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시간개념 없다고? 뒤집어보면 강점!”
[노컷뉴스] 2006년 09월 27일(수) 오전 09:18
시간개념 약한 한국인들이 약속시간에 꼭 몇 분씩 늦는 것을 조롱하는 ‘코리안 타임’.
실제로
우리나라 직장인의 경우, 출근 시간은 잘 지키지만, 회의나 회식, 외출 등 약속 시간은 지키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사적인 약속에서는 그
현상이 더욱 심한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각 회사와 단체마다 그 모임의 이름을 넣은 ‘... 타임’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한국인들은 자신이 속한 모임의 사람들이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것을 불평하고 또 스스로 조롱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작정 스스로 비하할 일일까?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부 정준영 교수는 26일 CBS 라디오 ‘뉴스야 놀자’(진행 : 개그맨 노정렬, 낮 12시5분~1시30분)의 ‘뒤집어 봅시다.’ 코너에서 “한국인의 시간 개념이 서구인에 비해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뒤집어 보면 강점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시간 개념의 발달은 산업화 시대를 얼마나 오랫동안 경험했는가, 그리고 시계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됐는가에 달려있다”며 “서구에서 기계 시계의 역사는 13세기, 산업화는 18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밝혔다.
이어 “서양에서는 분 단위 시간 문화, 그리고 그에 따른 산업 메커니즘이 최소한 300~400년 이상 작동해왔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며 “우리는 불과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자시, 축시’ 등 2시간 단위로 나뉘는 ‘농경 시간 문화’ 속에 살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잘 개 쪼갠 서양의 시간 개념이 우리 사회에 급속하게 정착되는 과정에서, 한국인들은 심각한 시간개념의 혼란을 겪어왔다”며 “이 때문에, ‘빨리빨리’ 문화가 횡행하면서도, 정작 시간 약속은 ‘느긋하게 잡는’, 즉 시간 약속에는 철저하지 않으면서도, 길이 막히면 못 견디는 모순 된 시간 감각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그러나 “이러한 한국인들의 지금 시간관념이, 서구적 시각에서 보면 모순적으로 보이고, 문제가 많아 보이지만,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관점으로 보면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지금 시대는 ‘시간을 잘 맞춰 기계적으로 삶을 조직하는 근대 산업사회’가 아니라, ‘유연하게 시간을 조율하는 탈근대 정보화사회’라는 것.
“시간에 자신을 꿰어 맞추는 작업 방식이 아니라, 시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작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지금 시대의 효과적인 노동 패턴”이기 때문에 “‘빠르게’ 삶을 움직이면서도, 시간을 자기에게 여유 있게 맞추는 한국인의 현대 시간관념이 차세대 새로운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지금의 휴대폰 커뮤니케이션 문화에서, 젊은이들은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확하게 잡고 움직이기보다, ‘언제쯤, 어느 쯤에서 보자’고 한 뒤, 움직이는 과정에서 휴대전화 접속을 통해 수시로 시간 장소를 유연하게 조정한다.”면서 “이것이 디지털 유목사회의 자연스런 패턴”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분 단위, 혹은 초 단위 시간에 가장 민감한 방송 역시, 이제 시청자들은 TV가 정해놓은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게 아니라, ‘인터넷 TV 포털 사이트’를 통해, 자기 시간과 장소에 따라,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것 역시 한 예”라고 설명했다.
물론
“서로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상호간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것은 에티켓으로서 가치가 있으니 지켜가야 할 일”이라는 지적을
덧붙였다.
이어 정 교수는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와 ‘코리안타임’ 문화를 이제 뒤집어볼 때가 됐다”며 “자꾸 우리 스스로를 비하할 게 아니라, 강점을 살려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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