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日·러 北 체제 연착륙 유도 동상이몽
[세계일보] 2008년 09월 22일(월) 오후 07:27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를 계기로 북한의 변화에 대비한 각국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북한의 혼란과 급변사태는 한반도 평화는 물론, 동북아 지역의 질서와 균형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 4강은 북한 체제의 ‘연착륙’을 우선 목표로 잡고 있다. 그러나 연착륙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고 외교력을 총동원해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병상 위임통치’ 국면은 한반도 외교전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다.
◆중국의 전략적 선택은=중국은 현재 정치·경제적으로 북한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다. 오랜 우방과 ‘혈맹’의 관계에 기반한 정치·군사적 영향력과 함께, 북한이 수입하는 생필품의 80%를 공급하고 북한에서 생산되는 천연자원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는 경제적 영향력 역시 막대하다.
중국의 이런 대북 영향력은 ‘포스트 김정일 체제’라는 전환기에 ‘친중정권 수립’을 지원하는 형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통일연구원 전병곤 연구위원은 22일 “북한이 안보적으로 완충지 역할을 한다는 점, 대규모 난민 유입과 국지적 무력 충돌 가능성 등 북한 급변사태로 인한 직접적 피해를 고려해 중국은 북한의 안정을 최우선시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과정에서 중국의 영향력 유지·확대를 위한 친중 성향의 지도부 형성에 정치·외교·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관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수는 미국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라는 미국과의 공동 목표를 형성한 뒤 견제를 통한 일정 수준의 영향력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전 위원은 “중국은 6자회담이나 유엔을 통한 다자적 접근으로 미국을 견제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평화유지군 참여 등을 통해 영향력 확보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북핵관리 중시=미국의 전통적 동북아 정책은 한·미·일 군사동맹을 통한 북한의 유사사태 대비다. 그러나 최근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 징후가 나타난 이후 중국과도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해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까지 미 국방부에서 한·미동맹과 대북정책을 담당했던 마이클 피네건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16일 보고서에서 “김 위원장이 건강을 회복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권한을 이양하게 돼 있다. 한·미동맹은 양국의 대응에 문제가 없도록 중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북핵의 안정적 통제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반영돼 있다. 핵무기를 보유하는 북한이 권력 공백 상태로 혼란에 빠질 때 핵무기와 핵물질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고 보고, 현실적으로 이를 관리할 능력이 가장 큰 중국과의 협력이 중요하게 거론되는 것이다. 미국은 김 위원장이 핵과 군부를 안정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갑작스러운 퇴장을 염려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은 동북아에서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한·미·일 협력체제 구축에도 상당한 공을 들일 것이란 관측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제동이 걸렸던 급변사태에 대비한 한미 공동대응 방안도 주요 단기 과제 중 하나다.
◆발언권 강화 꾀하는 일본과 러시아=일본 역시 동북아의 북한 변수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가다. 북한의 불안정성이 자신들의 안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미·일동맹을 통해 한반도 유사사태에 대비한 조치를 체계적으로 준비해 왔다. 이와 더불어 북한에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것에도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 교수는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통한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에 주력하는 가운데 북일 납치자 문제 협상으로 구축된 직접 대화 채널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직접적 관계가 없는 일본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러시아와 협력해 ‘지분 참여’를 꾀할 가능성도 있다. 정전협정에 서명한 한국전쟁 당사자인 미국, 중국과 달리 러시아, 일본은 6자회담 참가국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발언권이 없다.
세종연구소 정은숙 지역연구실장은 “한반도에서 입지가 약한 일본과 러시아가 상호 협력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면서 “특히 러시아는 정치적으로 다자안보체제를 동원하면서 경제적으로는 에너지와 철도를 활용한 실리를 추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민 기자 세계일보&세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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