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 격차 있어야 나라 발전해, 부자들이 큰소리 친 중국 양회
[중앙일보] 2008년 03월 10일(월) 오전 01:38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대폭 줄여줘야 한다.”(기업인 대표)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주장일 뿐이다.”(노동계 대표)
중국의 연중 최대 정치 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에서 올해는 이례적으로 빈부 계층 간 격론이 뜨겁게 벌어졌다. 공산당의 거수기 역할에 불과하다는 평을 받았던 과거 양회(兩會)와는 한참 다른 모습이다. 중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인물은 중국의 대표적 여성 기업인 장인(張茵·49·사진) 주룽(玖龍)제지 회장이다. 한때 중국 최고 갑부 대열에 올랐던 부호다.
그는 정협 개막 전부터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2일 기자회견에선 “1월 시행된 신 노동계약법이 계획경제 시대의 철밥통을 부활시키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 직격탄을 날렸다. 10년 이상 같은 직장에서 일하거나 두 번 이상 근로 계약을 하면 반드시 무기한 연장토록 규정한 신 노동계약법의 문제점을 공개 비판한 것이다. 그는 월급여 10만 위안(약 12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물리는 소득세율을 45%에서 30%로 낮추고, 기업이 첨단기술을 도입하면 세금을 파격적으로 줄여 달라는 등 세 가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자오타이(兆泰)부동산개발 무치루(穆麒茹) 회장도 “도심 재개발 과정에서 주민들의 ‘알박기’ 때문에 집값이 급등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대다수 기업인이 공감할 만한 이런 주장들은 즉각 논란을 촉발시켰다.
네티즌들은 즉각 “돈 번 기업인들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반감을 표시했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중화전국총공회(工會) 부주석을 지낸 쑤리칭(蘇立淸) 정협 위원도 반격에 나섰다. 그는 “신 노동계약법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장 회장을 공격했다.
그러나 기업인과 부유층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기업인 5명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기업 활동으로 돈을 번 ‘신계층’이 특권계층은 아니다”라는 공개 반박 성명을 냈다. 7500만 명을 넘어선 ‘신계층’이란 민간기업 경영인과 자영업자,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 고소득 전문직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총 10조 위안(약 1200조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류잉샤(劉迎霞) 샹잉(翔鷹)그룹 회장도 “민간기업이 부자가 되기 위해 불법 행위를 일삼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장인 회장도 이어진 인터뷰에서 “빈부 격차가 있어야 (동기부여가 잘 되기 때문에) 국가 전체가 부강해질 수 있다”며 “정책 건의를 하는 것은 특정 계층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이에 대해 중앙 당교(黨校) 연구실 자오제(趙杰) 박사는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는 것은 30년간 추진해온 개혁·개방 정책의 성과”라며 “중국의 경제사회 구조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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