 어선을 나포한다. 도주하는 어선을 대형 함정이 직접 따라잡기는 어렵기 때문에 공격조를 태운 소형 고속단정 2척을 보낸다. 숨진 박경조 경위도 고속단정에서 어선으로 올라타던 중 변을 당했다.”


중국 선원의 저항이 얼마나 심한가.

“해경이 접근하면 돌을 던지는 것은 예사다. 도끼·쇠파이프·낫·장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항한다. 갈수록 난폭해지고 조직화한다. 불법 조업을 하다 걸리면 배의 크기에 따라 3000만~5000만원의 담보금(벌금)을 물리는데, 중국 어민에겐 엄청난 돈이다.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저항도 결사적이다. 중국 조직폭력배들이 어선과 함께 수십 척씩 떼지어 어획물 운반선을 몰고와 검문과 나포를 방해한다.”


진압 장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존의 섬광탄과 전자충격기 외에 고속단정에 고압분사기를 설치한다. 일종의 물대포다. 바닷물은 소금기가 있기 때문에 한번 맞으면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 폭력 저항을 제압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 해상 특수기동대에도 1차로 60명, 2차로 100명을 배치할 계획이다. 서해에 있는 대형 함정 16척에 10명씩 공격조로 활용한다.”


위급 상황에선 총기 사용도 고려해야 하지 않나.

“한국 해경은 총을 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쏠 테면 쏴봐라’ 하는 식으로 저항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며칠 전 경고사격을 했다. 경찰관 직무지침에도 생명의 위협이 있거나 정당방위에 해당하면 총기를 쓸 수 있다. 과거에는 분실 위험도 있고 해서 웬만하면 총을 휴대하지 않았다. 앞으로 조장은 권총을 가져가라고 지시를 내렸다.”


외교마찰을 우려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얼마 전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부대사가 찾아왔다. 이 자리에서 민간인이라도 흉포하게 나오면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싱 부대사는 이임을 앞둔 닝푸쿠이(寧賦魁) 대사를 대신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뜻을 전하면서 교육도 시키고 관리·단속을 하지만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요즘 독도 상황은 어떤가.

“사흘에 한 번꼴로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순시선이 출현한다. 독도를 기점으로 13~15해리(24~28㎞) 해상까지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경 경비함정은 일단 영해선(12해리 ) 안쪽에서 레이더로 감시활동을 한다. 만일 일본 순시선이 영해선에 가까이 다가오면 우리 함정도 출동해 근접 경계태세를 갖추게 된다. 7월 일본 교과서 파문 이후 경비함을 2척으로 증강했다.”


일본 우익단체 등 민간 선박은 넘어오지 않았나.

“아직은 그런 일이 없다. 일본 배가 나타나면 독도 레이더 기지에서 제일 먼저 발견하고, 함정에서도 레이더를 감지한다. 영해 침범 시 위기 상황별 조치사항을 규정한 매뉴얼이 있다. 정선-검색-나포의 3단계로 대응한다.”


일본과 무력충돌이 벌어진다면 대응 능력은.

“솔직히 화력으로는 우리가 일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일본 순시선은 40㎜ 자동포를 달고 있는데, 우리는 20㎜ 발칸포다. 사정거리는 일본이 7000m지만 우리는 2000m에 불과하다. 일본 순시선이 멀리서 포로 공격하면 우리가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도 새로 건조하는 함정에는 40㎜ 자동포를 달아 전력을 증강할 계획이다.”


그 정도로 전력에 열세인 줄은 몰랐다.

“국토의 3면이 바다인 ‘해양 국가’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바다에 대한 투자는 적었던 탓이다. 비행기는 터보 제트기 1대뿐이다. 그래서 프로펠러기를 올해 1대, 내년 4대 도입하기로 했다. 제주·인천·목포·부산·동해에 각 1대를 배치할 계획이다. 헬기는 현재 14대를 운영하고 있다.”


함정은 충분한가.

“현재 총 276척이 있다. 이 중 1000t 이상 대형은 24척이다. 단순 비교를 하자면 일본(470여 척)의 57%, 중국(1200여 척)의 22% 수준이다. 2012년까지 대형 함정을 33척으로 증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9척을 추가 건조 중이다.”


강력한 해경이 되려면 ‘투자’가 있어야 한다.

“올해 예산이 8134억원인데, 인건비 같은 경상경비를 빼고 4290억원을 사업비로 쓰고 있다. 배 한 척 움직이려면 기름값이나 운영비가 워낙 많이 들어간다. 선박 건조비 부담도 크다. 3000t급 함정 1척 건조에 1000억원이 든다.”


인력·조직을 확충할 계획은.

“현재 3592명인 해경 전경을 2012년까지 전원 감축해야 한다. 해경 인력의 3분의 1이 넘는다. 전경 정원의 30%인 1077명을 단계적으로 경찰관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8월에 제주 서귀포서를 신설했고, 평택(경기)·진해(경남)·울진(경북)에도 해경서 필요가 있다.”


일반 경찰과 해경은 어떤 차이가 있나.

“치안에 ‘블루오션(미개척 시장)’이 있다면 해경이다. 해상 범죄뿐 아니라 기름유출 등 해양오염 방제와 사고 처리, 해상 밀수·밀입국 단속 등 바다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맡는다.”


정리=주정완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강희락 해경청장은


강희락(55·사진) 해양경찰청장(차관급)은 1953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경북 사대부고, 고려대 법학과와 법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사시 26회(84년)에 합격한 뒤 경찰의 길을 택했다.


서울경찰청 형사과장, 경찰청 수사국장을 거친 수사 통이며 서울과 지방의 일선 경찰서장 및 부산·대구 경찰청장을 경험해 현장에도 밝은 편이다. 인간적인 친화력이 강하고, 좌중을 휘어잡는 입담이 뛰어나다. ‘희락주’라고 불리는 자신의 주법이 있을 정도로 애주가다.


지난해 경찰청 차장 시절엔 기자실 폐쇄를 둘러싸고 기자들과 한때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새 정부 들어 경찰청장 후보로도 강력히 거론됐으나 이명박 대통령과 고대 동문에다 TK(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3월 해양경찰청장으로 부임한 뒤 동·서·남해에서 2박3일씩 함정 생활을 체험하고, 낙도와 오지의 해경 출장소를 찾아 부하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따뜻한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미국 해안경비대(Coast Guard)처럼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배 타는 것 자체가 위험한 데다 한번 바다에 나가면 7~8일씩 격리되고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해야 한다”며 해경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부탁했다.


주정완 기자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