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공정-올림픽을 ‘백두산 = 중국 땅’ 선전장으로
[미주중앙일보 2008.07.18 13:56:41]
중국 정부의 백두산 일대 개발 사업이 베이징 올림픽에 맞춰 거의 완성 상태다. 중국 정부가 3년 전부터 추진해온 ‘백두산 공정’이 상당히 진척된 것이다. 한민족의 성산인 백두산이 중국의 것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해질 조짐이다. 중국 동포들이 가장 많은 옌볜(延邊)자치주에선 16일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식이 치러졌다. 중국 전역을 순회하는 봉송 행사의 일환이지만, 백두산 일대에선 한민족의 발자취가 점차 희미해지는 분위기가 확연했다. 두 차례에 걸쳐 전한다.
15일 오후 중국 지린(吉林)성 바이산(白山)시 쑹장허(宋江河)진에서 9㎞ 떨어진 백두산의 해발 883m 지점. 백두산 서쪽 능선의 울창한 원시림을 배경으로 창바이산(長白山)공항이 한눈에 들어왔다.
백두산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2006년 7월께 착공해 최근 완공한 공항이다.
백두산 관광 성수기를 맞아 공항 일대에는 4차로 도로 포장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공항 관계자는 “이르면 28일께 정식 개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연간 50여만 명의 여객이 이용할 이 공항이 주목 받는 이유는 달리 있다. 중국 정부가 2005년 8월 백두산(중국명 창바이산)을 옌볜 조선족 자치주로부터 분리해 지린성 산하 창바이산 보호·개발구 관리위원회 직할로 바꾸면서 시작한 ‘백두산 공정’의 핵심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창바이산 공항은 바이산 시내에서 동쪽으로 153㎞ 떨어진 곳에 건설됐다. 대도시 인근에 공항을 짓는 관행과 달리 이 공항은 특이하게도 백두산 쪽으로 치우쳐 들어섰다. 백두산 동쪽은 북한 땅이지만 남·서·북쪽은 현재 중국이 관할하고 있다.
창바이산 공항은 바이산시 동쪽 153㎞, 백두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54㎞ 지점에 건설됐다. 공항은 중국 쪽에서 백두산을 오르는 3개 루트에 가장 근접한 지점이다. 창바이산 공항에서 북쪽 루트까지는 104㎞다.
개발구 관리위는 창바이산 공항과 북쪽 루트를 잇는 비포장 산길을 현재 대대적으로 포장하고 있다. 반면 조선족자치주 중심 도시인 옌지(延吉)에서 백두산 북쪽 루트 입구인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진까지는 250㎞. 창바이산 공항이 열리면 옌지는 쇠락할 것이 뻔하다.
◇5개월간 14개 홍보 이벤트=29일부터 창바이산 일대에서는 ‘중국 창바이산 국제 관광축제’가 열린다.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관광국과 지린성 정부가 공동 주최하는 대규모 행사다. 5개월간 14개 대형 이벤트를 연다.
창바이산 개발구에 따르면 관광 축제 기간에 봄·여름·가을·겨울의 백두산 관광 상품을 대대적으로 소개하고 올림픽 경기 관람을 위해 중국을 찾은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도 ‘창바이산=중국 땅’을 집중 홍보할 예정이다. 창바이산 공항이 28일 개항하는 것도 이 행사에 맞추기 위해 일정을 조정했다고 한다.
중국 측은 백두산과 중국의 역사·문화적 연관성을 강조하기 위한 각종 활동도 벌이고 있다. 창바이산 문화연구회는 1일 백두산 일대를 ‘창바이산 문화 연구 기지’로 지정했다.
연구회는 ‘동북공정’으로 물의를 빚었던 지린성 선전부 부부장 장푸유(張福有)가 회장으로 활동하는 관변 조직이다. 앞서 창바이산 관리구 위원회와 창바이산 문화연구회는 청나라 말기의 지방관 유건봉(劉建封)의 백두산 답사 10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 세미나를 이달 초 백두산 일대에서 개최했다.
◇조선족과 백두산 떼어놓기=백두산의 관할권이 옌볜자치주에서 창바이산 관리구로 넘어간 지 3년이 지나면서 백두산에서 조선족의 이미지를 분리하려는 움직임은 더 두드러졌다. 옌지의 조선족들은 “과거에 옌볜자치주 주장의 직접 지시를 받았지만 지금은 주장은 영향력이 없다”고 개탄했다. 얼다오바이허의 개발구 관리 위원회는 창바이산의 중국 브랜드 상품화를 적극 추진하고 광천수를 개발하는 한편으로 스키장과 레저 시설도 확충하고 있다.
