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종교 키워, 中 공산당 전전긍긍
[동아일보] 2008년 06월 10일(화) 오전 03:00
위령 집회 줄잇고 신도수도 급증… “체제위협 불씨 될라” 대책 부심
쓰촨(四川) 성 대지진 참사 희생자를 위한 각종 종교 집회가 중국 전역에서 대대적으로 개최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종교 인구 폭발’로 이어지지 않을지 중국 공산당이 긴장하고 있다. 공산당은 민심을 고려해 이들 예배와 법회 등을 묵인하고 있지만 ‘통제 불가능한’ 후환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곳곳서 희생자 위령 예배·법회=중국불교협회는 대지진이 발생한 이틀 뒤인 지난달 14일 베이징(北京)의 광지(廣濟) 사에서 지진 희생자와 이재민을 위한 대법회를 개최하고 5일 뒤엔 경전 낭송 기도 법회를 열었다.
티베트 불교 사찰인 베이징의 융허궁(雍和宮)도 지난달 21일 기원(祈願)법회를 열고 지진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빌었다.
싱가포르에서 발행되는 롄허(聯合)조보는 9일 지진 참사 이후 대도시를 중심으로 중국 전역에서 불교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 도교 가릴 것 없이 모든 종교계가 나서 희생자들의 영혼을 달래는 대대적인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 미래 불안 타고 신도 수 폭발=중국의 종교 인구를 집계한 정부 통계는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다. 관영 통신 신화왕(新華網)과 종합검색 사이트 바이두(百度) 등의 자료에는 중국 국가종교사무국이 추정하는 종교 신도 수가 약 1억 명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2005년 여름 상하이화둥(上海華東)사범대 종교문화연구센터 류중위(劉仲宇) 교수가 16세 이상 남녀 45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중국의 종교인구는 자그마치 3억여 명으로 추정돼 정부 자료보다 무려 3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978년 개혁개방 이전 2000만∼3000만 명 수준으로 추정되던 종교인구가 이처럼 급격히 늘어난 것은 의식주가 보장되던 계획경제 시절과 달리 시장경제 채택 이후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들어 소득 및 재산 격차가 심해진 것도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엔 ‘티베트 유혈 독립시위가 일어난 날이 3월 14일이고 대지진이 일어난 날이 5월 12일인 점을 볼 때 날짜의 숫자의 합이 8이면 재앙이 닥친다’ ‘다음엔 엄청난 수재가 온다’는 등 유언비어가 나돌아 신변의 안전을 기원하려는 사람들이 종교시설로 몰리고 있다.
▽ 이재민 자극 우려 전전긍긍=중국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면서도 ‘사회질서를 파괴해서는 안 되고 나아가 외세의 지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해 실제로는 강력한 통제를 실시해 왔다.
하지만 대지진 이후 이재민들이 심리적 위안을 얻고, 이들의 불만이 폭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대만 불교계의 전도까지 허용한 상태다. 그러나 재난 지역의 사찰과 교회로 이재민들이 몰리고 전국적으로 위령 예배 열풍이 불자 공산당 지배 체제를 흔들게 될 것을 우려해 ‘부작용’ 방지 대책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리상핑(李尙平) 상하이대 종교와 사회연구센터 주임은 “(위령 예배 열풍은) 중국인들의 생명에 대한 경외와 신앙의 개방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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