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한국전쟁 미망인, 국립묘지 남편 곁에 묻히게 해달라 승소

 

80대 한국전쟁 미망인, 국립묘지 남편 곁에 묻히게 해달라 승소

[뉴시스] 2008년 02월 05일(화) 오전 06:00

[서울=뉴시스]"이제 눈을 감더라도 편안하게 남편 곁으로 갈 수 있으니까 너무 기쁩니다"

6.25 전쟁 미망인 우정숙(가명.80) 할머니가 61년동안 남편 호적에 등재돼 있지 않아 사망후 남편이 묻힌 국립묘지에 함께 묻히지 못할뻔 했지만 최근 법정소송에서 승소해 평생 소원을 풀었다.

우 할머니는 태평학교 교사(만주 간도성 용정시 소재)인 남편과 1946년 4월 10일 결혼식을 올린 후 그해 6월께 시댁 식구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낙원동으로 와서 살게 됐다. 우 할머니 부부는 미처 혼인신고할 겨를도 없이 6.25 사변이 일어났고 남편은 장교로 임관해 참전했다가 1951년 9월 16일 강원도 고성지구 전투에서 전사했다.

그후 우 할머니는 사실상 배우자로 인정돼 1955년부터 국가로부터 유족연금을 지급받으며 시부님을 모시고 살아왔고 시부모가 돌아 가신 뒤 홀로 살아왔다. 우 할머니는 당연히 국가유공자 유족 자격으로 사망하면 남편이 묻힌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해 우 할머니는 국가보훈처에서 당사자간 법적으로 혼인신고가 안돼 국립묘지에 묻힐 수 없다는 청천병력같은 얘기를 들었다. 우 할머니는 법률구조공단을 찾아가 기막힌 사연을 얘기하며 도움을 요청했고 구조공단은 이 사건 해결에 발벗고 나섰다.

사건을 맡은 이강현 변호사(서울중앙지부)는 같은해 8월 서울가정법원에 "우 할머니와 남편 사이에 사실상 혼인관계가 존재한다"며 '혼인신고특례법에 의한 전사자와의 혼인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 변호사는 남편의 전사확인서, 망인 본적지 이장 및 마을주민의 인우인보증서 등을 제출해 본인임을 입증했고 망인의 형제 2명의 사실확인서와 우 할머니가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어 보훈 급여를 받고 있다는 사실 등을 제출해 사실혼관계가 있음을 증명함으로써 같은해 11월 승소판결을 받아 냈다

이 변호사는 "우 할머니 사건은 아주 희귀한 소송이었지만 할머니의 평생 소원을 풀 수 있게 돼 큰 보람을 느낀다"며 "우 할머니와 같은 경우 소송을 통하지 않고 보훈처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관련 규정이 개정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 할머니는 "남편과 혼인신고가 않된 이유로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보훈처 담당자의 얘기를 듣고 정말 기가 막혔다" 며 "다행히 법률구조공단의 영세민 무료구조를 통해서 승소 판결을 받아 평생 소원을 풀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현재 우 할머니는 승소 판결을 받아 남편 호적에 배우자로 등재한 후 얼마 전 판결문과 호적등본을 국가보훈처에 제출한 상태고, 사망할 경우 국립묘지에 안치될 수 있게 됐다.

이현준기자 뉴시스통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