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전쟁] 우주탐사 반세기
[위클리조선] 2007년 10월 30일(화) 오전 11:30
1957년 10월 4일, 인류 사상 처음으로 소련이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면서 우주개발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스푸트니크의 발사 성공에 자극받은 미국은 1958년 1월 31일 인공위성 ‘익스플로러’ 발사에 성공했고 두 나라의 우주 경쟁은 불이 붙었다.
1960년대의 우주 경쟁은 세계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을 누가 먼저 달성하느냐를 놓고 이뤄졌다. 유인 우주비행에 먼저 성공한 나라는 소련이다. 1961년 4월 유리 가가린을 태운 소련의 보스토크 1호(보스토크 1인승·1961~1963년, 2인승·1964~1966년)가 108분간 지구를 일주하고 돌아온 것이다. 이에 뒤질세라 미국 역시 같은 해 5월 5일 첫 유인 우주선 프리덤 7호를 탄 앨런 셰퍼드 중사가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한다.
두 나라의 자존심 경쟁은 누가 먼저 달 표면에 착륙하는가로 이어졌다. 가가린이 최초의 우주비행을 끝낸 지 겨우 18일이 지난 1961년 5월,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1960년대가 끝나기 전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달 착륙 또한 소련에서 먼저 이뤄냈다. 1966년 2월 소련은 무인 탐사선 루나 9호를 세계 최초로 달에 착륙시켜 달 뒷면 사진을 찍는 데 성공하였다.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미국은 맹추격을 하여 3년 뒤인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를 달에 쏘아 올려 인류 최초로 달에 우주인(닐 암스트롱)을 내려놓는다. 이 역사적 순간은 새로운 차원의 우주시대를 열었다. 이후 미국은 오랜 세월 우주 활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다.
달이 정복되자 두 나라는 행성 개척에 나섰다. 1966년 옛 소련은 ‘비너스호’를 통해 금성의 대기 구조를 알아냈고, 1975년과 1976년 미국의 ‘바이킹 1·2호’는 화성에 착륙하여 화성 표면이 붉은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과 생물이 살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행성 탐사의 주도권 다툼에서 미국은 항상 우위를 지켰다.
미국과 소련은 1970년대부터 우주정거장 개발 경쟁도 벌였다. 소련은 1971년 살류트라는 우주정거장을 처음 발사했고, 미국도 우주에서의 실험을 목적으로 1973년 스카이랩(Sky Lab)을 발사하여 1980년까지 사용하였다. 그 뒤를 이어 소련이 1986년 최초의 유인 우주정거장 ‘미르’를 발사했다.
길고 긴 우주경쟁은 1975년 7월 17일 아폴로 18호와 소유즈 19호의 도킹으로 일단 주춤해졌다.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야 했던 우주경쟁을 두 나라 모두 감당하기에 벅찼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 은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을 유보하고, 대신 우주왕복선개발을 선택했다. 우주왕복선은 재사용이 가능하여 예산이 절감되는 우주선이다.
우주왕복선은 1981년 4월 12일에 결실을 맺었다. 이날 2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최초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발사되었다. 컬럼비아호를 시작으로 챌린저호, 디스커버리호 등의 우주왕복선이 수십 차례 우주를 항해하며 무중력 상태의 우주 공간에서 각종 과학실험을 수행했다. 특히 우주왕복선은 고장난 인공위성을 찾아가 현장에서 수리해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허블 우주망원경도 이런 출장 수리 서비스를 받은 바 있다.
우주개발에는 희생도 따랐다.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60초 후 공중폭발한 데 이어, 2003년 2월 1일 16일간의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던 컬럼비아호가 귀환 도중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폭발하는 등 참사가 끊이질 않았다. 당시 컬럼비아호는 28번째 비행이었다. 컬럼비아호 폭발 사고로 미국 우주탐사 계획은 큰 차질을 빚었다. 당장 국제우주정거장(ISS) 모듈에 있는 우주인 3명의 귀환이 문제였다. 우주비행사 왕래와 필수품 공급도 문제였다. 미국은 러시아와 협력하는 것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2003년 4월 비행사 유리 말렌첸코(러시아)와 에드워드 루(미국)가 카자흐스탄에 있는 바이코누르 우주 기지에서 러시아 우주왕복선 소유즈호를 함께 타고 국제우주정거장 모듈로 떠났고, 2003년 5월 말 상트페테르부르크 건립 300주년 기념식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주 개발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2000년대는 우주개발 협력시대이다. 1969년에 달을 정복한 인류는 이제 화성 정복을 목표로 세워놓고 고도 460㎞의 지구 궤도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 ‘프리덤’의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왜 우주개발에 열 올리나
미래산업 견인하는 첨단기술 집합체
우주개발에는 인원도 많이 투입되지만, 비용 또한 천문학적이다. NASA의 1년 예산은 평균 160억달러로, 세계 주요 6개국 우주기관의 예산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또 미국은 세계 주요 6개국의 항공우주산업 매출액의 60%를 차지하는, 세계 항공우주산업의 독보적 존재이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우주개발 1년 평균예산은 유럽우주국 38억달러, 일본 16억달러, 러시아 13억달러, 중국 5억달러 정도이다.