옌지에서 만난 한 조선족 지도층 인사는 “창바이산 공항이 완공돼 옌지를 거치지 않고 백두산으로 직접 가는 관광객이 늘면 옌볜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조선족 사회와 백두산의 거리감도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이산=장세정 특파원 조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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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쪽 천지까지 빌려 주차장 개발
[미주중앙일보] 2008년 07월 18일(금) 오후 01:51
중국이 백두산 개발을 통해 ‘백두산 공정’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북한은 경제난으로 매우 무기력한 모습이다. 이런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15일 오전 중국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 조선족 자치현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40㎞를 달려가 백두산의 남쪽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지린성 직속의 창바이산 보호·개발구 관리위원회가 지난해부터 집중 개발하고 있는 츠난(池南)관광 개발구다. 츠난은 백두산 천지를 기준으로 남쪽에 있는 땅이란 뜻이다.
지난해 7월 시범적으로 개방한 이곳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이달 말 국내외 일반 관광객을 맞는다. 개발구는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천지 남쪽 정상까지 올라가는 왕복 2차선 도로 포장공사를 이미 마쳤다. 이 도로는 북한과 중국의 국경선을 따라 압록강 상류의 중국 쪽에 건설됐다. 북한 쪽은 도로가 뚫려 있지 않았다.
창바이산 개발구 산하에 설립된 국유기업인 츠난관광지 관리공사 소속의 승합차 20여 대가 이 길을 따라 쉴 새 없이 관광객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천지가 있는 정상까지 가기 위해서는 100위안(약 1만5000원)의 입장료와 별도로 승합차 요금 80위안을 내야 했다.
임시 매표소에서 북한과 중국의 국경선을 따라 10여㎞ 올라가니 중국 측 국경수비대 건물이 보였다. 이 부대 바로 위에서 정식 매표소가 곧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200여 대를 세울 수 있는 대형 주차장 마무리 공사도 한창이었다.
내·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중국인 승합차 운전기사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위험천만하게 차를 몰았다. 천연 원시림이 눈앞에 펼쳐지나 싶더니 정상이 다가오자 관목 숲에 이어 초원지대가 광활하게 펼쳐졌다.
정식 매표소를 출발해 40여 분 동안 30여㎞를 달려가니 천지에 도착했다. 불도저와 대형 트럭이 주차장 확장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10대 정도를 세울 수 있는 기존 주자창은 중국 땅 위에 있었지만,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명백히 북한 땅이었다. 현지 업체 관계자는 “관광객이 급증하는데 정상 부근의 가파른 지형과 국경선을 감안하면 중국 쪽에는 주차장 만들 땅이 없어 지난해 8월 북한 땅(약 330㎡)을 장기간 사용하기로 북한 측 국경수비대와 계약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또 “중국 측은 대가로 북한 국경수비대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물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물품’에 대해 “현금은 아니다. 그쪽이 지금 가장 필요한 게 뭔지는 다 아는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돈이 아니라 식량을 주기로 했다는 말이냐”고 재차 물었더니 그는 “당연하다”는 눈짓을 했다. 최근 이 일대를 심층 답사한 박선영 포스텍(포항공대) 교수도 “창바이산 관리구 측 관계자로부터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영토를 내주고 식량을 챙기는 북한의 참담한 현실이 개탄스러웠다”고 말했다.
하산길에 보니 정식 매표소 위쪽 3㎞ 지점에 중국 츠난관광지 관리공사가 운영하는 래프팅장이 있었다. 천지의 물이 흘러내려 형성된 압록강의 최상류 청정지역인 이곳에서 매표소까지 3㎞를 내려가는 코스였다. 중국인 승합차 운전자는 “80위안만 내면 중국과 북한 국경선 이쪽저쪽을 왔다갔다하며 환상적인 래프팅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에게 80위안 가운데 얼마를 북한 측에 주느냐”고 물었더니 “한 푼도 안 준다”고 했다. 그는 “북한 병사들이 배고프다며 밥을 달라고 하면 언제든지 밥을 주기로 했을 뿐 별도의 이권 계약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측은 자연보호를 위해 1급수에만 사는 산천어 낚시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북한 병사들이 산천어를 낚시하는 광경을 자주 본다. 그만큼 식량이 부족하다고 들었다. 이틀 전에는 굶주린 북한 병사가 병영을 이탈해 중국과 북한 수비대가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백두산 천지의 약 55%를 영유하고 있어 백두산 개발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현장을 둘러보니 북한은 개발의 능력도, 의지도 없어 보였다. 오히려 중국에 선수를 빼앗기고, 당장의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백두산 공정’에 휘말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들었다.
창바이산(백두산)=장세정 특파원 조인스
한겨레사진-가속도 붙는 ‘백두산의 중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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