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바지·깔깔이는 추억, 군 방한복 이젠 첨단 섬유 시대
[중앙일보] 2008년 02월 06일(수) 오전 04:54
[중앙일보 이현택.김상선] 설을 이틀 앞둔 5일 강원도 화천군 육군 제7사단 칠성부대. 민간인 통제구역이 시작되는 ‘남방한계선’이라는 표지판을 지나면 휴대전화도 먹통이 되는 최전방이다. 산등성이와 골짜기를 따라 철책이 끝없이 이어진 이곳의 이날 최저 기온은 영하 9도. 세찬 바람 탓에 체감온도는 영하 20도까지 떨어진다.
산봉우리까지 가파르게 이어진 수백 개의 계단을 걸어 올라야 도착할 수 있는 전방관측 초소(GOP:General Out Post)에서 장병들이 경계근무 교대 준비를 하고 있다.
과거라면 두터운 상·하의 등을 입느라 한참 끙끙거렸을 양경민(22) 병장의 몸놀림이 가볍다. 전투복 위에 가벼운 내피와 스키복 형태의 외피, 두건을 착용하는 게 전부다.
양 병장은 “여기 장병들은 군사분계선을 따라 순찰하거나 GOP에서 경계근무를 서기 때문에 산비탈을 타고 내리치는 날 선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며 “하지만 최근 지급된 신형 방한복 덕분에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깔깔이’=겨울철 군 장병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첨단 소재와 기능을 갖춘 신형 방한복이 개발됐다. 육군은 지난해 10월 강원도 최전방에 위치한 7, 12, 22사단에 신형 방한복을 시범 보급했다.
전투복 위에 착용하는 스키복 형태의 신형 방한복 외피는 외부 바람을 차단하는 대신 몸안의 습기는 효율적으로 배출하는 기능성 섬유로 제작됐다.
정의현(22) 병장은 “철책근무를 하면 추운 날씨에도 땀이 많이 나는데, 땀이 식으면 더 춥게 느껴진다”며 “새로 지급된 방한복은 습기를 잘 배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수 기능도 갖춰 눈·비에도 끄덕없다. 육군 관계자는 “등산복 등에 쓰이는 고어텍스에 필적하는 소재를 썼다”고 설명했다.
신형 방한복 상의의 내피도 혁신적인 변화가 이뤄졌다. 솜으로 누빈 노란색 깔깔이 대신 폴라폴리스 섬유처럼 가벼우면서도 보온성이 뛰어난 소재로 대체됐다. 깔깔이와 달리 몸에 착 달라붙는 맛이 있다. 이 내피에는 등 부분에 손난로로 쓰이는 핫팩을 세 개 넣을 수 있는 주머니도 마련됐다. ‘등 따뜻한’ 군복이 출현한 셈이다.
과거 방한모와 안면 마스크, 귀덮개, 목 토시 등 얼굴 부위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착용했던 ‘4종 세트’도 신형 방한복에서는 상의에 부착된 두건 하나만 쓰면 되도록 기능이 통합됐다. GOP에서 만난 김종우(23) 병장은 “날씨가 추워지고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염려 놓으라’는 말씀을 꼭 전해드려야겠다”고 말했다.
◇ 페치카 라면은 옛말=GOP 근무 소대가 머무는 소초의 모습도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전투화 건조기가 지급됐다. 식기살균기처럼 생긴 건조기는 전투화를 빨리 마르게 하고, 살균 기능도 갖췄다. 신문지를 구겨 전투화에 넣고 양지바른 곳에 놓아두던 풍경은 예전 군 복무자의 추억으로만 남게 됐다.
‘페치카에 끓여 나뭇가지로 먹는 라면’은 전설이 된 지 오래다. GOP 대기초소에도 전기가 들어오고 장병들은 커피포트로 물을 끓여 컵라면을 먹는다. 라디에이터를 설치해 산봉우리 대기초소에서도 따뜻하게 몸을 녹일 수 있게 됐다.
서상록 칠성부대 보급수송대장은 “GOP 근무 후 돌아오는 장병을 위해 온수가 심야에도 제공되는 등 전방 장병의 근무여건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글=이현택 기자 , 사진=김상선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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