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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아줌마] 유럽 디자이너들도 반한 '한글 패션'

한부울 2006. 11. 13. 23:58
 

[Mr.아줌마] 유럽 디자이너들도 반한 '한글 패션'

[중앙일보] 2006년 11월 13일(월) 오후 08:38


[중앙일보 조도연]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 9층에 자리한 갤러리. 지금 이곳에선 의미 있는 전시회(3~15일)가 열리고 있다. 이름하여 '한글 패션 특별전- 한글과 패션의 만남'이다. 이상봉 디자이너를 포함해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 유럽의 패션 디자이너 42명이 국당 조성주 선생의 한글 서체가 프린트된 원단을 활용해 만든 의상과 액세서리가 전시돼 있다.

한국. 프랑스 수교 12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9월 유럽 최대 의류 박람회인 프랑스 파리의 '후즈 넥스트와 프르미에르 클라스(Who's Next & Premiere Classe)'에서 선보였던 작품들이 그대로 한국에 온 것이다.

이번 한글 패션 전시회는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처음으로 한국인이 아닌 유럽 디자이너들의 손에서 한글을 활용한 고급 패션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이상봉 디자이너가 그동안 장사익 선생의 글씨를 활용한 의상으로 파리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에 참가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는 다른 사람들이 따라와야 성공할 수 있는 법. 이번 전시회를 통해 적어도 41명의 외국 디자이너가 이상봉씨를 '따라한' 셈이라 그의 시도는 성공이라는 말을 붙여도 될 듯싶다.


디자이너를 모은 '후즈 넥스트와 프르미에르 클라스'조직회도 의미가 있다. 매번 1000개가 넘는 브랜드가 참가하는 유럽 최대 패션 박람회를 주관하는 곳이니만큼 그들의 말 한마디가 수많은 유망 디자이너에게 주는 의미는 남다를 것이다. 쇼 매니저인 패트리샤 르라 역시 한글의 디자인적 가치에 적잖이 빠져 있는 눈치다. 그가 이렇게 관심이 있으니 자그마치 41명이나 되는 유럽 디자이너가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이런 조직이 나서지 않았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유럽 디자이너가 한글을 접해볼 수 있었을까?

마지막으로 에비뉴엘에서 이런 행사가 열리는 것도 의미가 있다. 패션이란 대부분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하이 패션이라 불리는 고급 패션에서 제시한 디자인 컨셉트가 시간이 지날수록 일반 대중에 맞게 변형돼 팔린다는 것이다. 이것이 하이패션의 존재 이유다.


그렇다면 만약 한글 패션이 한글을 단순히 티셔츠에 새기는 정도로 시작된다면?

바로 여기에 한글의 하이 패션화를 위한 전시회의 공간으로 에비뉴엘의 참여 의미가 있다. 사실 그동안 에비뉴엘 측은 화랑에서 꾸준히 문화행사를 진행하며 에비뉴엘이 결코 단순한 소비의 공간이 아니라고 설명해왔다. 아마도 이번 전시회가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근거가 아닐까 싶다. 재력 있는 고급 소비층에게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니 말이다.


가장 과학적인 언어로 선정되었다는 한글. 이젠 그 과학적인 우수성 말고도 디자인적 가치도 인정받아 한류의 차세대 주자가 되기를 바란다.


조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