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中-러, 北개방 이후를 노려라 …두만강변이 뜨겁다

한부울 2008. 7. 28. 16:46
 

中-러, 北개방 이후를 노려라 …두만강변이 뜨겁다

[동아일보] 2008년 07월 28일(월) 오전 02:58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의 나진항 등 두만강 인근 국경지역에서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교착상태에 있던 북핵 6자회담이 재개되면서 향후 북한의 개방을 노린 두 나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엎치락뒤치락 경쟁


지난해까지 북한 국경 인근에서 개발을 주도한 나라는 중국이었다.


중국은 2006년부터 수십억 달러를 들여 북한 나선시 원정리에서 나진항까지 이어지는 48km 구간의 도로를 건설하고 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이 전했다. 두만강 북쪽 중국 본토로부터 나진항을 연결해 태평양 쪽 물류 출구를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중국은 또 나진항의 50년 개발사용권을 확보하고 3호 부두를 확대하는 한편 나선시 내에 5km² 규모의 보세가공지구 및 공단을 건설한다는 계획도 세워 놓았다. 하지만 북한 국경을 넘어 태평양 항로를 개척한다는 중국의 동진(東進) 정책은 오일머니를 축적한 러시아의 남진(南進) 정책과 충돌하고 있다.


이타르타스통신은 러시아가 1억 달러를 투자해 북한 나진항에 컨테이너 터미널을 건설하기로 올해 4월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철도공사(RZD)와 북한 나진항은 각각 70%와 30%의 지분으로 컨테이너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러시아는 또 북한과 송전선 연결에 합의했으며 RZD는 나진∼하산 철도 현대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RZD는 하산과 나진항을 잇는 54km 철도 현대화 사업에 30억 달러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나진항 선점 경쟁에서 러시아가 중국을 압도하자 중국도 재반격 카드를 꺼내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은 “나진항 진출 통로가 좁아지자 중국 정부가 러시아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 자루비노 등의 항구와 훈춘을 잇는 간선도로 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고 전했다.


○ 북한 꽃놀이패 전망은 불투명


바실리 미헤예프 러시아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 동북아연구센터 소장은 “북한 접경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경쟁은 대북 영향력 확대를 위한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핵 6자회담 재개 이후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 국경에서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중국이 맘에 들지 않으면 파트너를 미국이나 러시아로 바꾸는 이른바 ‘꽃놀이패’를 쥔 셈이다.


하지만 북한에 유리한 정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1990년대 초반부터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 설치 등의 카드로 한국 중국 러시아를 끌어들이려 했으나 지금까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반 사프란추크 모스크바 세계안보연구소장은 “북한이 국경 무역을 위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면 국경 개발사업도 주변국의 사정에 따라 출렁댈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