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초 장거리 로켓 ‘대신기전’ 완벽 복원
[동아일보] 2008년 07월 04일(금) 오전 02:58
15세기 무렵 세계 최장거리 로켓 병기였던 ‘대신기전(大神機箭)’이 거의 완벽한 모습으로 다시 살아났다. 국방과학연구소(ADD·소장 박창규)는 1년여의 연구를 거쳐 올해 4월 대신기전 복원을 마쳤다고 3일 밝혔다. 프로젝트 이름은 ‘대신기전 재현’. 조선 초기의 ‘장거리 미사일’이 부활한 것이다.
‘신기전’은 로켓 기술을 활용한 조선시대 병기로 1993년 대전엑스포 개최 때 복원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는 크기가 작은 ‘소·중신기전(小·中神機箭)’ 복원에 그쳤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세종 때 편찬된 ‘병기도설’ 기록에 따라 대신기전을 재현했다”며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인 조선의 화약 기술을 가늠해 본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15세기 세계 최초의 미사일
대신기전은 적지에 날아가 폭발하는 ‘미사일’이다. 길이 5.6m에 무게가 7∼8kg이다. 사거리를 늘릴 목적으로 화살에 로켓을 달아 사용하는 소·중신기전과 차별화된다. 대·중·소신기전의 3종류 ‘로켓’은 1448년 개발돼 유럽보다 350여 년 앞선다. 비슷한 형태의 로켓은 영국에서 개발된 6파운더(6-POUNDER)로 1805년 개발됐다.
대신기전에 장착된 발화통(탄두)에는 폭음과 불꽃을 일으켜 적병이나 말 등을 놀라게 하기 위한 폭약이 장치된다. 이번에 복원된 것은 아니지만 대신기전의 또 다른 종류로 산화신기전(散火神機箭)이 있다. 발화통 내에 철편(鐵片)을 포함하고 있어 살상 효과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역사학자들은 대신기전이 압록강이나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북쪽 이민족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사 연구관은 “대신기전의 사거리는 2km로 당시로서는 세계 최고였다”고 설명했다.
○ “복원 과정 최대 난제는 약통”
대신기전의 약통(로켓)은 전통한지를 탄탄하게 감아 만든다. 복원 과정에서 연구팀을 가장 괴롭혔던 부분이다. 연구를 주도한 국방과학연구소 조진래 박사는 “화약 사이에 조금이라도 빈 공간이 생기면 연소 표면적이 증가해 갑작스럽게 폭발해 버리기 일쑤였다”고 설명했다. 재료인 한지를 구하는 것도 큰 문제였다. 사료에 따르면 대신기전은 닥나무 100%로 만들어진 전통한지가 쓰인다. 그러나 연구팀은 약통 제작에 필요한 두루마리 형태로 만들어진 것은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닥나무 90%, 펄프 10%로 구성된 한지로 대신기전을 재현했다.
전통적인 흑색 화약 제조도 난제 중 하나로 꼽힌다. 화약에 산소를 공급하는 물질인 ‘염초’를 제작해야 했지만 성분을 맞추기 어려웠다. 말 오줌, 부뚜막의 재 등을 구하기 위해 전국의 시골마을을 찾아보기도 했으나 허사였다. 연구팀은 최종적으로 질산칼륨(KNO3·염초의 주성분)을 사용했다.
조 박사는 “로켓은 수학 물리 화학 등 기초과학이 고도로 발달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첨단무기”라고 밝혔다.
○ 채연석 항우硏 박사팀도 복원 한창
현재 대신기전은 고대무기 전문가인 채연석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팀에서도 복원하고 있다. 채 박사는 과거 소·중신기전을 모두 복원해낸 인물이다. 이미 최대 난제인 약통 복원을 완료하고 점화 시험에 한창이다. 국방과학연구소가 화약 한지 등의 성분을 일부 조정한 것과 달리 전통적인 제작 방법을 철저히 고수할 계획이다.
채 박사는 “화약이나 한지 제조 기술을 가진 전통 장인들과 함께 복원 작업을 마무리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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