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

티베트 독립지지 시위' 전세계 확산

한부울 2008. 3. 17. 19:49
 

티베트 독립지지 시위' 전세계 확산

[서울경제] 2008년 03월 16일(일) 오후 05:31


네팔·印·호주등 곳곳서 "무력진압 말라" 항의

망명정부 "수도 라싸서 100명이상 사망"

中 "인민전쟁" 강경입장… 사태 장기화할듯


중국으로부터의 분리를 주장하는 티베트(시짱ㆍ西藏)의 독립시위가 전세계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수도 라싸(拉薩)에서 20년만의 최악의 유혈 폭력시위가 벌어져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중국 정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경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소요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16일 외신에 따르면 인도 다람살라에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는 지난주 촉발된 유혈 시위로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30명에 이르며 사망으로 추정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100명을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이 계엄령을 발동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사실상의 계엄 상태를 목격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소요 사태는 티베트의 분리독립을 요구한 1959년 봉기 49주년 기념일인 지난 10일 라싸에서 처음 시작돼 14일 오후 1시 10분께 라싸 도심 라모기아사원 인근에서 대규모 폭력시위로 번졌고,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강경진압과 160여개 장소에서 차량과 상점에 화재가 발생하며 다량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티베트 망명정부의 주장과 달리 중국 정부는 이번 시위로 1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시짱자치구 정부 소식통은 15일 "희생자들은 모두 일반 시민으로 불에 타 숨졌다"면서 "사망자 중에는 호텔 종업원 2명과 상점 주인 2명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티베트 독립 지지 시위는 라싸를 넘어 미국 뉴욕 유엔본부와 인도 뉴델리, 호주 시드니 등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또한 인도에 망명 중인 티베트인들의 분리독립을 위한 '대장정 시위'도 재개됐다.


뉴욕 유엔본부 앞에서는 14일(현지시간)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는 40~50명이 "티베트를 독립시켜라,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호주에서는 15일 시드니 주재 중국 총영사관 밖에서 티베트 독립지지 시위가 열렸다.


네팔 카트만두에서도 같은 날 승려 수십 명을 포함한 약 1,000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다 승려 12명 이상이 부상했다. 또한 15일 인도에서는 망명 티베트인 10여명이 히미찰프라데시주(州) 데라에서 행진을 재개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시위자들의 시위는 현 정부에 대한 티베트인들의 뿌리 깊은 반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면서 "티베트 시위자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잔인한 탄압 행위가 조속히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서북부 간쑤(甘肅)성 샤허(夏河)에서 승려들이 이끈 3,000~4,000명 규모의 시위대가 라부렁사(拉卜楞寺)를 출발, 시청을 향해 행진하면서 경찰과 대치하는 등 중국 내부에서도 티베트 분리독립에 동조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며 강경정책으로 치닫고 있다. 시짱자치구 당위원회는 15일 장칭리(張慶黎)서기 주재로 긴급 회의를 열고 티베트의 질서 회복을 위한 '인민전쟁'을 선언하고 달라이 라마 지원세력에 대한 공격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앞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 9명도 14일 오후 7시께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 폐막 직후 긴급회의를 갖고 티베트 사태 수습대책을 논의했다.


중국은 지난 1950년 군사력으로 티베트를 강점한 뒤 1959년의 독립 봉기를 무산시킨 이후 라싸에 한(漢)족을 대규모로 집단 이주시키고 달라이 라마의 실체를 부정할 것을 강요하는 등 티베트의 정체성을 말살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취해 왔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현대티벳연구프로그램의 로비 바넷 국장은 "티베트 문제는 압력밥솥과 같아서 중국으로서는 압력을 계속 높여갈 수밖에 없다"면서 "언젠가는 터질 것이 터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티베트 사태 일지

1950년 : 중국 인민해방군 티베트 진주, 강제 합병

1959년 : 티베트 대규모 반(反)중국 폭동 발생, 티베트 최고지도자 달라이 라마 인도망명

1965년 : 옛 티베트 땅 절반가량을 '티베트자치구'로 지정, 나머지는 중국 각 성(省)에 통합

1966년 : 중국 문화대혁명 발생, 티베트 불교사원 다수 파괴

1989년 : 대규모 티베트 독립 시위 발생, 중국 정부 유혈 진압

2006년 : 베이징(北京)과 티베트 수도 라싸(拉薩)를 연결하는 철도 개통

2008년 3월 : 올림픽 앞두고 티벳독립운동 다시 격화


베이징=문성진 특파원인터넷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