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반도사관으론 동북공정 못 막는다"
[오마이뉴스] 2006년 09월 22일(금) 오전 09:11
지난 14일 고구려연구회 주최로 열린 '동북공정 분석과 평가' 토론회에서는 금·청나라 역사를 한민족사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이른바 재야사학계의 논리가 강단사학계에서 처음 나온 것이었다.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오마이뉴스>는 20일 고구려연구회 이사장인 서길수 서경대 교수를 만났다.
서 교수는 "중국은 한국사 해체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중국은 현재의 영토를 기준으로 과거 역사를 파악한다.'는 반박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우리도 중국사를 해체해 대응하자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정사인 25사에 들어간 역사는 모두 중국사로 인정하는 것은 사대주의적 전통사관"이라며 "25사에 들어있는 원나라는 몽골사지 중국사가 아니다, 요·금·원·청을 다 중국사로 인정한다면 이제 고구려의 중국사 편입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야사학자들의 주장과 근본적으로 비슷하다"는 지적에 대해 서 교수는 "그들의 주장이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일리가 있는 면도 있다"며 "강단사학계는 재야사학자 등의 주장을 학술적으로 검증해야지 아예 무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주장은 사실 유득공부터 시작해 신채호·장도빈 선생 등 민족주의 사학자들이 했던 말이다.
서 교수는 "일본 밑에서 반도사관을 주재했던 사람이 해방 뒤 주도권을 잡으면서 반도사관이 굳어졌다"며 "우리 학계는 재야 학자들의 견해에 대해 객관적으로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열린 사학계가 아니다, 이러면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없으며 닫힌 반도사관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원자바오 총리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동북공정 문제를 잘 다루도록 지시 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그는 "중국의 외교적인 언사를 그대로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절대 속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고구려 역사재단 해체에 대해 논란이 많다.
"고구려 역사재단의 공과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동북아역사재단의 방향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14일 고구려연구회 주최 토론회에서 금·청나라 역사의 한국사 편입을 주장했는데….
"그동안 중국의 역사침탈 대응 논리를 개발하는데 국내 학계가 한계가 있었다. 고구려는 지방정권이며, 고구려 멸망 뒤 백성들이 다 중국 땅에 들어갔다는 논리에 대해서는 논리적 대응을 했다. 그러나 고구려 이후 금·원·명·청시기에 대한 연구가 안돼 있다.
'중국은 현재의 영토를 기준으로 과거 역사를 파악한다.'는 반박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민중사적으로 봤을 때 고구려와 발해의 멸망 뒤 민중들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해야 하고, 그 후손들이 누구와 친연성이 많은 지 그리고 주변과의 관계 문제 등을 정확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만주를 완전히 장악한 적이 있었나?
"사실 없었다. 일단 금나라는 중국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역사다. 여러 사서에 금나라의 시조인 김함보가 고려인 또는 신라인으로 기록되어 있다. 요나라는 몽골이 자국사로 본다.
명나라의 경우 만주를 완전히 지배했는지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지난해 말 강원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남의현 교수는 명나라는 요동반도만 차지한 것으로 보고있다.
명나라는 요동반도의 오른쪽은 새외(塞外)로 봤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요동변장을 세워 관리를 했는데 나중에는 거의 안됐고 결국 여진족이 중국 전체를 차지했다. 중국에서조차 원나라와 청나라는 정복 민족이라고 했지 자기 민족 역사로 보지 않았다."
금나라 시조가 신라인이라고 해서 금나라 사람들이 한민족이 될 수는 없다는 견해가 있다.
"민중사적인 정체성을 보면 된다. 왕조가 망했다고 만주에 살던 고구려·발해 사람들이 어디 가겠나? 백제사람이 신라인 되고 이들이 고려인 되고 조선인 되고 한국인이 됐다."
사실 1911년 신해혁명 때 구호가 '멸만흥한'(滅滿興漢)(만주족의 청나라를 멸망시키고 한족 정권을 세우자)이었다.
"중국은 1980년대 들어서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에 의해 만주족 역사를 자기 역사로 편입했다. 이전에는 자신을 정복한 나쁜 민족에 불과했다. 중국의 역사지리학자인 탄치양에 의해서 청나라 영토에 속한 모든 민족사를 모두 중국의 역사로 보는 개념이 생겼다."
중국 25사에 금나라·원나라의 역사가 들어있지 않나?
"동양사 전공하는 분들이 25사에 들어간 역사는 모두 중국사로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중국적 사고방식이다. 원나라가 어떻게 중국 역사인가? 세계사적으로 새롭게 조명하지 않은 것이고 사대주의적 전통사관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간 것이다. 요·금·원·청을 다 중국사로 인정한다면 이제 고구려를 중국사에 편입하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14일 토론회 뒤 기존 학계에서는 반응은 어떤가?
"문제는 기존 학계의 반응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고구려연구회 홈페이지에서 논쟁이 벌어졌는데 일부 글은 상당히 수준이 높다. 관련 전공자가 올린 것 같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아무도 실명을 밝히지 않는다. 이게 우리 학계의 현실이다."('histholi'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금·청사의 한국사 편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우리말로 지금의 만주족과 대화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금사연구'라는 아이디이 네티즌은 "그러면 한족(漢族)과 만주족은 대화할 수 있는가? 한족은 만주어 배우기가 매우 어렵지만 조선어는 만주어의 문법과 구조가 같아 우리 나라사람들은 만주어를 단기간에 바로 배울 수 있다"고 답글을 달았다. - 편집자 주)
이런 주장은 재야사학자들의 논리와 근본적으로 비슷하다는 반박이 나올 것 같다.
