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사회의 기현상…"하위 카스트가 더 좋다"
[연합뉴스] 2007년 06월 05일(화) 오후 03:42
(뉴델리=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 인도의 비약적인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수 천 년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고 있는 카스트(계급) 제도에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하층 계급들이 자신들보다 더 낮은 최하층 계급인 달릿(Dalit,불가촉천민)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
단적인 예가 최근 일주일간 라자스탄주(州)에서 28명의 사망자를 낸 구자르(양치기) 부족의 폭동.
바이샤 계급의 하층부에 속하는 이들의 요구는 자신들을 `지정 부족민(ST:Scheduled Tribe)'에 편입시켜 달라는 것인데, ST는 광의의 달릿 그룹에 속한다.
이들이 최하층 계급으로 편입되기를 원하는 것은 그렇게 되면 정부 일자리나 의회, 대학 등에서 특혜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1억6천만명에 달하는 지정 부족민과 `지정 카스트(SC:Scheduled Caste)'에 공공기관과 대학의 정원 25%를 할당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ST가 되면 취직이나 입학의 경쟁률이 훨씬 낮아진다.
이미 ST로 지정돼 있는 미나(농민. 상인) 부족이 구자르의 요구를 수용하지 말라며 시위에 나섰던 것도 구자르가 ST에 편입되면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라자스탄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구자르 부족의 시위가 주말에는 미나 부족과의 계급 분쟁으로 비화되면서 지금까지 28명이 사망했다.
힌두 사회의 기본적인 질서체계인 카스트는 아리안족이 인도를 정복한 뒤 원주민과 자신들과의 차등을 강조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힌두교도는 누구나 성직자인 브라민(Brahmin)이나 군인.귀족인 크샤트리아(Kshatriya), 상인인 바이샤(Vaishya), 천민인 수드라(Sudra) 중 하나로 태어난다.
이후 지배계급은 브라만과 수드라 사이의 자식들에 대해 달릿이라는 새로운 계급을 부여해 최하층민으로 격하시켰는데, 이는 아리안족의 순수 혈통을 보존하기 위한 취지였다.
인도는 영국에서 독립한 직후 카스트 제도를 법적으로 폐지했으며 교육과 근대화와 영향으로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인도인들의 결혼이나 교육, 직업선택 등에 깊숙이 뿌리내려 있으며 개인의 전반적 사회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카스트 제도는 도시보다는 농촌에서 더욱 강하고 특히 지금도 관혼상제 등의 예식과 친목교류는 거의 동일한 카스트끼리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카스트가 수 천 년째 인도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구자르가 달릿 편입을 자청하고 나선 것은 자신들에게 경제성장의 혜택이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구자르 부족은 4일 뉴델리로 향하는 주요 간선도로를 봉쇄하는 등 시위 강도를 한층 높였다가 자신들의 요구를 검토하겠다는 정부의 양보를 얻어내고 자진 해산했다.
시위에 참석한 라제시 구자르(26)은 "나는 농민이지만 가난하다. 따라서 보수가 좋은 정부 일자리를 원한다. 사무실은 시원하지만 논은 너무 덥다"고 말했다.
다른 시위 참석자인 프라딥 비두리(30)는 달릿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는 생존의 문제로 남의 시선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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