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동포

"중국댁, 이젠 당당한 한국인 됐죠”

한부울 2007. 4. 4. 21:22
 

"중국댁, 이젠 당당한 한국인 됐죠”

[세계일보] 2007년 04월 04일(수) 오후 08:50

  

“한국에서 외국인이 아닌 진정한 한국인으로 당당하게 살 수 있어 무척 기뻐요. 이젠 진짜 대한민국 국민이 됐으니까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꼭 투표하겠습니다.”법무부 출입국관리국으로부터 최근 있었던 귀화증서 수여식에서 한국인 귀화(歸化) 증서를 받은 ‘중국댁’ 취안춘싼(權春善·29·여·경북 경산시 황제리)씨. 그는 “소망하던 한국인이 돼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중국 지린성(吉林省)이 고향인 그가 남편 이태관(38·운수업)씨를 만난 것은 2003년. 선양(瀋陽) 타오셴(桃仙) 공항에 친구를 배웅하러 나갔다가 지갑을 잃어버려 헤매던 이씨를 도와준 것이 계기가 돼 사랑이 싹튼 것.

그는 “겉으로 보기엔 다소 무뚝뚝하지만 생각이 깊고 다정다감한 남편의 성격에 반했다”고 털어놨다. 이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으며 1년여 교제한 끝에 국경을 넘어 2004년 결실을 맺었고, 아들 정빈(3)군을 뒀다.

그는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고 정착했으나 그동안 외국인(중국인)으로 살아왔다. 귀화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지난해 8월 법무부에 한국 국적 취득을 신청했으며 반년 만에 뜻을 이뤘다.

그는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 살 건데 당연히 한국 사람으로 살아야죠”라며 “아름다운 한국의 자연과 정이 많은 한국사람이 좋고 사촌처럼 지내는 이웃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자신의 원래 국적을 버리고 스스로 ‘코리안’이 되고자 귀화를 신청해 허가받은 사람은 2003년 5900여건, 2004년 6800여건, 2005년 1만1200여건 등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급속한 세계화 및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과 이미지가 향상되면서 외국인에게 한국은 더 이상 이방이 아닌 뼈를 묻고 싶은 ‘제2의 조국’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웃사람들로부터 ‘중국댁’으로 불리는 그는 한국말이 아직 서툴지만 워낙 활발한 성격에다 붙임성이 좋아 주위 아줌마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그는 “아들에게 ‘엄마도 이제는 한국인’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며 “한국 국적을 가진 만큼 맛깔난 김치를 제대로 담그는 법도 배우고 아이도 더 낳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