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퍽, 22년 쌓인 ‘핵 위협’ 순식간에 와르르
[한겨레신문] 2008년 06월 27일(금) 오후 10:00
영변 냉각탑 폭파 순간
폭발음과 함께 먼지…잔해·철근만 덩그라니
생중계 안돼 녹화…3시간 뒤 전세계 방송
미 의회·언론 “대북유화정책의 승리” 한목소리
“펑~퍽! 퍽! 퍽!”
지난 22년간 ‘북핵 위협의 상징’으로 미국 인공위성의 집중 감시대상이었던 영변 핵단지의 냉각탑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렸다.
2008년 6월27일 오후 5시5분 폭발음과 함께 냉각탑 꼭대기에선 화염과 잔해의 먼지가 하늘로 솟구쳤고, 냉각탑 밑둥치에서도 흙먼지가 흩어졌다. 냉각탑은 왼쪽으로 기우뚱하며 무너져 내렸다. 폭발로 해체된 냉각탑 잔해더미가 뿜어내는 먼지는 그 반대쪽으로 낮게 깔리며 멀리멀리 퍼져갔다.
폭발 현장에서 1km 남짓 떨어진 언덕에서 폭파 상황을 지켜보던 성 김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끄덕이며 얇은 웃음을 지었다. 성 김 과장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국제원자력기구 관계자 등 현장에 있던 이들은 디지털 카메라를 연신 터뜨렸다. 냉각탑 폭파를 실무적으로 준비·진행한 북쪽 관계자들은 굳은 표정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준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 장면은 27일 오후 8시께 <문화방송>과 <시엔엔>(CNN) 등을 타고 전세계에 송출됐다. 이날 폭파는 오후 5시5분쯤 이뤄졌다. 하지만 영변 현지에 위성송출 설비가 없어, 방송사들이 폭파 장면을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들고 평양으로 돌아와 중계하면서 거의 3시간 정도 시차가 발생했다.
냉각탑 주위에 먼지가 가라앉자 북쪽 관계자들은 현장에 초청받은 언론의 현장 접근을 허용했다. 콘크리트 잔해와 삐져나온 철근이 카메라 앵글에 가득 들어왔다. 영변의 냉각탑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모든 원전에 냉각탑이 필수적인 건 아니다. 고리·울진 등 바닷가에 자리잡은 남한의 원전은 원자로의 열을 식히는 데 바닷물을 활용할 수 있어 냉각탑이 없다. 그러나 내륙인 영변에 위치한 5MW 원자로는 열을 식혀줄 냉각탑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영변 5MW 원자로가 가동되면 냉각탑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1990년대 초반 이후 미국이 영변 핵시설의 가동 상황을 감시하려고 인공위성 사진 촬영을 할 때 가장 관심을 가졌던 대상이다. 북쪽이 일부러 마른 종이를 태워 연기를 피워올림으로써 미국의 정보 분석을 교란하려 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날 폭파된 냉각탑이 ‘북한 핵위협의 상징물’로 인식돼온 이유다.
북한의 26일 핵신고서 제출과 27일 냉각탑 폭파,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조처 등에 대해 미국 의회와 언론은 6자 회담 등 다자외교와 미국의 대북 유화정책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미국 상·하원 외교위원장은 26일 “핵폐기 과정에서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해 45일간의 유예기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행정부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조처에 제동을 걸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조지프 바이든 상원 외교위원장은 “북한이 할일을 다한다면 우리도 우리 할일을 다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워드 버먼 하원 외교위원장도 “테러지원국 지정이 정식 해제되는 향후 45일 이내에 부시 행정부가 검증 활동을 벌이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선 주자들은 다소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진일보한 것이지만 다른 후속 조처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우리의 목표가 한반도에서 전면적이고 항구적이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이제훈 류이근 기자 한겨레
***************************************
[telegraph]
'북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北, 300m 이내서 정조준 사격 했다 (0) | 2008.07.15 |
---|---|
영변 냉각탑 폭파, 北核 역사와 전망-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0) | 2008.06.29 |
김일성, 스탈린 낙점으로 지도자 훈련받아 (0) | 2008.06.25 |
김정일 세계 2번째 최악의 지도자[포린폴리시] (0) | 2008.06.24 |
우라늄 농축기술,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가 北에 몰래 전달 (0) | 2008.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