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제2의 그루지야 사태’ 뇌관 되나
[한겨레신문] 2008년 08월 28일(목) 오후 09:37
미-러 군함 충돌 가능성
프랑스 “러, 우크라 등 겨냥”
BBC “신냉전 확산 시험대”
그루지야 전쟁의 불똥이 흑해에서 강대국들의 군사적 대치를 야기하며 전통적인 전략적 요충지인 흑해 연안의 크림반도로 튀고 있다.
미국 연안경비함 댈러스호가 27일 구호물품 수송을 명분으로 흑해의 바투미항에 정박했지만, 사실상 러시아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고 <모스크바 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바투미항은 러시아군이 장악하고 있는 포티항에서 80㎞ 떨어져 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소속 함정 10척이 인도적 명목으로 흑해에 진입해 있어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그루지야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표명해온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7일 “세바스토폴에 있는 러시아 흑해함대 기지의 임대료를 인상하겠다”며 러시아를 압박했다. 남오세티야에서 벌어진 무력충돌의 위기감이 그대로 크림반도로 옮겨온 셈이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27일 “전략적 요충지인 크림반도가 신냉전의 확산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림반도가 ‘제2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무장관도 “러시아의 또다른 목적은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몰도바에 있으며, 이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도 크림반도가 속해 있는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그루지야를 침공한 러시아에 맞선 가능한 한 확대된 연합전선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방의 다급함은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전략적 요충지 구실을 해온 크림반도의 중요성에서 나왔다. 크림반도는 옛소련 지역에서 지중해로 나아가는 유일한 통로인 흑해에 위치해 있다. 지정학적 중요성으로 인해 이 지역의 세바스토폴항에는 소련의 흑해함대 기지가 설치돼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종반에 미국과 영국, 소련의 수뇌부가 모인 얄타회담의 개최지 얄타도 크림반도 남부의 항구도시다.
크림반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패권다툼은 19세기부터 치열했다. 1854년 크림반도와 흑해의 지배권을 두고 러시아와 영국, 프랑스 등 서방연합군이 벌인 크림전쟁이 대표적이다. 1954년 니키타 흐루쇼프가 소련을 이끌던 시절 그 행정권은 우크라이나에 속했으나, 우크라이나가 소련 해체 뒤 독립하면서 영유권을 가져갔다. 지금도 크림반도 인구 200만명의 대부분은 러시아인이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에도 크림을 차지하려는 갈등은 끊이지 않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1997년 러시아가 향후 20년 동안 세바스토폴 항구를 사용키로 하는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2004년 오렌지혁명으로 우크라이나에 친서방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지역의 긴장감은 한층 고조돼 왔다.
<비비시>는 “그루지야 자치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독립 승인이 서방을 그토록 당혹스럽게 하는 진정한 이유는 향후 유럽의 국경선이 러시아의 힘의 논리에 따라 다시 그려질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황보연 기자 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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