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역변절

대한민국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한부울 2006. 7. 22. 16:06
 

한반도에 부는 바람


벽에 걸린 우리나라지도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아픔이 배어나온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이 땅을 훑고 지나간 모진 바람들을 생각하고 깊게 패인 상처를 어루만지며 마음을 다잡아본다. 그러나 전쟁에 대한 아픈 기억과 불안한 미래에 대한두려움은 봄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황사처럼 하늘을 덮는다.

이제 우리 시선이 더 이상 이라크 사막이나, 아프가니스탄의 산악, 보스니아의 마을에 머물 수만은 없다. 거기에도 사람이 살고, 고통을 겪고 있는 생명이 있다. 그러나 열화우라늄으로 인해 또 한번 한반도에 몰아칠 혹독한 시련의 바람에 몸이 떨린다.


워싱턴 인사들의 시각

기자는 미국에서 개최된 군사관련회의에 여러 번 참가했다. 미국국방부, 군 그리고 거대군수업체들의 동향과 새로운 무기체계나 기술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2004년, 이라크전쟁의 군사적 승리에 그들은 들 떠있었다.


그때 들은 얘기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회의의주제가‘정밀타격(Precision Striking)’인 이유도 있었으리라. 바늘 끝으로 찍는 것처럼 정밀하게 어떠한 지하목표물도 파괴할 수 있다는 자국의 군사력에 대해 그들은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최고지도자가 미국의 군사력이 두려워 이라크전쟁 당시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재미삼아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때 등골이 서늘해지는 전율을 느꼈다.

미국이 생각하는 지하목표물은 무엇을 말하는가? 상대가 가장 엄중하게 보호해야 할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자산일 것이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그것은 사담 후세인, 빈 라덴 같은 인적 목표물일 수 있다. 또한 군사지휘통제 시설, 핵시설, 화학무기 생물학무기 저장시설, 유류 탄약 저장시설, 동굴 속에 숨겨진 갱도포병일 수 있고, 비행기 격납고, 통신시설 등일 수도 있다. 그들에게는 반드시 파괴해야 할 목표물로만 보였던 모양이다.


 

 

미사일이나 폭탄이 어떻게든 지하 목표물에 도달해 터지고, 인화성 물질을 발화시켜 극렬하게 태우고 철저히 녹여 파괴할수록 군사적으로는 뛰어난 무기체계로 보일 것이다. 그 지하시설이나 물자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도록 영원히 봉쇄하는 것은 핵폭탄이나 열화우라늄 탄이면 가능하리라. 그리고, 방사능 오염으로 사람이 영원히 접근할 수 없는 버려진 땅이 될 것이다.


공중투하 정밀유도폭탄과 순항 미사일 이미 살펴본 대로 열화우라늄은 텅스텐과 마찬가지로 같은 속도일 때 다른 금속보다 훨씬 높은 운동에너지를 발생시킨다. 더욱이 대기 중에서 높은 열을 내며 극렬하기 때문에 소이(燒夷)탄의 목적으로도 사용된다는 점을 여러번 밝혔다. 군사적 관점에서만 말한다면 이 금속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가장 뛰어난 물질이다. 인체유해성이나 반 윤리성은 정치적 고려일 뿐이다.

 

미국 과학자연합회(FASㆍ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의 자료와 영국 제인스(Janes Defence) 잡지는 그 자료의 정확성에 대해 널리 인정받고 있다. 미사일이나 정밀 유도폭탄을 설명할 때 빈번하게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 즉 ‘밀도 높은 금속’이다. ‘밀도 높은 금속’을 사용해 이전 무기체계보다 관통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하 동굴이나 강화된 지하시설을 파괴하는 벙커 버스터(Bunker Buster), 통합직격탄(JDAMㆍJoint Direct Attack Munition, GBU-31, GBU-32등)과 순항미사일 등에 장착되는 탄두(BLU-109, BLU-113, AUP-116) 등이다.

