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삼한역사

개천절 제천 의식에 천문학 유산 담겨 있다

한부울 2008. 10. 3. 11:46

개천절 제천 의식에 천문학 유산 담겨 있다

[조선일보] 2008년 10월 02일(목) 오후 03:24


예로부터 개천절(開天節)에 지내던 제천(祭天) 의식에 옛 천문학 유산이 담겨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천문연구원 양홍진 박사는 지난 1일 대전에서 열린 ‘고(古)천문 워크숍’에서 강화도 마니산 참성대와 태백산 천제단, 북한의 구월산 삼성사에서 열려온 개천절 제천(祭天) 의식에 담겨있는 천문학 요소를 발표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마니산 참성단 제천행사에 나오는 칠선녀(七仙女)의 이름. 이들은 각각 천추(天樞)·천선(天璇)·천기(天璣)·천권(天權)·옥형(玉衡)·개양(開陽)·요광(搖光)이라 불리는데, 바로 고(古)천문학에서 북두칠성을 이루는 7개 별의 이름이다. 1만원권에 나오는 천문관측기기 혼천의(渾天儀)는 선기옥형(璇璣玉衡)이라고 부르는데, 북두칠성 중 천선·천기·옥형을 합한 이름이다.


양 박사는 “특히 신라시대부터 지내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 태백산 개천대제에서는 천문학 유산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개천대제에서는 천제단의 동서남북으로 각각 7개의 깃발이 세워지는데, 그 안에는 크고 작은 원이 선으로 연결된 그림이 그려져 있다. 바로 동양의 전통적 별자리 28개다. 천제단 안쪽에는 북두칠성과 해와 달을 상징하는 별자리 깃발이 새워진다. 양 박사는 “일부 별자리가 겹치거나 위치가 틀린 부분이 있으나 대부분 고천문도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태백산 개천대제는 일제 강점기에 사라졌다가 1980년대 중반 복원됐다.


제천 의식의 장소는 이후 천문대로 발전한 것으로 추정됐다. 양 박사는 “참성단과 천제단, 삼성사의 제천대(祭天臺)는 바깥쪽은 원형이고 안쪽은 사각형인 이른바 천원지방(天圓地方) 구조로, 신라 첨성대 맨 위층 구조와 매우 흡사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조선시대 천문기상 관측기록지인 서운관지(書雲觀志)에 따르면 특이한 천문현성이 있으면 천문학자를 마니산으로 보내 관측하도록 했다는 기록도 나온다.


우리 민족은 고조선 때부터 음력 10월에 한해 농사에 감사하는 제천행사를 치렀다고 전해진다. 고조선 멸망 후 제천행사는 고구려의 동맹(東盟), 부여의 영고(迎鼓), 예맥의 무천(舞天) 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1949년 10월 1일 공고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은 문명시대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음력으로 지내오던 개천절을 양력으로 바꾸었다. 이날 워크숍에서 고등과학원 박창범 교수는 “우리 고유의 음력은 현실 생활에 밀접한 정보를 주는 과학적인 달력”이라며 개천절의 음력 복원을 주장했다.


이영완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