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수호

이어도가 암초라고? 그곳엔 한국의 정서가 있다

한부울 2006. 9. 15. 12:43
 

이어도가 암초라고? 그곳엔 한국의 정서가 있다…전설·문학·음악에 담긴 이어도

[쿠키뉴스] 2006년 09월 15일(금) 오전 11:30

[쿠키 사회]‘이엇사나/이어도사나/이엇사나/이어도사나’.


구전민요 ‘이어도 타령’에 등장하는 전설의 섬, 이어도에 때 아닌 관심을 쏠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14일 이어도에 대한 한국 정부의 법률적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힘에 따라 외교통상부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중국은 이어도가 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모두 포함된다며 한국이 이어도에 설치한 해양관측소를 문제삼아 왔다. 이어도 부근 수역은 대륙붕으로 풍부한 해양 자원을 갖고 있다.


해양전문가들은 일본과 가스전 이용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이 해양 자원 확보를 위해 이어도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분석했다. 유엔해양협약에 따르면 암초는 영토로서 법적 지위를 갖지 못해 한·중 영토분쟁으로 비화될 소지는 적다는 관측도 나온다. 분쟁의 암초, 이어도의 정체는 무엇인가.


◇ 이어도는 ‘섬’이 아니다?

‘전설의 섬’으로 불리지만 이어도는 동중국해 중앙 북위 32도 07분, 동경 125도 10분에 위치한 수중 암초다. 제주도 최남단 마라도에서 서남방으로 149km, 일본의 도리시마(鳥島)에서 서쪽으로 276km, 중국의 퉁타오(童島)로부터 북동쪽으로 245km 떨어져 있다. 한·중·일 3국 중 우리나라와 가장 가깝다.

이어도의 가장 얕은 곳은 해수면 아래 약 4.6m 지점에 있다. 수심 40m를 기준으로 하면 남북으로 600m, 동서로 750m로 면적이 약 11만5000평이다. 정상부를 기준으로 남쪽과 동쪽은 급경사를, 북쪽과 서쪽은 완만만 경사를 이루고 있다.

이어도는 1900년 영국 상선 소코트라(Socotra)호가 처음 발견해 그 선박의 이름을 따 국제적으로는 ‘소코트라 암초(Socotra Rock)’로 불리고, 제주도 전설에는 ‘파랑도’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이어도를 인식한 것은 1951년이다. 국토규명사업을 벌이던 한국산악회와 해군이 이어도 탐사에 나서 바다 속 검은 바위에 ‘대한민국 영토 이어도’라고 새긴 동판표지를 세웠다.이후 1987년 해운항만청이 이어도 등부포(선박 항해에 위험한 곳임을 알리는 항로표지 부표)을 설치해 국제적으로 공표했다.


◇ 암초 위에 세운 미래,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는 최악의 조건을 극복하고 세계적으로 육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지점에 세워진 해양구조물이다. 한국해양연구원이 1995년부터 수심, 조류 등을 관측해 해양조사에 들어간 이후 2002년 하부구조 설치를 완료하고 2003년 5월에 상부구조를 세운 뒤 같은 해 6월11일 준공식을 가졌다.

이어도과학기지는 암초로부터 77.5m, 수면 위로부터 36.5m 높이에 400평 규모로 건설됐다. 이는 24.6m의 파고와 초속 50m의 강풍에 맞서 50년 이상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준공 직후인 2003년 태풍 ‘매미’가 찾아왔을 때도 끄떡없이 버텨내 화제가 됐다.

이어도과학기지 헬기장에는 위성통신 안테나와 등대, 그리고 전원을 공급하는 태양전지판이 설치돼 있다. 또 최첨단 기상관측장비 13종, 해상관측장비 20종, 환경관측장비 6종, 구조물 안정성 계측장비 4종 등 400평 기지 안에 촘촘히 배치된 장비들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육상으로 전송한다.

이곳에서 관측된 각종 자료는 무궁화위성을 통해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국해양연구원과 기상청에 실시간에 제공된다. 한반도를 경유하는 태풍의 40%가 이 길목을 지난다. 이곳을 지난 태풍이 10시간 뒤 남해안에 도달하기 때문에 기상예보의 정확성을 높여 재해 예방의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예보 뿐 아니라 지역해양연구 기초자료 수집, 안전 항해를 위한 수색전진기지 역할도 충실히 수행한다.


