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부

관시<關係·인간관계>를 팝니다”

한부울 2007. 6. 9. 13:20
 

관시<關係·인간관계>를 팝니다”

[동아일보] 2007년 06월 09일(토) 오전 03:08


[동아일보]
‘탁구를 함께 쳐 줄 상하이시 공무원 200위안(약 2만4000원). 정부에 압류당한 차를 되찾을 수 있는 공상(工商)국(정부 부서 중 하나) 간부 8000위안. 베이징(北京) 후커우(戶口·한국의 호적)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 1만 위안.’

중국 ‘즈커왕(智客網·www.zhike.com/zhike/modules/index.php)’에 신청한 항목과 해결 시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다.

즈커왕은 올해 3월 12일 중국에서 처음 등장한 ‘관시(關係)’ 및 지식 매매 사이트. 혼자 풀기 어려운 문제를 게시판에 올리고 해결되면 해결사에게 사례금을 지급한다. 사이트 운영자는 요금의 20%를 수수료로 챙긴다.

요금은 50∼1만 위안까지 천차만별이다. 해결하기 어려운 주문일수록 현상금이 올라간다. 특히 관시를 이용하는 ‘인맥(人脈) 임무’는 지식을 활용하는 ‘지력(智力) 임무’보다 요금의 차이가 크다. 지력 임무는 건당 100∼1000위안 수준이다. 민원을 게시하거나 민원 해결사로 나서려면 반드시 실명으로 회원 등록을 해야 한다.

문제는 민원의 내용이다. 특히 ‘인맥 임무’는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요구가 많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에서는 이 사이트의 유해성 여부를 놓고 격론이 일고 있다. 문제를 제기하는 쪽은 관시를 이용해 해결해 달라는 것은 결국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라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지금까지 올라온 200개 안팎의 민원 대부분이 관련 부문의 공직자를 찾는 등의 부류라는 것이다. 이들은 “인간관계를 어떻게 사고팔 수 있느냐”며 도덕적 문제까지 제기한다.

반면 베이징대 옌지룽(燕繼榮) 교수는 ‘사회적 관계’ 역시 하나의 재화로서 매매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옌 교수 등은 “즈커왕이 지식 및 관계에 관한 새로운 산업을 창출했다”고 옹호했다.

신화왕(新華網)과 중국중앙TV(CCTV)가 이 논쟁을 보도하면서 문제가 커지자 즈커왕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사람들이 지식과 인맥을 서로 잘 활용하도록 돕는 것이지 절대로 관시를 이용해 부정이나 비리를 조장하는 사이트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사이트는 이어 “우리의 영업 방식은 사회 구성원은 누구나 6단계만 거치면 서로 연결된다는 미국 하버드대 스탠리 밀그램 교수의 유명한 ‘6단계 분리 법칙’에 기초한 것”이라며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6단계를 2단계로 줄인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아직 이 사이트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재화와 용역의 매매를 알선하고 중개료를 받는 것은 중국에서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기 때문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