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변 냉각탑 폭파, 北核 역사와 전망-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한부울 2008. 6. 29. 15:18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영변 냉각탑 폭파’ 北核 역사와 전망

[문화일보] 2008년 06월 28일(토) 오전 09:52


27일 북한 핵개발의 상징이 사라졌다. 북한은 이날 오후 평양 인근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한·미 양국은 그동안 인공위성을 통해 이 냉각탑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를 관찰하고 분석해 북핵개발의 상황을 지켜봐왔다. 대신 이날은 북핵 6자회담 참가국의 취재진과 미국측 회담 차석대표인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 등이 현장에서 무너져내리는 냉각탑 폭파 장면을 지켜봤다.


북한은 이같은 공개행사를 통해 전 세계에 핵폐기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과시하고 ‘이제 국제사회의 정당한 일원으로 받아들여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북한은 의장국인 중국에 핵신고 서류를 제출했고,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환영의 평가와 함께 즉각 테러지원국 해제를 약속했다. 오랫동안 한반도를 덮어왔던 핵 먹구름이 말끔히 걷히게 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북핵폐기의 대장정이 시작되는 이즈음에 한반도를 극도로 긴장시켰던 북핵 개발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해본다.


1.북한은 언제부터 핵개발 나섰고, 어떤 핵시설이 있으며 어떤 규모인가.


북한의 핵개발 역사는 50년 정도 된다. 북한은 1955년 핵물리학연구소를 설치하기로 결정한 후, 1956년 3월 소련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정’을 체결한다. 이 협정에 따라 1963년 평양 북방 92㎞ 지점의 영변에 2㎿ 용량의 소형 원자로 IRT-2000이 도입된다.


이와 병행해 약 300명의 북한 핵전문가들이 소련의 핵연구단지에 파견되어 교육을 받았다. 북한은 7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핵무기 개발로 방향을 잡았다. 7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가입을 시작으로 핵연료주기시설을 건설했고, 이 가운데 핵심인 제1원자로를 79년에 영변에 5㎿급으로 착공해 86년 10월 완공, 본격가동을 개시했다.


그 사이 1982년에 미국 정보당국이 북한 영변 핵시설 건설을 최초로 포착했고, 1983년에 영변에서 고폭실험이 있었다. 1985년에는 착공한 50㎿급 원자로와 1989년에 착공한 200㎿급 원자로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95년엔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연구소도 제1원자로 부근에 지었다.


2. 이번 제2차 북핵 위기라고 하는데, 1차와 2차는 어떻게 다른가.


1차 북핵위기는 1990년대 초 발생했다. 1990년대초 북한은 IAEA 측에 실험용으로 90g을 추출했다고 신고했지만 미국의 정보기관과 IAEA는 1989년부터 1991년까지 북한이 재처리한 양을 10㎏ 안팎으로 추정하면서 ‘특별사찰’을 요구했다. 북한은 이를 거부하고 1993년 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1차 북핵위기가 시작됐다.


1994년 5월 북한이 영변 원자로에서 폐연료봉 무단 인출을 시작하면서 1차 북핵위기가 고조됐고, 긴급 소집된 IAEA 특별이사회는 중국의 기권 속에 북한에 대한 제재를 결의한다. 북한은 이에 항의해 IAEA를 공식탈퇴했고, 미국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검토할 만큼 상황이 악화했다. 이에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 방북, 10월에 경수로 제공과 핵동결 약속 등 북미제네바합의로 1차 북핵위기가 일단락된다. 2차 북핵위기는 지난 2002년 10월 시작됐다. 당시 미국은 켈리 차관보가 부시 행정부 첫 대북특사로 방북한 자리에서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HEU)프로그램을 시인했다고 발표하면서 2차 북핵위기가 점화했다.


3.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고농축우라늄(HEU), 플루토늄이란. 북한의 플루토늄생산량 추정치는?


고농축 우라늄(High Enriched Uranium)은 핵연료나 핵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천연 우라늄을 농축시킨 것이다. 우라늄은 우라늄235의 함량의 정의에 따라 감손우라늄(DU), 천연우라늄(NU), 저농축우라늄(LEU) 또는 고농축우라늄(HEU)으로 나뉜다. 이때 천연 우라늄을 농축해 동위원소 우라늄235의 함유량을 높이는 방법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ranium Enrichment Program)이다. 플루토늄은 증식로와 핵무기의 연로로 쓰이며 우라늄 238에 중성자를 충돌시켜서 만들어낸다.


