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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밀림가득 1000년 신비…'크메르미소'가 반긴다

한부울 2008. 12. 29. 20:27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밀림가득 1000년 신비…'크메르미소'가 반긴다

[한국경제신문] 2008년 12월 29일(월) 오전 11:23

 

누군가 캄보디아 여행길에 오른다고 하면 그 목적지를 쉬 짐작할 수 있다. 열이면 열 모두 앙코르 유적을 찾는다고 봐도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의 관광지 중 앙코르 유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만큼 크다. 앙코르 유적은 9~15세기 영화를 누렸던 크메르족 앙코르 왕조의 왕도였던 곳.동남아 최대의 담수호인 톤레삽 호수 북쪽 시엠립 일대가 그곳이다.

 


◆천년의 사원, 앙코르 와트


앙코르 유적의 백미는 앙코르 와트다. 앙코르 유적이라고 하면 앙코르 와트를 떠올릴 정도의 상징성을 갖는 왕도(앙코르)의 사원(와트)이다. 개별 사원으로는 앙코르 유적 중 제일 크며,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도 꼽히는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앙코르 와트는 12세기 후반 왕위 계승을 둘러싼 암투와 외세 침략에 시달리던 나라를 평정하고 왕위에 오른 수리야바르만2세가 세웠다고 한다. '우주의 바다'를 상징하는 폭 200m의 해자와 '우주의 산맥'을 나타내는 5.5㎞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직사각형의 터 정중앙에 '우주의 중심'을 상징하는 사원 건물이 자리해 있다. 참배도로를 따라 해자를 건너 서탑문으로 들어서면 옆으로 길게 펼쳐진 사원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원은 3층으로 되어 있다. 정중앙에 5개의 원뿔형 탑이 솟아 있다. 참배도로 끝부분 양 옆에 얕은 연못이 있는데 이 연못 앞에서 바라보는 사원의 모습이 신비롭다. 사원이 연못 물에 반영돼 마치 물 속에 하나의 똑같은 사원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원 왼쪽 문으로 들어서는 회랑으로 벽그림이 이어져 있다.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했던 이야기들이 표현돼 있다. 제일 처음 벽그림은 고대 인도 힌두교의 서사시인 '라마야나 이야기'.역시 고대 힌두 서사시인 '마하바라타 이야기'가 그 뒤를 잇는다. 3층 중앙사당으로 향하는 계단길은 경사가 70도나 된다. 엉금엉금 기어올라가야 한다. 중앙사당에서는 붉은 색 가사를 입은 수도승들의 참배 모습을 볼 수 있다. 해질 무렵이라면 잠시 기다렸다가 해넘이를 하고 내려가는 게 좋겠다.


◆왕국의 성도, 앙코르 톰


앙코르 톰은 앙코르 왕국의 마지막 성도였던 곳이다. 앙코르는 '왕도',톰은 '크다'는 의미니까 커다란 왕도란 뜻이다. 참족을 몰아내고 앙코르왕국 최번성기를 이끌었던 자야바르만 7세가 일군 성채 도시다.


폭 100m의 해자와 높이 8m의 성벽으로 둘러쳐진 앙코르 톰은 한 면이 3㎞인 정사각형의 평면구조를 하고 있다. 앙코르왕국 당시에는 100만명을 헤아리는 사람들이 살았다고 한다.


바이욘 사원이 성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힌두문화의 상징 요소가 많지만 불교사원이라는 주장도 있다. 자야바르만 7세가 불교도로는 처음으로 왕위에 올라 불교를 전파했고, 사원 중앙부에서 부처상이 발견됐다는 것이 그 이유다. 사원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사면상이 바로 관음보살이고자 했던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이라고도 한다.


사원 벽에는 앙코르 와트와 마찬가지로 정교한 벽화가 새겨져 있다. 참족과의 전쟁을 위해 원정을 떠나는 군대행렬에 힘이 넘친다. 투견과 투계를 즐기며 꼬치요리를 해먹고, 빨래하고, 술 만들고, 학교에서 공부하는 모습까지 당시 서민들의 생활상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천상의 요정이라는 '압사라'의 모습이 요즘 말로 섹시하다. 참배로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여기저기 서있는 사면상을 볼 수 있다. 어느 쪽에 서 있어도 자비로운 시선에 미소를 담아 보내는 모습이 신비롭다. 특히 '크메르의 미소'로 꼽히는 사면상이 압권이다.

 

◆타 프롬과 반테아이 스레이


앙코르 유적 여행에서 타 프롬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타 프롬은 앙코르 톰을 조성한 자야바르만 7세가 모친의 극락왕생을 빌기 위해 지은 불교사원.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영화 '툼 레이더'의 촬영지로 많이 알려진 곳이다. 열대무화과의 스펑나무가 사원의 돌 틈 사이로 거대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 왕조의 몰락이란 처연한 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다. 다른 사원과 달리 복원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겨두고 있다. 앙코르 유적을 발견한 사람으로 알려진 프랑스 박물학자 앙리 무어가 이 사원을 처음 대했을 당시의 느낌에 젖어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앙코르 와트에서 북동쪽으로 40㎞ 떨어진 곳에 있는 반테아이 스레이도 필수 코스.'여자의 성채'란 뜻의 아담한 힌두사원이다. 다른 사원과 달리 붉은색 사암으로 지어 전체가 붉게 타오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김재일 기자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