◇ 한국문학의 ‘이어도’… 인간을 위무(慰撫 )하는 피안의 세계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이엿사나 이여도 사나/ 우리 배는 잘도 간다 솔솔 가는 건 솔님의 배여/ 잘잘 가는 건 잡남의 배여 어서 가자 어서 어서 / 목적지에 들여 나가자 우리 인생 한번 죽어지면/ 다시 전생 못하나니라 원의 아들 원자랑 마라/ 신의 아들 신자랑 마라 한 베개에 한잠을 자난 / 원도 신도 저은 데 없다 원수님은 외나무 다리/ 질은 무슨 한질이든고 원수님아 길막지 마라 / 사랑 원수 난 아니노라

작자 미상의 ‘이어도 타령’은 바다에서 일하는 해녀들의 노동요다. 어촌에서 바다로 나가 일하다 목숨을 잃는 남편 대신 생계를 꾸려야 하는 해녀의 삶과 애환이 담겨 있다. 해녀들에게 가장 큰 적은 풍랑과 같은 자연재해다. ‘원수님’은 길을 막지 말고 비키라는 내용에서 해녀의 강인한 개척정신을 엿볼 수 있고, 마지막 부분의 ‘사랑도 원수도 난 아니노라’에서는 해녀의 초월적 심경이 집약적으로 나타나 있다.

이어도 타령의 사설은 직설적, 역동적이다. 4·5조 형식과 반복법은 드센 억양과 생동감을 불러일으키는 특징이 있다.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는 노를 저을 때 나는 여음이다.

이청준이 1974년 9월에 발표한 중편소설 ‘이어도’는 이어도를 소재로 한 대표적 문학작품이다. 제주 출신 기자 천남석이 파랑도 탐사를 떠났다가 자살한 과정을 동료 기자들이 수색하면서 밝히는 내용이다. 이청준은 작자의 말에서 ‘대개 문학작품에 나타난 피안(피안)의 이상향이란 현세의 모든 고난과 갈등에서 해방된 복락의 땅으로 그려진다. 이어도는 제주도 뱃사람들에게 이상향이자 동시에 죽음의 섬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이 소설은 환상의 섬으로 여겨지는 이어도가 제주 사람에게 주는 위안과 가치를 그린 것으로, 죽음을 통해 섬의 존재를 증명하는 역설적 기법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청준은 이 작품을 통해 한국일보 창작 문학상을 수상했다.


◇ 대중문화 속에도 우뚝 선 ‘이어도’… 다양하게 표출되는 한(恨)의 정서

‘흰옷을 입은 사람들 피리소리 북소리에 젖어 / 여름날에 축제는 한창 시원한 하늘 밑에 누워 품 속에 안아지키던 흰 새는 여럿이 돌아와/심어놓은 초록빛 씨앗 보라빛 열매 맺으리/ 이어도의 꿈 속에 사람들과 어우러/이어도의 꿈 속에 님의 웃음 안으리 덩실덩실’

싱어송 라이터 이상은의 12집 ‘Roman Topia’ 10트랙에 실린 곡이다. 여기서 이어도는 낭만적 사랑이 충만한 세계, 몽환적 판타지가 넘쳐나는 유토피아로 그려진다.
‘떠나가면 돌아오지 않는/섬으로 부는 바람은 배를 띄운다/ 이어도 하라 이어도 하라/ 이어 하면 눈물 난다/내 님은, 내 님은 남기고 떠난 내 님은 보이지 않네 / 이어도 하라 이어도 하라/ 이어 하면 눈물이 난다 ’

한영애 3집의 7번 트랙 ‘이어도’는 한영애 특유의 허스키 보이스로 님을 잃은 슬픔을 절절하게 구사한다.
중앙대 국악 밴드 ‘중앙컬처밴드 원’은 한국 전통악기와 리듬을 차용해 밝고 경쾌한 느낌의 가락으로 이어도를 표현했다.국악과 모던 반주를 접목을 시도한 것. ‘이어도’를 들은 한 네티즌은 “전통가락과 바다의 역동이 어우러져 마치 지금 이어도에 와 있는 것 같다”고 감상평을 남겼다.

국립국악원은 1931년 제주 세화리의 일제 강점기 항일운동인 해녀항쟁을 소재로 한 ‘이어도 사나’ 제주소리굿을 2004년 공연했다.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떠났던 해녀 순이가 결국 빚만 진 채 고향에 돌아와 일본인의 괴롭힘을 당하다 바다에 몸을 던져 죽는 내용이다. 극을 구성하는 제주 민요와 굿을 통해 삶과 한을 응축해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국민일보 쿠키뉴스 구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