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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전력우위 잠수함에 달렸다

한부울 2006. 12. 8. 14:24
 

동북아 전력우위 잠수함에 달렸다

[한겨레신문] 2006년 12월 08일(금) 오전 08:50

 

[한겨레] 동북아시아 주변 해역은 해양관할권과 도서영유권, 해양자원과 해상교통로 확보 등을 놓고 각국 사이의 갈등과 충돌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곳이다. ‘은밀 타격’ 능력을 갖춘 잠수함은 이런 잠재적 갈등이 전면화할 경우, 한 나라의 전략적 우위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핵심 전력이다. 군이 잠수함 전력 확보에 발 벗고 나서는 데도 이런 이유가 크다.

동해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잠수함 길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은 수십척씩의 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항공모함 중심의 미 태평양함대에 맞서기 위해 잠수함 증강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7월 사정거리 8000~1만4000㎞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쥐랑-2’ 16기를 탑재할 수 있는 최신형 전략미사일 잠수함 1척을 진수했다. 또 매년 3척 이상의 재래식 디젤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

2500~3600t급 잠수함 16척을 보유한 일본도 매년 1척씩 신형 잠수함을 만들고 있다. 일본 잠수함 전력의 70%는 동해에 집중돼 있다. 북한은 로미오급 26척과 상어급 35척, 잠수정 34척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낡고 작아 전략 가치는 크지 않다.

한국은 2020년까지 209급 9척, 214급 9척, 3000t급 3척(1차분) 등 모두 21척의 디젤추진 잠수함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다만, 209급이 2018년부터 퇴역하거나 연안 훈련용으로 쓰이게 돼 실제 작전가용 전력은 줄어들 수 있다. 이 점을 감안해도 일본에 대해서는 대등한 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원제 기자

 

국방부, 잠수함 개발계획 왜 바꿨나
국방부가 스스로 목표로 내세웠던 ‘대양 해군’과 동떨어진 결정을 내렸다는 논란과 의혹에 휩싸였다. 군과 방위산업계의 일부에서 국방부가 214급(배수량 1800t·장보고Ⅱ) 잠수함을 더 늘리려고 3000t급(장보고Ⅲ) 잠수함 개발계획을 유보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계획을 바꿨나?
3천톤급 개발시기 늦어진 탓
군은 지난해 10월12일 214차 합동참모회의에서 잠수함 건조 계획을 바꿨다. 214급 잠수함을 3척에서 9척으로 늘렸다. 대신, 2012년부터 모두 3000t급 12척을 도입하기로 한 2003년의 결정을 바꿔, 2018년 이후 9척을 도입하기로 했다.

의혹의 핵심은 군이 예정에 없던 214급을 추가로 도입하려고 3000t급 개발사업을 유보했다는 것이다. 애초 214급은 2000년 12월 3척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채 5년도 안돼 9척으로 불어났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대양해군 정책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결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국방부는 오해라고 일축한다. 김형동 합참 전력기획차장은 “최초 계획은 2012년부터 3000t급 잠수함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2005년 8월 국방과학연구소의 개념 설계 결과, 도저히 기간 내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장기간 전력 공백이 예상돼 대안으로 214급 6척을 추가로 들여오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군 관계자도 “국방개혁 2020에 따라 2015년 잠수함사령부 창설에 필요한 최소전력 확보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6척을 추가 도입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3000t급 사업은 시기만 뒤로 밀렸을 뿐, 국방 중기계획에 반영돼 계속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혜 커넥션 있나?
독일HDW·현대중공업 ‘이익’
계획 변경에 따른 특혜 의혹도 불거졌다. 한 전직 군 장성은 “기존의 214급 3척을 건조하고 있는 독일 하데베(HDW)사와 현대중공업에 6척의 추가 물량을 준 것은 막대한 특혜”라고 말했다.

214급 추가 도입은 동일 함종을 더 들여오는 ‘계속사업’으로 분류된다. 다른 종류의 잠수함을 들여올 경우 새롭게 경쟁입찰로 선정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계속사업’에선 하데베가 그대로 사업을 맡는다. 하데베의 설계와 필수 자재를 들여와 국내 건조를 맡은 현대중공업도 기존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 추가 수주를 받는 데 크게 유리하다.

하데베의 국내 중개상 ㅇ사도 큰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무기사업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무기중개상엔 경쟁입찰의 경우 대략 사업비의 5%가 돌아가지만, 계속사업이 되면 훨씬 비율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214급 사업비 규모는 3척 1조5천억원에서 9척 4조5천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하데베사가 75%, 현대중공업이 25%를 가져간다.

국방부는 계속사업이 된 것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것이라면서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이 유리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국내 건조사 선정은 매년 1척씩 경쟁입찰로 발주한다”고 반박했다. 국내에선 209급 잠수함 사업을 ‘싹쓸이’했던 대우조선해양도 잠수함을 만들 수 있다.

일부에선 윤광웅
전 국방장관의 ‘이례적 행적’에 의혹의 눈초리를 던지고 있다. “장관 시절, ㅇ사의 대표가 올봄에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은 계획변경 당시의 장관이면서, 군에서 전역한 뒤엔 현대중공업 잠수함 담당 고문을 지냈다. 하지만 국방부 쪽은 “윤 장관이 참석한 행사는 초대 해군참모총장 손원일 제독에 관한 책 출판기념회였고, ㅇ사의 대표는 행사를 주최한 단체의 이사에 불과했다”고 해명했다.

214급 품질은?
그리스는 ‘흠’있어 인수거부
하데베에 214급 4척을 주문한 그리스는 최근 설계의 흠을 지적하며 처음 건조된 함정의 인수를 거부했다. 잠수함이 50도까지 옆으로 기울고 물까지 새는데다 장시간 잠수 항해에 필수적인 공기불요장치(AIP)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한국은 214급 1호 손원일함을 6월 진수해 현재 육상에서 시험운항을 하고 있다. 한 전직 군 장성은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잠수함을 상태가 어떤지 기다려보지도 않고 추가 도입하기로 한 것부터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그리스 잠수함의 흠은 거의 수정됐고, 우리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인도 거부와 보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추가 계약도 내년 2~4월 해상 시험운항 결과를 보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혹·논란 풀려면?
수조원 들어…국회검증 거쳐야
현재 주요 무기의 획득은 각 군과 합참의 결정을 거쳐 국방부 장관 주재의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확정한다. 이후 예산 심사 단계에서 국회에 보고한다. 구체적 규모와 시기 등은 모두 군사기밀이다. 그러나 수조원의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적어도 국회에서는 어느 정도 외부에 공개된 논의·검증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원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