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벤치마킹하는 카타르 도하
[매일경제] 2008년 05월 07일(수) 오전 09:16
중동 ‘걸프만의 진주’로 불리는 카타르 수도 도하는 요즘 개발 열기로 뜨겁다. 섭씨 30도를 훨씬 웃도는 날씨가 카타르 수도 도하를 달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빌딩이 모습을 드러낼 만큼 부동산 개발 사업이 한창이다. 마치 신도시 건설 현장을 보는 것 같다.
빌딩 신축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소음은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이어지고, 건설 현장을 오가는 덤프트럭이 모래 바람을 일으키기 때문에 거리를 마음 놓고 활보할 수 없게 만든다. 걸프만을 끼고 있는 도하 해변의 바닷물은 갈증을 풀기 위해 한 모금 마시고 싶은 충동을 느낄 만큼 깨끗하다. 모래사장 없이 육지와 접해 있어 떼 지어 헤엄치는 바닷고기들을 직접 볼 수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도하 서쪽 해변을 중심으로 특히 호텔 신축이 많다. 현대건설이 80년대 초반에 건설한 쉐라톤호텔과 세계적인 호텔 체인을 자랑하는 포시즌호텔 옆에 힐튼호텔이 철골조 공사를 마치고 이제는 외벽공사를 하고 있다. 중동 지역 진출을 위해 올해 두바이에 지사를 설치한 하얏트호텔 역시 도하에 그랜드 하얏트호텔을 올 상반기 안에 완공할 예정이다. 한 빌딩 건너 호텔이 들어설 것만 같은 기세다.
도하 중심지에 설치된 옥외간판이 눈길을 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을 토대로 2016년 하계올림픽을 유치하자는 옥외간판이다. 카타르 도하는 일본 도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미국 시카고, 스페인 마드리드, 체코 프라하와 함께 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4월 말까지 1차 후보 지역을 발표할 예정이라, 카타르는 조용히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만약 카타르가 2016년 하계올림픽을 유치하게 되면 도하는 그야말로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난다.
김종용 주 카타르 대사는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도하가 올림픽도 성공적으로 열 수 있는 저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그렇게 되면 두바이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도하는 두바이 벤치마킹에 여념이 없다. 두바이는 창조경영의 발상지로 평가될 만큼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도하는 뒤늦게 ‘창조경영’에 눈을 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카타르 정부는 일본 퍼시픽컨설팅인터내셔널에 ‘카타르 국가개발마스터플랜’을 만들어주도록 컨설팅을 의뢰한 상태다.
2016년 올림픽 유치 욕심
카타르는 그동안 부존자원을 너무 믿었다. 또한 중동 국가들 중에서 국민소득이 가장 높기 때문에 두바이처럼 물불 가리지 않고 외자 유치에 열을 올리지도 않았다. 카타르 가스 매장량은 러시아(26.3%)와 이란(15.5%)에 이어 전 세계 3위며, 비중으로 따지면 14%에 달한다. 석유 생산은 중동 국가 중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이라크에 이어 6위를 차지한다. 두바이가 속한 UAE는 석유 생산량이 중동 국가 중 3위고, 가스 매장량 비중은 3.3%로 세계 5위를 자랑하나, 실제로 두바이의 석유(UAE 생산량의 약 10%에 불과)와 가스 생산량은 미미하다. UAE 총리이자 두바이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가 ‘창조경영’의 대부(代父)로 평가받는 이유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부존자원이 없는데도 사막 위에 대도시를 건설하고 있으니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이다.
지난 96년 현 국왕인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가 아버지 국왕을 폐위시키고 왕위에 오르면서 카타르의 개혁과 개방정책은 시작됐다. 카타르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해 카타르 1인당 국민소득은 7만2800달러에 달한다. 중동 국가에서 단연 1위다.
UAE는 4만2934달러로 카타르에 이어 2위고 다음은 쿠웨이트(3만3634달러)-바레인(2만5731달러)-오만(1만5584달러)-사우디아라비아(1만5481달러) 순이다. 카타르는 3인에 의해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셰이크 하마드 국왕과 함께 하마드 국왕 삼촌인 하마드 총리, 그리고 모자 국왕비(하마드 국왕 2번째 부인)다.