우주기술은 미래산업을 이끌고 갈 첨단기술의 집합체다. 동시에 최고 수준의 ‘고부가가치’ 산업이어서 국가 성장동력사업의 하나로 꼽힌다. 실례로 t당 가격을 단순비교해도 인공위성 가격은 자동차의 300배에 달할 만큼 고가인 동시에 고부가가치상품이다. 중국이 개발한 1000여개 신소재 중 80%도 우주기술의 성과에서 나온 것들이다.
우주개발기술이 일반 산업에 미치는 파장 역시 실로 엄청나다. 직접적으로는 방송·통신, 위성항법시스템, 기상예측 분야, 수자원·재난 감시, 원격진료·원격교육 등의 산업을 창출하고, 간접적으로는 MRI(자기공명영상)·CT(컴퓨터 단층장치) 같은 의료장비, 태양전지·연료전지 등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할 산업에도 영향을 끼친다. “우주산업 1달러 투자가 7~12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처럼 결국 국가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각국이 우주 경쟁에 뛰어드는 것이다.
우주개발 반세기의 성과
비행사 식수 위해 개발한 정수기는 생활 속으로
최고의 성과는 화성에서의 생명체 흔적 발견
지난 50년간의 우주 탐사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2003년 유럽연합이 발사한 화성탐사선 ‘마르스 익스프레스’는 화성의 극 지역에 얼음이 존재하며, 화성의 표면에 한때 물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물의 존재는 생명체 존재 유무와 관련되므로 아주 중요한 단서이다. 화성에는 로봇이 세 차례 보내졌다.
토성의 신비도 낱낱이 밝혀졌다. 지금까지 밝혀진 토성의 위성은 모두 60개다. 그 가운데 타이탄 위성은 다른 태양계 위성에서는 볼 수 없는 짙은 대기에 감싸여 있다. 1997년 발사된 카시니호는 7년간 35억㎞의 여행을 통해 토성에 도착, 토성 위성의 신비를 벗겨내고 있다.
달의 정체도 비교적 자세히 밝혀졌다. 달에 착륙한 우주선은 아폴로11호를 비롯해 12호, 14호, 15호, 16호, 17호 등 총 여섯 차례에 이른다. 6회의 성공적 비행을 통해 모두 385㎏에 이르는 월석이 수집됐다. 전 세계의 지질학자들은 아직도 달에서 가져온 돌과 흙을 분석 중이다. 아폴로 탐사 결과 얻어낸 성과는, 달에서도 지진이 일어나지만 가장 큰 지진이 리히터 규모 4 정도로 미미하다는 것과 지각변동 등 지질운동이 거의 멈춰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달에는 지구와 같은 철 성분도 없음이 밝혀졌다.
미신과 공포의 소재였던 혜성 탐사도 막이 올랐다. 지난 2004년 3월 인류 역사상 최초로 혜성을 탐사하기 위해 유럽의 혜성탐사선 ‘로제타’가 발사돼 10년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로제타는 2014년 혜성 궤도에 진입한다. 얼음ㆍ바위ㆍ먼지 등으로 이루어진 공 모양의 혜성 주위를 돌면서 표면을 자세하게 탐사한다.
우주 탐사 기술은 우주나 행성의 비밀을 밝히는 데만 그치지 않았다. 인공위성, 우주발사체, 우주왕복선, 국제우주정거장 건설 등 우주를 향하며 낳은 기술들은 다시 우리의 생활 속으로 성과물을 되돌려주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용하는 정수기는 NASA가 우주비행사들의 식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시초다. 이것이 점차 민간으로 확대되면서 상품화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건물 화재경보장치는 미국의 우주정거장인 스카이랩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화재를 감지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CTㆍMRI 등은 NASA가 아폴로 계획을 통해 개발한 디지털 신호처리나 화상기술이 낳은 결과물이다. 텔레비전 방송, 휴대폰 등은 인공위성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들이다. 우리는 이미 우주기술의 수많은 혜택 속에 살고 있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모르고 살아갈 뿐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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