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부

중국에서 생존하는 '신 10계명'

한부울 2007. 8. 14. 20:45
 

중국에서 생존하는 '신 10계명'

[중앙일보] 2007년 07월 31일(화) 오후 03:00


[중앙일보 장세정] 중국에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처럼 납치를 일삼는 극단적인 테러세력은 없다. 그렇지만 외국인에게 중국 생활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 특히 중국에 상주하는 70만 교포와 400만명의 한국인 여행자들에겐 곳곳에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29일 사무실에서 샌드위치를 먹은 뒤 설사와 복통 때문에 멀쩡하게 두발로 병원에 걸어들어가 링거주사를 맞고 20여분 만에 숨진 황정일(52) 주중 한국 대사관 정무 1공사의 사망 사건은 종종 목숨을 요구하는 중국 생활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중이지만 당시 병원 도착 직후 의사의 검진에서 혈압 등이 정상으로 진단됐던 황 공사가 링거를 주입한 뒤 20분 만에 숨진 정황과 주변 진술을 두루 감안하면 링거가 황 공사 사망의 직접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ㆍ중ㆍ일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 정무ㆍ경제를 담당 6명의 공사는 다른 지역과 달리 대사급 공사를 파견한다. 그만큼 한국 외교관 중에서 핵심 중의 핵심인력이란 얘기다.

이처럼 소중한 생명을 한순간에 앗아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 생활에서 한국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몇 가지 위험들을 긴급 진단해봤다.

주중 한국 대사관에 근무하는 K씨는 중국 생활을 몇 년 째 하면서 건강에 관한 지론이 바뀌었다. 그건 바로 “한국이면 몰라도 중국에서는 절대 아프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좋아하던 술도 끊고,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정기적으로 운동을 한다. 한국에서 생활할 때보다 훨씬 더 그의 생활은 더 모범적이다. K씨는 “중국에서는 큰 병원, 재대로 진료하는 병원일수록 링거나 주사를 가급적 권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민 L씨는 몇 달 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학교에서 놀다 팔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 중국인 병원에 서 깁스를 했다. 그런데 육안으로 보기에도 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깁스가 비뚤어지게 돼 의사에게 이유를 묻다가 혀를 내둘렀다. 이 의사는“일상생활 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며 오히려 L씨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다고 한다. L씨는 결국 아들을 서울로 보내 재수술을 받고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L씨는 “이런 사례는 어린이나 어른이나 중국에선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교민 P씨는 “얼마 전 동북(東北) 지방에서 가짜 혈액(알부민)이 병원에 유통돼 충격을 줬다”며 “식품과 의약품의 관리를 총책임지는 담당 국장(장관급)이 뇌물을 받고 가짜 약에 특허를 내주다 지난달 사형에 처해진 나라가 중국”이라며 해를 내둘렀다.

대기업 S사에 근무하는 직원 A씨는 몇 달 전 사무실 근처 횡단보도를 건너다 중국인 택시기사와 티격태격 말싸움을 했다. 분명히 보행자 신호였는데 이 택시가 횡단보도를 밀고 들어와 차에 치일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택시기사는 험상궂은 표정으로 되려 A씨를 나무라며 심한 욕설을 한 뒤 도주해버렸다.

이처럼 중국의 교통질서는 극히 문란하다. 보행자에 대한 보호의식은 전무하다시피하다. 그렇다보니 교통사고도 자주 일어난다. 몇 달 전 만리장성을 구경하고 베이징 시내로 들어가던 국내 모 대학 교수 가족이 탄 택시가 마주오던 차와 충돌해 교수의 부인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자세한 사고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과속ㆍ과적ㆍ난폭운전이 난무하는 중국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한국인이 모여 사는 베이징의 왕징(望京)지역에 사는 교민 C씨는 벌써 몇 개월 째 먹는 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생수를 사 마시려다 “베이징의 생수 중 50% 정도가 가짜”라는 보도를 보고 생수를 끊어버렸다. 수도물을 먹자니 그것도 꺼림찍했다. 물을 받아 놓으면 금방 희뿌연 석회석 가루가 생겨 도저히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결국 C씨는 정수기로 수돗물을 정수한 뒤 보리차를 넣어 끓여마시기로 했다.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은 이미 고전(古典)이 돼버렸다. 가짜 계란이 만들어져 팔리고, 최근엔 돼지 가격이 폭등하자 병든 돼지를 내다판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중소기업 베이징 지사에 근무하는 H씨는 최근 여름휴가를 이용해 서울에서 정밀 신체검사를 받았다. 중국에서 건강진단을 받아봐야 신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몇십만원의 항공료를 덤으로 물었다.

중국 생활은 일반의 짐작과 달리 이처럼 외국인에게 고위험ㆍ고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strong 다음은 중국에 사는 교민들의 경험담을 통해서 기자가 취합해 본 ‘중국에서 생존하기 위한 신(新) 십계명’이다. 중국 생활에서 황당한 체험을 한 교민들의 냉소와 풍자가 곳곳에 깃들여있다. 중국에 자녀를 유학 보내는 부모들이나 중국 파견ㆍ출장ㆍ여행을 계획 중인 이들이라면 한번쯤 되새겨봐야 할 내용들이다. /strong

①중국에선 무조건 아프지 말라, 아파도 왠만 하면 병원 가지 말고 꾹 참아라
②병원에 가더라도 주사와 링거는 절대 맞지 말라, 목숨을 지불할 수도 있다
③말기 암환자라면 ‘이판사판’ 장기 이식이나 기공치료는 받아도 괜찮다
④양주는 마시지 말고 꼭 마신다면 차라리 싼 고량주를 마셔라. 가짜가 그나마 적다
⑤생수의 절반이 가짜이니 차라리 석회석이 든 수도 물을 끓여 마셔라
⑥돼지고기는 당분간 사먹지 말라. 가격 파동으로 병든 돼지가 유통 중이란다
⑦가짜 계란이 나돈다고 하니 차라리 제대로 부화한 닭고기를 사먹어라
⑧흑차(黑車,무등록차량)는 타지마라, 사고가 나면 보상 한 푼 못 받는다
⑨골판지를 넣었다는 소문도 있으니 교자(소가 든 만두) 보다는 찐빵(소가 없는 만두)을 사먹어라
⑩중국은 물가가 싸다고 착각하지 말라, 의식주 모두 싼게 비지떡이고 가끔 생명도 노리니 주의하라

베이징=장세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