핵무기 개발에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을 통해 고농축우라늄을 만드는 방법과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고 남은 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방법이 있다. 북한은 두가지 모두를 사용해 핵개발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으나 플루토늄 추출은 인정한 반면 우라늄 농축은 부인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최대 60㎏의 플루토늄을 생산한 것으로 추청하고 있으나, 북한은 이 가운데 37㎏ 정도만 신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 북한 핵개발 수준은. 핵무기는 몇개 보유하고 있나


북한은 1960년대부터 구소련 최대의 핵연구소인 ‘듀브나 핵연구소’에 핵물리학자를 파견하는 등 핵개발에 착수했고, 1986년 10월에는 핵무기용 플루토늄 생산이 가능한 영변의 5㎿급 원자로를 본격 가동하는 수준에 올랐다.


북한은 이를 바탕으로 2006년10월9일 핵실험을 실시, 전 세계에 핵보유국 가입을 알린 바 있다. 특히 문제의 이 원자로는 열효율이 20%로 낮아서 발전용으로는 부적합한 모델로, 북한은 그동안 8000개의 핵연료봉을 장착한 뒤 2~3년 주기로 일부를 교체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방식으로 북한은 연간 평균 핵무기 1개분(6~7㎏)의 농축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은 26일 플루토늄 추출량을 37㎏로 신고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5~6개 정도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이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추출량을 35~60㎏으로 추정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아직까지 정확한 통계는 나오고 있지 않지만, 북한이 20㎏당 핵무기 1개를 생산할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는 증거도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핵무기를 상당수 보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5. 27일 폭파된 영변 원자로 냉각탑은 어떤 시설인가


북한 영변의 5㎿급 원자로에서 핵분열이 발생할 때 생기는 열을 처리하는 시설물이다. 높이 20여m의 첨성대 모양을 닮은 이 콘크리트 냉각탑에 차가운 물을 채워놓는 방법으로 열을 식히는 것. 위쪽에 공기와 수증기가 빠지는 구멍이 있고, 원자로 쪽에서 나온 뜨거운 물은 여러 개의 파이프로 나뉘어 분사된 뒤 식혀진다. 냉각탑 아래부분에는 물을 빨리 식히기 위해 공기가 들어올 수 있는 구멍이 수십개 뚫려있다.


국내 원자력 시설은 물이 풍부한 바닷가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냉각탑이 필요없지만, 영변은 내륙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원자로 가동을 위해서는 냉각탑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미국 등은 그동안 냉각탑에서 뿜어나오는 수증기로 원자로 가동 여부를 간접적으로 감지해왔었다. 그러나 이 냉각탑은 1986년 건립이 완료된 5㎿급 원자로가 지난해 말 북핵 프로세스에 따라 폐쇄되면서 내부 시설이 모두 폐기된 상태로, 현재로서는 사실상 기능이 정지된 시설물에 불과하다.


6.북핵 6자회담은 언제 시작됐고, 어느 국가가 참여하고 있나


이른바 2002년 10월 북한의 농축우라늄 핵개발 문제가 다시 불거진 ‘2차 북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당사자인 남·북한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개국이 구성한 협의체다. 2003년 4월 개최된 북·미·중 3자회담에서 북·미 간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리자, 중국이 중재역할을 맡으면서 2003년 8월27~29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처음 개최됐다. 하지만 각국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대화를 통한 이견조율, 빠른 시일 내 회담 재개 등에만 의견을 같이 했을 뿐 합의문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2004년 2월25~28일 열린 제2차 6자회담에서도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CVID)’ 원칙을 내세우고, 북한이 핵개발 계획 자체를 부인하면서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이후 6자회담은 2004년 6월23~26일 제3차에서 미국이 2단계 해법을 제시하면서 논의의 물꼬가 트였고, 2005년 7월 4차 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후 2007년 2월8~13일 5차 회담에서 2·13 합의, 2007년9월27~30일 6차 회담에서 10·3 합의로 이어졌고, 오는 7월 초 열리는 회담은 7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7. 자주 언급되는 9·19 공동성명, 2·13 합의, 10·3 합의 등은 어떤 내용 담고 있나


9·19 공동성명은 2005년 7월 개최된 제4차 6자회담에서 도출된 합의문으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원칙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1조에서 북한의 핵무기와 핵프로그램 포기를 명시하면서 북한의 행동에 따라 북미·북일관계 정상화, 대북 경수로·에너지 제공 등을 뒷받침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이 여기에서 확립됐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결렬됐고, 북한은 다음 해인 2006년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대응했다. 긴장국면의 해결 실마리를 푼 것은 2007년 2월 열린 제5차 6자회담에서 나온 2·13 합의다. 공식명칭이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로, 단계별로 나눠 구체적으로 북핵 폐기 일정을 마련하고 5개 실무그룹을 구성한 게 특징이다.