열화우라늄 전문가들이 미국과 영국 등의 무기관련 특허자료를 샅샅이 조사했다. 특히 지하에 숨겨진 견고표적(Deep Buried Hardened Target)을 파괴하는 무기에 관한 특허들을 세밀하게 검토해 조사보고서를 만들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신형 무기들이 이 보고서에 포함됐다. 텅스텐과 열화우라늄 두 가지 모두 ‘밀도 높은 금속’으로 이들 무기에 사용한다고 특허에는 기록돼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나 제조업체는 실제로는 열화우라늄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부인한다. 비록 특허기술이 그것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자세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소형 정밀핵폭탄 개발과열화우라늄 냉전이 끝나자 핵무기가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으로 보였지만 제한적인 소형정밀 핵무기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미국에서 새로 대두됐다. 적국이 화학무기나 생물무기 등으로 위협할 경우 효과적 대응수단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1993년부터 핵실험은 금지됐고, 곧 이어 체결된 전면적 핵실험금지조약(CTBTㆍComprehensive Test Ban Treaty)에 따라 미국은 어떠한 핵실험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아무리 소형정밀 핵무기라 해도 실험을 하지 않고는 개발할 수 없다. 핵탄두의 지하 관통능력과 거기에 탑재될 전자부품들이 극심한 충격과 가혹한 조건에 견딜 수 있는지는 기능실험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또 그런 소형 핵폭탄의 `핵분열’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지 여부도 반드시 검증해야 할 분야였다.

이라크 전쟁, 아프간 전쟁 등을 통해 핵탄두만 장착하지 않은 채 미사일 및 정밀유도 폭탄에 필요한 모든 실험을 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탄두가 지하 목표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실험하기 위해 밀도가 높은 금속인 열화우라늄 관통자와 발라스트가 사용됐다는 의혹이 국제적으로 널리 제기됐다. 그 무렵, 아프가니스탄에서 열화우라늄 탄에 의한 방사능 반응이 탐지됐다고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2002년 1월 16일 밝혔다. 그 발언의 의미와 배경을 분석한 보고서들이 많이 있다. 미국은 그 곳에서 열화우라늄 탄을 사용했는지여부를확인해주지않았기때문이다.


한국의선택 120㎜ 탱크탄약, 지하벙커를 파괴하는 벙커 버스터 통합직격탄등 공중 투하폭탄, 순항미사일 등이 이미 열화우라늄 탄으로 확인되었거나 의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런 무기들이 모두 사용될 것이다.


유엔의 결의안과 국제법은 우리나라가 걸어가야 할 길을 적절하게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방사능과 관련한 문제는 한미동맹과 안보의 논리로만 이해할 수는 없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열화우라늄을 ‘더럽다’고 말한 사람은 미국 럼스펠드 국방장관이다. ‘더러운 무기’로 치르는 ‘더러운 전쟁’이 우리나라 땅을 무대로 일어난다면 우리는 단호히 이를 반대할 권리가 있다. 이 땅이 신무기의 실험장이 돼서도 안 되고, 이미 생산된 무기의 처리장이 돼서도 안 된다.

유엔 인권위원회의 소위원회결의안에는 다음과 같은 열화우라늄 관련 내용이 있다.

-대량 살상용 무기의생산과 확산 방지를 회원국에 권유하고, 그 대상에 핵무기, 화학 생물학 무기, 연료탄, 네이팜, 클러스터 폭탄, 그리고 열화우라늄 무기를 포함한다.

국제법들도 지속적으로 고통을 남기는 무기, 비전투원을 손상시키는 무기, 중립기구나 전쟁에 참가하지 않은 국가에 손상을 미치는 무기, 광범위한 지역에 오랜 기간 심각한 환경의 손상을 입히는 무기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핀란드 독일 이탈리아 등이 열화우라늄 사용금지법을 유럽연합(European Union) 의회에 제안 중이고 이에 동조하는 회원국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다음 세 가지 사항을 인내심을 가지고 지혜롭게 추진해야 한다.

첫째, 열화우라늄이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를 깊게 연구하고 대비한다. 둘째, 열화우라늄의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우리 영토 안에서의 관련 활동을 철저히 통제한다. 셋째, 한반도 비핵화 정신에 따라 주변국들 및 남북한의 협력을 통해 한반도를 방사능 청정지역으로 만든다.

우리나라 땅에서 열화우라늄으로 인한 방사능 피해와 중금속 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지혜를 모을 때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판단이 이 땅에서 대를 이어 살아갈 우리 후손의 운명을 결정한다. 전쟁은 비극이다. 그 비극은 전쟁을 겪는 세대 뿐 아니라 보통 몇 세대 아래까지 대물림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셀 수도 없는 먼 훗날의 세대까지 대물림되는 폐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막아야 한다.

 

[한국일보 : 윤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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