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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흑해함대 ‘방’ 빼야 하나

한부울 2008. 5. 23. 17:11
 

러시아 흑해함대 ‘방’ 빼야 하나

[중앙일보] 2008년 05월 23일(금) 오전 01:12

 

 

발틱·태평양·북해함대와 함께 러시아의 4대 함대로 꼽히는 흑해함대. 이 함대의 주둔 문제를 놓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또다시 격돌했다.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자국 영토에 남아 있는 러시아 흑해함대에 대해 2017년 이후에는 더 이상 주둔을 허용치 않겠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흑해함대는 200년 이상 사용해 온 주둔지인 크림반도가 소련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 영토로 편입되면서 기지를 빌려 쓰는 ‘세입자’ 신세가 됐다. 러시아는 1997년 우크라이나와 맺은 주둔 협정에 따라 매년 9800만 달러(약 1000억원)의 임대료를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가 더 이상 주둔 협정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즉각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노선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추진 등으로 나빠질 대로 나빠진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될 판이다.


흑해함대는 제정 시절인 18세기 말 창설된 뒤 그보다 앞서 만들어진 발틱 함대와 함께 유럽 열강으로 도약하던 러시아 해군력을 떠받치는 기둥 역할을 했다. 흑해함대의 모항인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은 제정 러시아 유일의 부동항이었으며 지중해와 유럽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였다.


소련 해군력의 큰 축을 이루던 흑해함대는 91년 소련이 붕괴한 뒤 위기를 맞았다. 소련에 속했던 우크라이나가 독립하면서 흑해함대의 통제권을 놓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오랜 기간 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몇 년을 끌던 분쟁은 97년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레오니트 쿠치마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함대 분할과 러시아 함대의 크림반도 주둔에 합의함으로써 간신히 매듭지어졌다. 함대 전력의 대부분을 러시아가 차지하는 대신 우크라이나는 5억 달러가 넘는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2004년 ‘오렌지혁명(민주시민혁명)’으로 집권한 유셴코 정권이 친서방 노선을 노골화하면서 흑해함대 문제가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유철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