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잃고 조국 등졌던 그녀, 돌아온다
[조선일보] 2008년 02월 19일(화) 오전 02:37
2002년 6월 서해교전에서 남편 한상국 중사가 전사한 후 정부의 무관심에 실망해 조국을 등졌던 한 중사의 부인 김종선(34·사진)씨가 오는 4월 귀국한다. 2005년 4월 "나라 위해 간 분을 홀대하는 것은 (나라가) 썩은 것 아니냐"고 말한 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지 3년 만이다.
뉴욕에 머물고 있는 김씨는 18일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 생활을 정리하기로 하고 4월 1일 뉴욕을 출발하는 한국행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족이 보고 싶지만 조국을 위해 희생한 젊은이들을 제대로 추모하지 않는 상황은 변한 것 같지 않다"며 귀국하지 않겠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이명박 정권 인수위원회와 국방부가, 2함대사령관(소장)이 주관해 오던 서해교전 추모행사를 국가 주관으로 격상시키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마음이 흔들렸다. 또 친정어머니의 몸이 편찮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한국에 가면 서해 해전(海戰)을 재평가하고 전사자와 부상자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단돈 500달러를 들고 뉴욕의 JFK공항에 내려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미용가게 종업원, 건물 청소원, 수퍼마켓 직원을 전전해왔다. 건물 청소원으로 일할 때는 자정까지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김씨는 교회에서 만난 일부 동포를 제외하고는 '한나 킴(Hanna Kim)'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숨겼다. "미국 생활이 너무나 벅차고 힘들었어요. 언제 불법 체류 단속원이 나올지 몰라 늘 긴장하고 있었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져서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기도 하고요."
흐느끼듯이 말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새 정부에 바라는 희망사항을 말할 때부터 높아졌다. 김씨는 "왜 당시 정부가 40일 만에 뒤늦게 서해교전 사망자의 시신을 인양했는지, 왜 초기 추모행사에 정부와 군의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하지 않았는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상을 당한 채 살아야 하는 18명의 참수리호 장병들에게 정부와 사회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해교전의 명칭을 서해해전으로 바꾸고 현재 평택 2함대에 전시 중인 참수리 357정을 서울의 전쟁기념관으로 옮길 것을 제안했다.
김씨는 귀국하면서도 직업도 없고 자신에 대해 어떤 평가가 나올지 몰라 걱정스러운 듯했다. "한국에 있을 때 '남편 팔아서 돈 뜯어내려는 여자'라는 말도 들었어요. 이번엔 또 무슨 소리가 나올지 모르죠. 그렇지만 서해해전과 남편의 희생이 제대로 평가된다면 감수하겠습니다."
워싱턴=이하원 특파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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