가스 매장량 세계 3위
셰이크 하마드 국왕은 두바이를 따라잡기 위해 관광과 교육 분야에 특히 심혈을 쏟는다. 관광과 교육에 의욕적으로 투자를 하는 이유는 가스와 석유시대가 막을 내렸을 때 무엇으로 카타르 국민들을 먹여 살릴 것인지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또한 열사(熱砂)의 땅을 지상낙원으로 만든 두바이에 자극을 받은 탓도 크다.
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통치자는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세계 최대 인공섬(팜 아일랜드)과 세계 최고층 빌딩(버즈 두바이, 160층에 810m 규모)을 건설 중이다. 두바이에 뒤질세라 셰이크 하마드 국왕은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인공섬 개발과 대대적인 고층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도하에 위치하게 될 인공섬 ‘펄 카타르(Pearl Qatar)’는 두바이 ‘팜 아일랜드’를 본 딴 것이다. ‘펄 카타르’가 완공되면 약 4만명을 수용하는 신도시로 변모하게 된다. 카타르 정부는 유일하게 ‘펄 카타르’의 부동산을 외국인이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셰이크 하마드 카타르 국왕은 20만명을 수용할 ‘복합 신도시(루세일)’도 건설 중이다. 이곳에 에너지거래소가 들어설 ‘에너지 시티’를 만들어 전 세계 에너지가 거래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두바이가 금융허브를 지향하고 있듯이, 카타르는 ‘에너지 허브’를 만든다는 포부다.
이미 엑슨모빌과 쉘 등이 이곳에 투자를 시작했다. 두바이가 금융허브 역할을 할 만큼 금융업이 발달하자, 카타르는 ‘카타르 파이낸셜센터’를 지난 2005년 5월에 문을 열었다. 외국 금융회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데 필요한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현재 일본 은행들은 이곳에 교두보를 확보했으나 한국 은행들은 아직까지 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다. 우리은행이 유일하게 카타르 진출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카타르는 두바이를 따라잡기 위해 교육부문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모자 국왕비 중심으로 교육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 유명 외국 대학을 5개나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코넬대(의학대학), 카네기멜론대(경영&공학대학), 조지타운대(국제관계대학), 텍사스A&M대(공과대학), 버지니아주립대 등이 카타르에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속가능 성장을 준비 중인 카타르의 최대 고민은 물가 상승과 환율 안정이다. 전체 인구의 80%가 외국인인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주택 가격과 소비자물가 상승 때문에 애를 먹고 있고 일부 지역에선 폭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단순노동 외국인 근로자들의 월급은 약 1000달러나 주택 가격이 급등해 생활이 곤란해졌기 때문이다.
요즘 카타르는 미국 달러에 연계된 환율로 인한 리얄화 평가절상 때문에 고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GCC(걸프협력위원회,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바레인 ·오만·카타르·UAE)가 힘을 합쳐 EU(유럽연합)처럼 단일통화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4월 도하에서 열린 ‘8차 도하포럼’에서도 GCC의 단일통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카타르는 더 이상 걸프만의 도시국가에 만족하지 않는다.
【 카타르에서 활약하는 현대건설 】
◆ 국외 건설 수주 600억달러 시대 열어
= 카타르와 현대건설은 인연이 깊다. 지난 79년에 착공해 82년 완공된 쉐라톤호텔(도하 소재)을 건설한 주인공이 현대건설이다. 2000년대 들어 ‘오일머니’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현대건설의 카타르 건설 수주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2004년 다국적기업 쉘이 발주한 GTL(Gas To Liquids, 천연가스를 액화한 석유제품) 건설사업을 현대건설이 수행 중이고 올해 초 비료공장(카프코 5)과 송변전소 수주도 따냈다. 또한 “20억달러 규모의 발전소 건설도 수주해 올해 5월 정식 계약할 예정”이라고 권오식 현대건설 카타르 소장은 자랑한다. 이로써 현대건설은 국외 수주 600억달러 시대를 열게 됐다.
[도하 = 이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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