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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한국위 "백두산 '창바이산' 호칭 문제없다"

한부울 2007. 10. 13. 14:17
 

유네스코 한국위 "백두산 '창바이산' 호칭 문제없다"

[중앙일보] 2007년 10월 08일(월) 오후 12:32

 


[중앙일보 김용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발행하는 정기 간행물에서 백두산을 ‘창바이산’이라고 소개하는 글을 실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유네스코활동에 관한법률’에 따라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다. 이 글은 최근 중국 정부가 백두산 내 한국인 투자 호텔을 철거하고 ‘백두산 공정’을 추진하면서 한국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민감한 시점에서 나왔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1일 발간한 정기간행물 ‘유네스코뉴스’가 기획한 생물권보전지역(MAB)이라는 연재물(총12회) 가운데 10회로 ‘창바이산’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유네스코뉴스는 백두산 전경 사진을 게재하고 ‘창바이산(長白山) 동북아의 대표적인 산림 생태계’라고 소개했다. 이어 “창바이산은 약 1백만 년 전 화산이 분출하고 용암이 흘러나와 형성됐다. 천지는 세계 화산호 중 가장 높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백두산이 창바이산으로, 천지는 ‘창바이산 천지’로 둔갑한 것이다. 창바이산은 백두산의 중국명. 유네스코 뉴스는 지리적ㆍ생태적ㆍ사회적 개황에서 “북한의 백두산과 국경을 이루며”라고 소개해 창바이산이 백두산이 마치 별개의 존재 인처럼 호도했다.

글을 쓴 유네스코 한국위의 과학팀 소속 직원 심숙경씨는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중국의 창바이산과 북한의 백두산은 하나의 산이 각각의 국경에 의해 나뉘어져 각 절반을 부르는 명칭"이라고 말했다. 또 “산이 국경에 의해 구분되어 서로 다른 국가의 주권이 미치고 있고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도 각각 별도로 지정되어 있어 중국이 자국 영토에 있는 곳을 창바이산이라 부르는 것은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MAB 한국위원회 위원인 조도순 가톨릭대 교수는 “중국 쪽에서 창바이산이라고 말할 때는 백두산 전체를 지칭하는 것”이라며 “우리 쪽에서는 백두산이라는 표현이 맞다”고 말했다. 또 “우리 쪽에서 창바이산이라는 표현을 굳이 쓴다면 백두산이라고 쓰고 그 옆에 ‘창바이산’이라는 표현을 괄호 안에 넣어서 쓰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목록에 중국이 ‘창바이산’이라는 이름으로 등재했기 때문에 ‘창바이산 생물권보전지역’이라는 명칭에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유네스코뉴스가 백두산을 ‘창바이산’이라고 소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유네스코뉴스는 3월호(“창바이산, 잠정 목록에 오르지 않아 몇 년 안에 세계자연유산 등재 불가”라는 제목의 글)과 지난해 9월호(“중국의 창바이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관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백두산을 ‘창바이산’으로 소개한 바 있다. 지난해 9월호에서 뉴스는 “민족의 감정을 앞세워 대응하기보다 민족의 영산이자 한반도 생태축의 정점인 백두산을 보호하는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는지 차분히 돌아봐야 할 것이다. 자연에는 국경이 없는 점을 고려해 자연을 보살필 의무를 나눠지고 있는 이웃국가들이 협력해 자연과 사람이 상생하는 길을 찾을 수는 없을까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홈페이지에서 백두산은 두 개의 이름으로 등재돼 있다. 백두산은 중국 정부에 의해 1979년 “Changbaishan(창바이샨)”이라는 이름으로, 북한 정부에 의해 1989년 “Mount Paekdu(백두산)”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에 각각 등재됐다.

백두산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목록에서 중국의 총 28개 등재 목록 가운데 “Changbaishan(창바이샨)”이라는 이름으로 맨 먼저 명시되어 있다. 목록을 클릭하면 가장 첫 머리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백두산 천지 사진이 첨부돼 있어 천지가 중국의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사진은 중국인이 촬영한 것이라고 출처를 밝히고 있다. 이에 반해 북한 등재 목록에 있는 백두산을 클릭하면 천지 사진은 없고 백두산에 대한 간단한 소개만 나와 있을 뿐이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발간한 유네스코뉴스는 매월 2500부 정도가 발행돼 공공기관과 각급 단체, 구독을 희망하는 개인에게 우편으로 배포된다.

김용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