이어 북한이 연말까지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도록 규정하는 등 2단계 조치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제6차 6자회담에서 채택된 10·3 합의다. 그러나 북한은 목표시한인 지난해 12월31일까지 핵 프로그램 신고를 하지 않았고, 시한을 5개월여 넘긴 지난 26일에야 신고를 마무리했다.


8. 북한은 각종 국제 제재의 족쇄에서 풀려나나


북한의 핵신고에 따라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해제하는 조치에 착수했다. 향후 45일 이내에 미 의회가 반대 입법을 하지 않으면 북한은 리스트에서 벗어난다. 88년 1월 지정된 뒤 20년 만에 북한은 멍에를 벗게 된다. 미국이 북한에 적용해온 적성국교역법은 27일부터 폐지됐다. 그래도 유엔이 결의한 바 있는 대북제재 조치 등은 남아 있다.


이번 테러지원국 해제 등은 북한에 씌워진 각종 국제제재를 푸는 물꼬 트기의 역할을 하게 되고, 향후 국제사회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가속화하는 중요한 고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개혁·개방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면 국제기구의 차관조달이나 대북투자, 경협확대 등을 보다 용이하게 이끌 수도 있다.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등 기구가입도 훨씬 수월해진다. 미국의 수출관리법, 국제금융기관법 등의 제재 굴레에서도 일정 정도 풀려난다. 당장 북한 경제가 살아나는 가시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어도 의미있는 첫발을 내딛는 셈이다.


9. 북한의 시리아 핵협력설은.


미국은 전세계적으로 핵확산에 대해, 특히 아랍권으로의 핵확산을 극도로 경계하고 감시해왔다.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레드 라인’(금지선)이다. 여기에 북한의 연루의혹이 제기됐으니 이 문제는 북핵사태의 향배를 가늠할 수 없는 최대의 이슈이자 뇌관으로 작용해왔다. 지난해 9월6일 이스라엘이 공습해 없앤 시리아 북부의 핵시설이 북한이 협력해 만들던 원자로라는 게 미국의 주장이고, 북한은 대시리아 핵협력 사실에 대해 줄기차게 부인해왔다.


북핵 6자회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이 문제로 북·미 양측의 협상은 한발짝도 진전되지 못하고 난항을 거듭했었다. 그러다 이번에 핵신고와 이 문제를 분리하고, ‘미국의 주장에 북한이 반박하지 않는다’는 간접시인 방식으로 다음 숙제로 이월시킴으로서 돌파구가 마련됐다. 사실일 경우 미국이 ‘과거의 죄’를 묻어두고, 미래의 범죄를 방지한다는 식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면, 여전히 시한폭탄의 작동을 멈추기는 힘들어 보인다.


10. 핵신고후 핵폐기 절차는 더 큰 진통이 예상되는데.


이번 6·26 북핵신고와 영변의 냉각탑 폭파 등 핵시설 해체는 핵폐기 프로세스 중 2단계(불능화·신고)의 종료와 함께 3단계(북핵폐기)의 진입을 알린다. 의미가 크지만 핵폐기를 향한 ‘대장정의 첫발’이라는 점에서 과거만큼이나 지루한 시기에 접어들었다. 단계적인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이 주고받기식으로 진행되지 않고, 일방의 약속파기로 이어질 경우 원점으로 회귀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북한은 검증-해체-폐기로 이어지는 매 단계마다 경제지원을 비롯해 막대한 실익을 챙기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경제가 피폐한 상황이고, 경제성장을 위한 종잣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북한은 외부자본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이번 핵신고에 핵무기를 빠뜨린 것도 ‘핵보유국지위’를 유지하는 협상을 통해 더 큰 파이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북한이 핵개발 이유로 ‘체제보장’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향후 미국으로부터 확고한 불가침조약이나 평화협정 등을 얻어내기 위해 지루한 싸움을 벌일 태세다.


김상협·신보영·심은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