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칸 수상, 인생에 큰 비중으로 남을 것"
[연합뉴스] 2007년 05월 28일(월) 오전 05:36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기자회견
(칸<프랑스>=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 "칸 여우주연상 수상은 제 인생에 큰 비중으로 남을 겁니다."
제60회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칸의 여인'이 된 전도연(34)이 시상식 직후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 내 기자회견장에서 각국 기자들과 만났다.
전도연은 22편의 장편 경쟁부문 초청작 중 한 편인 이창동 감독의 '밀양(Secret Sunshine)'에서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두고 용서라는 화두에 직면한 피아노 과외교사 신애를 실감나게 연기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밀양'이 현지 시사를 통해 공개되자 현지는 물론 각국 언론들도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수상 가능성을 연일 보도했고 평단에서도 그의 연기에 대해 "힘 있고 믿을 만한 연기"라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 3대 영화제(칸ㆍ베를린ㆍ베니스) 중 첫손에 꼽히는 칸에서 해외 영화제 진출 경험이 없는 아시아 여배우가 수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래서 이번 전도연의 수상은 어떤 여우주연상보다 값지다.
전도연도 이에 대해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모양.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사실은 계속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고 고백했다.
전도연은 "이는 나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한 일이었는데 나를 보는 주변의 시선조차 부담스러워 숨고만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렇지만 상을 받은 뒤 그런 시선이 응원의 눈빛과 축하의 메시지가 돼 감사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최고의 여배우지만 해외 영화제 참여 경험이 없는 그에게 주위의 기대는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 전도연은 시상식 전 일부 언론에서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사실상 확정된 것처럼 보도하자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수상을 하고 나니 이제 전도연에게도 세상이 달리 보이는 것일까. 그는 "세계적인 영화제인 칸에서 해외 영화제를 처음 경험하게 돼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 자리 자체도 영광스럽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칸에 입성하면서도 큰 욕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과한 상들을 많이 받아서 사실상 개인적으로는 욕심이 없었습니다. 사실 이창동 감독님을 통해 칸에 올지도 몰랐고요. 수상과 관계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 된다고 생각했고 감독님도 그렇게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칸의 여우주연상은 그에게도 큰 의미일 듯.
전도연은 "한국에서도 저를 배우로 인정해 주고 좋은 상도 많이 줬지만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배우로서 제 인생에 큰 비중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결혼한 것과 관련 "결혼이 전도연 씨에게 어떤 의미인가"라고 묻자 "가장 큰 선물 중에 하나"라며 밝게 웃었다.
전도연은 기자회견을 하기 전 포토타임 시간에도 연방 얼굴에서 행복한 웃음을 감추지 않았으며,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호명됐을 때는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기도 했다.
전도연은 수상 소감으로 "믿기지 않는다"고 말문을 연 뒤 "작품에서 열연한 여배우들이 많이 있다고 들었는데 제가 그 여배우들을 대신해 이 자리에 설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그 자격과 영광을 주신 칸과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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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의 별로 빛난 ‘비밀의 햇살’…‘밀양’의 전도연
[경향신문] 2007년 05월 28일(월) 오전 03:55
감독 이창동과 배우 전도연이 만나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대치의 고통을 스크린에 투사, 칸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전도연의 올해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은 ‘이창동 리얼리즘’이라고 명명할 만한 감독만의 독창적인 영화연출 방식 안에서 인간의 끝간 데 없는 괴로움을 과장없이 표현해낸 그녀의 연기가 세계적으로 공인받았다는 데 의미를 지닌다.
전도연이 연기한 ‘밀양’의 신애는 영화가 시작되기도 전 남편이 외도에 이어 죽음을 맞는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새 삶을 시작하려 해보지만 유일한 희망인 아들이 유괴살해라는 끔찍한 방식으로 곁을 떠나고, 더이상 잃을 것이 없을 것 같던 신애는 신앙에 마음을 맡겨보지만 그로부터 역시 처절하게 배반당한다. 이렇게 모든 것을 빼앗겨가는 한 여인의 고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삶과 죽음, 죄와 벌, 구원과 용서 등 인간사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오늘날 한국 자본주의의 풍경 안으로 그 질문들을 끌어들인다. 전도연은 이처럼 쉽사리 도달할 수 없는 여인의 감정 앞에서 자학에 가까운 반복된 촬영을 감내했다. 줄곧 안으로 삼키고 종종 도리없이 당황하며 간혹 남김없이 폭발하는 전도연의 연기는 지난 10년간 호평받은 그녀의 출연작 중에서도 단연 최고봉에 달한 것임에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인류사에서 줄곧 제기돼온 근본적인 질문들에 더해 신애의 고통이 현대 자본주의의 모순 속에서 펼쳐진다는 설정은, 전통적으로 미학적 독창성을 주요 판단요소로 삼으면서도 최근 정치사회적 의미에 비중을 늘리고 있는 칸영화제의 경향에 적절히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창동 감독은 전작들에서 그랬듯 전도연에게 같은 장면을 반복해 주문하며 “한번 더, 더”를 요구하면서도 ‘어떻게’를 말하지 않았다. 주간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감독이 밝혔듯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배우가 그것을 느끼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는 지론대로 배우 스스로 감정을 찾도록 하는 방식이다. “감독님이 뭘 어찌 하라는 말인지 알려주지 않고 더 하자고만 해서 처음엔 화도 많이 났다”고 고백하는 전도연이 이같은 작업방식 안에서 자신을 한쪽 끝으로 몰고가며 흡인력을 강화한 것이 주된 득점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은 루마니아 크리스티앙 문기우 감독의 ‘넉달, 삼주 그리고 이틀’에게 돌아갔다.
송형국· 김정선기자
-전도연 작품연보-
1997 ‘접속’
1998 ‘내마음의 풍금’
1998 ‘약속’
1999 ‘해피엔드’
2000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2002 ‘피도 눈물도 없이’
2003 ‘스캔들-조선남녀 상열지사’
2004 ‘인어공주’
2005 ‘너는 내 운명
2007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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