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 민족 뒤섞인 '카프카스 화약고' 불붙나
[조선일보] 2008년 08월 26일(화) 오전 02:38
러시아 의회는 25일 그루지야 내 친(親)러시아 자치지역인 남오세티야·압하지야의 독립을 승인하기로 했다. 이탓에, 두 자치지역이 위치해 있는 카프카스(영어명 코카서스·Caucasus) 산맥 일대에 산재하는 무려 50여 개 소수 민족 사이에서 들끓고 있는 분리·독립운동의 '뇌관'을 건드린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핵 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미 해군 구축함 맥폴(McFaul)호가 24일 그루지야에 입항해 러시아와의 사이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카프카스에 이질적 민족들 혼재
러시아 상·하원은 이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Medvedev) 대통령에게 조만간 남오세티야·압하지야의 독립 승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는 각각 1991년과 1992년에 그루지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으나,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두 자치지역이 속한 카프카스는 가뜩이나 소수 민족들의 분리·독립 요구가 요동치는 곳이다.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위치한 카프카스는 산맥을 중심으로 러시아 쪽 북(北)카프카스와 그루지야·아제르바이잔 쪽 남(南)카프카스로 구분된다. 한반도의 배(倍)가 넘는 약 44만㎢의 카프카스 지역에는 50여 개 민족 약 2000만 명이 서로 혼재해 살고 있다. 통용되는 언어만도 40여 종에, 러시아 정교·이슬람·그리스도교 등이 공존한다.
이들 이민족들을 예로부터 한 곳으로 유인한 것은 이곳의 지형과 자원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엘브루스산(해발 5633m)에서 러시아 쿠반 곡창지역까지 지형적으로 다양하고, 수력자원과 석탄·철광석 등 광물자원이 풍부하다.
이들 민족 간 갈등은 과거 억압적인 소련 시절에는 수면 아래에서 잠재했다. 소수민족 출신도 공산당 간부에 임명하는 등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Stalin)의 강력한 동화(同化)정책도 작용했다. 스탈린 자신이 이곳 그루지야 출신이다. 그러나 1991년 소련이 붕괴하고, 카프카스 일대가 러시아·그루지야·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으로 분리되면서 소수 민족들의 독립 요구는 거세게 분출했다. 이미 체첸 민족은 러시아와 두 번이나 전쟁을 치렀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도 유혈 충돌했다.
최근에는 이곳의 석유자원, 유럽·러시아와 중동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중요성을 노린 러시아와 서방이 이들 소수민족의 분리·독립 운동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미 구축함 그루지야 도착
미 해군 구축함 맥폴(McFaul)호는 24일 그루지야 난민(難民) 지원을 명분으로, 흑해 연안의 그루지야 바투미 항(港)에 도착했다. 구호물자를 실은 미 구축함은 이번 주에 두 차례 더 그루지야에 도착한다. 흑해에는 또 이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소속의 미국·독일·폴란드·스페인의 군함이 진입해 정찰 임무에 나섰다.
아나톨리 노고비친(Nogovitsyn) 러시아 참모차장은 25일 "나토 군함들이 구호물자 수송을 핑계로 흑해에 머무르는 것은 긴장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바투미에서 북쪽으로 50㎞ 지점에 위치한 그루지야 포티 항을 이미 장악, 해상검문소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군은 '느림보 철수' 속에서 그루지야 영토 안에 설정한 '완충지대' 안팎에서 철도·도로 등 기간시설을 파괴하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25일 보도했다.
모스크바=권경복 특파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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