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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공중충돌 왜 발생했나

한부울 2008. 11. 4. 20:49

전투기 공중충돌 왜 발생했나

[연합뉴스] 2008년 11월 04일(화) 오후 04:02


"조종사, 근접항공지원 임무 몰입 가능성"


공군이 4일 호국훈련 중이던 공군 F-5E 전투기 2대가 공중에서 충돌해 1대가 떨어진 사고의 원인 규명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오창환 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일부 요원들을 사고 현장에 투입시켜 사고원인 조사를 위해 기체 잔해를 수거하는 한편 생존 조종사인 이모(28) 대위의 증언 등을 토대로 규명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이번 사고는 호국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육군을 근접항공지원(CAS)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CAS는 육군의 요청에 따라 전투기가 적의 지상부대를 타격해 보병의 진격로를 확보하기 위한 임무를 말하며 이때 전투기는 보통 저공으로 급강하한 뒤 완만하게 상승하는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강원도 원주기지를 이륙한 F-5E 2대는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상공에서 CAS 훈련을 하다가 뒤에서 날던 1번기가 전방의 2번기와 부딪히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공군은 파악하고 있다. 1번기는 충돌과정에서 심하게 요동치며 갑자기 중심을 잃어 비행을 유지할 수 없게 됐고, 결국 논으로 추락했다. 다행히 조종사 이 대위는 낙하산을 이용해 탈출하는 데 성공해 목숨을 건졌다.


반면 꼬리 날개가 파손된 2번기는 원주기지로 무사히 귀환한 상태다. 2번기 조종사는 대위진급 예정자로 1번기 조종사인 이 대위의 후배다. 이들은 4~5년째 전투기를 몰고 있다. 공군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가 두 전투기 조종사들이 과도하게 임무 수행에 집중한 나머지 주위를 살피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조심스럽게 추정하고 있다.


보통 CAS 임무를 수행할 때 조종사들은 육안으로 지상과 공중을 관찰하면서 비행하는데 후방의 전투기가 전방에서 날던 전투기와 충돌한 것으로 미뤄 이런 추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지상으로 급강하한 뒤 완만하게 상승하는 과정에서 두 전투기의 상승 각도가 서로 달라 충돌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방과 후방에서 각각 저공으로 고속 비행한 뒤 상승하는 과정에서 상승각도의 차이로 전투기간 거리가 좁혀지면서 접촉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군 관계자는 "현재 조종사들의 증언과 교신내용, 레이더 자료 등을 토대로 사고당시 두 전투기가 어떤 형태로 비행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특히 근접지원항공 임무를 위한 비행 방식도 여러 가지기 때문에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사고원인을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투기가 충돌하면서 무게 75kg의 공대공미사일(AIM-9) 4발이 지상으로 떨어진 원인에 대한 규명작업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F-5E의 양 날개 하단부에 장착하는 이 미사일은 비행 중이거나 이.착륙시 충격에서도 이탈하지 않도록 고정장치가 달려있는데 꼬리 날개가 파손될 정도의 충격에서 이탈한 것은 부품 불량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길이 2.8m, 지름 0.13m인 AIM-9은 마하 2의 속력으로 3km 거리의 적 항공기를 요격할 수 있다. 대당 10억여원인 이 미사일은 적 항공기의 제트기관에서 방사하는 열선을 감지해 자동추적해 요격한다. 한편 2004년 3월에도 서해상에서 훈련 중이던 F-5E 2대가 충돌해 조종사 2명이 순직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