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유영, 먼지와 충돌해도 생명 위험
[동아일보] 2008년 09월 26일(금) 오전 03:00
지상 300km 상공 초속 7.7km로 날아다녀… 우주복 뚫을 수도
중국이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7호를 통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우주유영에 도전하고 있다. 지상 343km 상공에서 생명줄 하나에 몸을 맡긴 채 매달려 있는 우주인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우주유영에 성공하기만 하면 중국은 러시아(옛 소련)와 미국에 이어 자체 기술로 우주유영에 성공한 나라가 된다.
그러나 우주개발 선진국들에 우주유영은 더는 도전 영역이 아니다. 각국의 우주인이 생활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올해에만 14회의 우주유영을 진행했다. 도대체 이들은 왜 위험천만한 우주유영을 고집하는 것일까.
○ 우주복 무게만 100kg… 기압-온도 등 유지
우주유영의 정확한 용어는 ‘선외활동(EVA)’, 즉 우주선 밖에서 하는 활동을 말한다.
우주인들은 소형이동용 로켓추진기를 쏘며 생명줄 없이 이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안전고리 2개에 의존해 움직인다. 움직일 때마다 우주선에 연결된 안전고리 2개를 풀었다 연결했다를 반복해야 하는 아찔한 순간이 이어진다.
우주선 밖을 나서기 위해 우주인은 추위와 방사능, 우주먼지에 견디는 특수섬유로 만든 첨단 우주복을 입는다. 4월 러시아 소유스호를 타고 우주여행에 나선 이소연 씨는 ‘소콜’이라는 우주복을 입었다. 만일의 경우 발생할지도 모를 우주선 내 급격한 기압 변화를 견디기 위한 복장이다. 그러나 우주선 밖으로 나갈 때는 이보다 훨씬 튼튼한 선외 활동복을 입는다.
무게가 100kg이 넘는 이 육중한 우주복은 유영을 하는 동안 기압과 산소,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준다. 또 우주복에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약간의 산소와 음식물도 들어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선외활동장치(EMU)’, 러시아는 ‘올란’이라는 우주복을 개발했다. 중국도 이번 우주유영을 위해 약 230억 원을 들여 러시아 우주복을 개조한 ‘페이티안’이라는 우주복을 만들었다.
○ 용감무쌍 우주인도 문 열고 나설 땐 두려움 느껴
ISS에서 우주유영을 하는 우주인은 하루 전부터 밀폐된 방에서 감압 환경을 경험한다. 우주선 밖은 기압이 없는 무중력 지대. 갑자기 우주환경에 노출될 경우 기압이 급격하게 바뀌면서 잠수병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에 나가면 또 다른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우주인을 향해 날아오는 먼지 등 우주쓰레기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다. 지상 300km 상공에서 먼지는 최소 초속 7.7km 속도로 날아다닌다. 자칫 우주복을 뚫기라도 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종종 우주복이 찢어지는 낭패도 본다. 2007년 우주유영에 나선 미국의 우주왕복선 인데버호 승무원은 부서진 파편에 장갑이 찢기면서 유영을 서둘러 중단해야 했다.
이런 요인들은 우주인에게 적잖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올해 4월까지 러시아에서 우주인 훈련을 받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과학연구팀 고산 선임연구원은 “오랜 훈련을 받은 러시아 우주인들도 2, 3중의 안전장치를 달고 나가면서도 밖으로 나서기 두려워한다”며 “베테랑 우주인들도 한참을 망설이고 나서야 질끈 눈을 감고 해치를 열고 나간다”고 말했다.
○ 우주유영 가급적 피하는 것이 원칙
이소연 씨와 함께 소유스호를 타고 ISS에 올라간 러시아 우주인 세르게이 볼코프와 올레크 코노넨코 씨는 7월 10일 예정에 없던 우주유영에 나섰다. 이 씨의 귀환 과정에서 소유스 귀환선이 불시착하면서 결함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이례적인 경우에 속한다.
ISS에서는 치명적인 기계 결함이나 오래전부터 준비된 작업이 아닌 한 가급적 우주인을 외부로 내보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중국이 이처럼 위험천만한 우주유영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 연구원은 “우주 유영은 향후 우주 정거장과 우주 기지 건설에 꼭 필요한 과정”이라며 “다음에는 중국이 우주선 도킹 실험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이번 우주유영에 사용된 궤도 모듈을 우주궤도에 그대로 남겨 두고 추후 재사용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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