"나는 강단 사학계 쪽이 더 반성을 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학계는 재야사학자들의 논리라는 이유로 얘기를 못 꺼내고 있다. 재야사학자들의 논리가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일리가 있는 면도 있다.
재야와 강단은 적이 아니고 서로 보완하는 관계다. 재야사학자는 자기들의 주장을 당당히 얘기하고 강단은 이른바 학술적으로 증명된 부문만 얘기하면 된다. 사실 발해사가 우리 역사가 되는 것에 강단 사학자들은 절대로 반대했다. 발해사가 우리 역사가 된 것은 북한 학자들의 연구 성과의 공이 컸다. 북한 학자들이 과감하게 주장했고 결국 교과서에 들어갔다."
발해사, 금·청사 등과 관련한 주장은 이전부터 있었던 것인데….
"이런 문제는 유득공의 '발해고'부터 시작해 단재 신채호 선생, 장도빈 선생 등이 다 얘기했던 것이다. 이런 분들이 서울대에서 강의를 했다면 당연히 국사책에 들어갔을 것이고 누구도 불만을 표하지 않았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반도사관, 반도를 벗어나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다뤘던 것이다.
해방 뒤 일본 밑에서 반도사관을 주재했던 사람이 결국은 주도권을 잡으면서 우리는 반도사관으로 굳어진 것이다. 재야 사학자들이나 우리 주장에 대해 객관적으로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열린사학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면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없다. 닫힌 반도사관으로는 해결이 안된다."
중국이 만주족의 정통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과 만주족이 같은 민족이면 나중에 한국과도 합치자"고 한다면?
"일단 만주족이 중화민족에 속하느냐는 문제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중국이 언제 만주족을 자기 민족으로 봤나? 그런 논리는 중국의 주장은 언제나 옳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다."
서 이사장의 주장은 중국사 해체 작업인데….
"중국이 한국사를 해체하고 있는데 우리도 중국사를 해체해 다시 보자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25사의 열전에 들어있는 것도 모두 자기 역사로 끌어들이려고 한다. 나는 25사의 체계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본다. 원사가 25사에 들어있다고 곧 중국사인가? 원사는 몽골사가 분명하다."
(요동은 중국의 역사도, 한국의 역사도 아닌 제3의 역사공동체로 존재해왔다는 설-편집자 주)
"요동이 중국과 상관없다고 본 것은 성과이지만, 만주와 연관 있는 모든 세력을 다 무시하는 것은 문제다. 예를 들어 만주국이 지금 존재하고 있다면 그들이 요동사의 주체가 됐을 것이고 만약 우리가 그들과 통일을 한다면? 지금 청나라는 없어지고 원래 관계도 없던 중국과 러시아가 요동과 만주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에서 한-몽골 연합을 주장하는 견해가 있는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연합이라는 말을 몽골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전혀 고려가 없다.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본다. 지금 양국의 국력에 큰 차이가 있는데 과연 몽골이 국가 연합을 받아들이겠는가? 이런 얘기는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단견이라고 본다.
현재 몽골은 요나라를 자기 역사라고 하는데 한국이 도움을 줘야 할 것이다. 몽골 학자들 가운데 한자로 된 원전을 읽는 사람이 드물다. 한국인들은 몽골에 가서 '어글리 코리언' 행동만 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상호 호혜의 입장에서 교류하고 입장을 가져야한다."
지난 16일 베이징대 역사학과 쑹청유 교수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구려는 (중국의 역사가 아니라) 외국의 역사라는 것이 베이징대 역사학과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나?
"지금까지 중국 내부에서 동북공정에 대한 반론이 없었는데 최초의 이견을 내놓았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고려해 볼 점이 있다. 우선 그의 말은 학술적인 논문으로 말한 것이 아니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따라서 (10월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립 서비스인지, 정말 활자화된 논문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있다.
또 '중국 내부에도 다른 의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변강사지 연구중심의 연구 성과가 모두 순수 학술적 차원이고 학술적 의견은 다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반증해주는 효과를 노린 것일 수 있다. 베이징대 교수가 직접 동북공정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동북3성 학자들처럼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다. 그러면서 실제 돈은 변강사지연구중심에 들어간다.
중국의 '고구려 지방정권론'은 조공-책봉 논리가 유일한 근거다. 그러나 이는 베트남, 일본 등과 분쟁의 씨앗을 가지고 있다. 이 때를 대비해 어느 정도 다른 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을 수도 있다. 조공-책봉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내가 조사를 해보니 고구려가 가장 강성했던 장수왕 때 조공을 제일 많이 했다."
원자바오 총리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동북공정 문제를 잘 다루도록 지시 하겠다"고 했는데….
"그 말은 중국의 외교적인 언사를 그대로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절대 속아서는 안 된다. 중국은 문제가 생기면 지방정부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지방정부는 '우리가 어떻게 그렇게 하는가.'라면서 서로 핑퐁 게임을 한다. "
국내 학계에서 국사해체론이 나오는데….
"중국과 일본이 국사해체를 한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 그 쪽은 더 강화하는데 우리만 해체하자는 것은 국제정치의 역학을 전혀 보지 못한 것이다."
홍산문화 등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텐데….
(홍산문화는 기원전 3500년께 요하(遼河) 및 대릉하(大凌河) 유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신석기 문화-편집자 주)
"홍산문화·하가점 하층문화와 상층 문화는 모두 고조선 관련 문명이다. 황하 상류인 내몽골 지역에 많은 석성이 있다. 그런데 이 석성이 중원으로 퍼지지 않고 하가점 하층 문화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이후 고구려에 등장하는데 이는 대단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문화의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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