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브루나이 부자 왕자, 거리 나앉을 신세<WSJ>

한부울 2008. 3. 3. 13:02
 

브루나이 부자 왕자, 거리 나앉을 신세<WSJ>

[연합뉴스] 2008년 03월 03일(월) 오전 09:59

 

 

(서울=연합뉴스) 동남아시아의 산유국인 브루나이 국왕의 동생으로 세계 최대 부자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제프리 볼키아(53) 왕자가 알몸으로 거리에 나앉을 신세가 됐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때 영국 여왕보다 두 배나 많은 재산을 자랑했던 볼키아 왕자는 영연방 국가들의 최종심을 담당하는 영국 추밀원의 판결에 따라 전 재산을 브루나이 정부에 헌납해야 한다.


그는 이미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플라자아테네호텔과 피카소, 르누아르, 모딜리아니 등의 명화 컬렉션, 고급차, 요트, 2억달러 어치의 최고급 다이아몬드 5개 등 수십억달러의 재산을 정부에 반납했다.


지난 달 26일에는 가장 중요한 자산인 뉴욕의 고급호텔 햄슬리팰리스의 경영권마저 잃고 말았다. 현재 런던 소재 빌라에서 세 아내와 18명의 자녀 중 2명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볼키아 왕자는 "앞으로 우리가 어디서 살아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볼키아 왕자의 변호를 맡은 필립 더글러스는 왕자의 상황을 1917년 러시아 혁명 직후 겨울 옷조차 없이 거리를 비질하는 임무로 내몰려 동사(凍死)한 구(舊) 귀족들의 처지에 비유했다. 더글러스는 "(왕자는) 전생애에 걸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부를 갖고 있었다. 이제 그가 시간표를 보고 버스를 타고 다닐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한때 전 세계에 호화 저택을 사들이고 수집한 고급 차 대수만도 1천700여대에 달했던 그가 이런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은 1990년대 말 148억달러(한화 14조여원)에 이르는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난 탓이다. 1980년대부터 10여년 동안 브루나이 투자청장과 재무장관을 역임하면서 롤스로이스 등 고급차와 이탈리아 스포츠카 제작업체 피닌파리나, 영국 보석상 아스프레이, 유명 화가들의 명화 컬렉션 등을 구입하는 데 정부 돈을 아낌없이 퍼다 쓴 것.


그는 심지어 자신의 배드민턴 코치와 침술가에게 각각 180만달러(한화 17억여원)의 선심을 베풀기도 했다.


문제가 커지자 볼키아 왕자는 2000년 5월 기소를 피하기 위해 거의 모든 재산을 정부에 헌납하기로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작년 말 추밀원에서 시비가 가려졌다.

볼키아 왕자는 추밀원에서 자신의 형제인 하사날 볼키아 국왕 또한 정부돈 80억달러를 끌어썼고 자신의 공금횡령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볼키아 왕자는 브루나이 정부가 햄슬리팰리스 호텔 취득세를 내주기로 한 약속을 어길 경우 "난 아마도 파산할 것 같다"면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떠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