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의친왕 화장실서 거사 밀담
[중앙일보] 2008년 03월 05일(수) 오전 04:02
[중앙일보 강찬호] “할아버지(고종)의 구국 노력을 재발견한 중앙일보를 읽고 큰 기쁨과 힘을 얻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세웠다가 일제에 강탈당한 워싱턴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도 6월에 반환 소송을 걸어 반드시 고국의 품에 돌려줄 것입니다.”
고종의 아들 의친왕의 딸인 이해경(79·미국 뉴욕 거주·사진) 여사가 3일 고종 장례 89주년을 맞아 워싱턴의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을 방문했다. 이 건물은 1891년 고종이 마련했다. 시내 중심가 로건 서클에 위치한 3층 건물 앞에 선 그의 손에는 고종이 1906년 독일 빌헬름 2세 황제에게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호소한 밀서를 보낸 사실 등을 특종 보도한 지난달 20일·23일자 중앙일보가 들려 있었다.
이 여사는 “워싱턴에선 처음으로 미국 대학(아메리칸대)에서 열리는 3·1절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1일 새벽 뉴욕에서 기차를 타기 직전 친지로부터 ‘고종 황제의 구국 노력이 재발견됐다’는 기사가 실린 중앙일보를 건네받았다”고 말했다.
또 “기차 안에서 단숨에 기사를 읽고 기쁨을 참지 못했다”며 “할아버지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9년 초 아버지(의친왕)를 당시 파리에서 열린 평화회담에 밀사로 보내 조선 독립을 호소할 비밀 계획을 세우는 등 서거 직전까지 나라를 구하려 백방으로 노력하셨다고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고종은 일제의 눈을 피해 거사를 논의하려고 의친왕과 단둘이 화장실에서 밀담을 나누실 정도였다”며 “그 밖에 미국인 헐버트에게 부탁해 8개국 왕과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사실 등 고종의 구국 노력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사는 “일제의 고종 폄하와 식민사관의 영향으로 할아버지의 이 같은 노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웠는데 중앙일보 특종 보도가 물꼬를 튼 셈”이라며 “고종을 재발견한 이번 보도 내용은 당연히 역사 교과서에 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많은 고종의 구국 시도가 발굴될 것”이라며 “내친김에 고종이 구국 실용외교를 위해 워싱턴에 세운 공사관 건물도 반드시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여사가 이사로 활동 중인 워싱턴 소재 한국역사보존협회(회장 임청근)는 “6월 29일 일본 정부(주미 일본대사관)를 대상으로 공사관 반환 소송을 미 법정에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협회의 윤기원 사무총장은 “이날은 고종이 내탕금(개인 자금) 2만5000달러를 주고 자신의 명의로 구입한 공사관 건물을 일제가 1910년 고종의 서명을 위조한 뒤 단돈 5달러에 주미 일본 대사 우치다에게 판다는 허위 계약서를 만들어 강탈한 날”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이 계약서를 바탕으로 그해 9월 풀턴이란 미국인에게 10달러에 팔아넘겼다는 것이다.
현재는 미국인 변호사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이 여사와 협회 측은 “건물이 반환되면 고종의 구국 노력과 독립운동사를 기리는 기념관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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