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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을 ‘백두산 = 중국 땅’ 선전장으로

한부울 2008. 7. 22. 16:55
 

올림픽을 ‘백두산 = 중국 땅’ 선전장으로

[중앙일보 2008.07.18 01:40:13]

 

 

중국 ‘백두산 공정’ 현장 르포


중국 정부의 백두산 일대 개발 사업이 베이징 올림픽에 맞춰 거의 완성 상태다. 중국 정부가 3년 전부터 추진해온 ‘백두산 공정’이 상당히 진척된 것이다. 한민족의 성산인 백두산이 중국의 것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해질 조짐이다. 중국 동포들이 가장 많은 옌볜(延邊)자치주에선 16일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식이 치러졌다. 중국 전역을 순회하는 봉송 행사의 일환이지만, 백두산 일대에선 한민족의 발자취가 점차 희미해지는 분위기가 확연했다. 두 차례에 걸쳐 전한다.  편집자


15일 오후 중국 지린(吉林)성 바이산(白山)시 쑹장허(宋江河)진에서 9㎞ 떨어진 백두산의 해발 883m 지점. 백두산 서쪽 능선의 울창한 원시림을 배경으로 창바이산(長白山)공항이 한눈에 들어왔다.


백두산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2006년 7월께 착공해 최근 완공한 공항이다.


백두산 관광 성수기를 맞아 공항 일대에는 4차로 도로 포장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공항 관계자는 “이르면 28일께 정식 개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연간 50여만 명의 여객이 이용할 이 공항이 주목 받는 이유는 달리 있다. 중국 정부가 2005년 8월 백두산(중국명 창바이산)을 옌볜 조선족 자치주로부터 분리해 지린성 산하 창바이산 보호·개발구 관리위원회 직할로 바꾸면서 시작한 ‘백두산 공정’의 핵심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창바이산 공항은 바이산 시내에서 동쪽으로 153㎞ 떨어진 곳에 건설됐다. 대도시 인근에 공항을 짓는 관행과 달리 이 공항은 특이하게도 백두산 쪽으로 치우쳐 들어섰다. 백두산 동쪽은 북한 땅이지만 남·서·북쪽은 현재 중국이 관할하고 있다.


창바이산 공항은 바이산시 동쪽 153㎞, 백두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54㎞ 지점에 건설됐다. 공항은 중국 쪽에서 백두산을 오르는 3개 루트에 가장 근접한 지점이다. 창바이산 공항에서 북쪽 루트까지는 104㎞다.


개발구 관리위는 창바이산 공항과 북쪽 루트를 잇는 비포장 산길을 현재 대대적으로 포장하고 있다. 반면 조선족자치주 중심 도시인 옌지(延吉)에서 백두산 북쪽 루트 입구인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진까지는 250㎞. 창바이산 공항이 열리면 옌지는 쇠락할 것이 뻔하다.


◇5개월간 14개 홍보 이벤트=29일부터 창바이산 일대에서는 ‘중국 창바이산 국제 관광축제’가 열린다.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관광국과 지린성 정부가 공동 주최하는 대규모 행사다. 5개월간 14개 대형 이벤트를 연다.


창바이산 개발구에 따르면 관광 축제 기간에 봄·여름·가을·겨울의 백두산 관광 상품을 대대적으로 소개하고 올림픽 경기 관람을 위해 중국을 찾은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도 ‘창바이산=중국 땅’을 집중 홍보할 예정이다. 창바이산 공항이 28일 개항하는 것도 이 행사에 맞추기 위해 일정을 조정했다고 한다.


중국 측은 백두산과 중국의 역사·문화적 연관성을 강조하기 위한 각종 활동도 벌이고 있다. 창바이산 문화연구회는 1일 백두산 일대를 ‘창바이산 문화 연구 기지’로 지정했다.


연구회는 ‘동북공정’으로 물의를 빚었던 지린성 선전부 부부장 장푸유(張福有)가 회장으로 활동하는 관변 조직이다. 앞서 창바이산 관리구 위원회와 창바이산 문화연구회는 청나라 말기의 지방관 유건봉(劉建封)의 백두산 답사 10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 세미나를 이달 초 백두산 일대에서 개최했다.


◇조선족과 백두산 떼어놓기=백두산의 관할권이 옌볜자치주에서 창바이산 관리구로 넘어간 지 3년이 지나면서 백두산에서 조선족의 이미지를 분리하려는 움직임은 더 두드러졌다. 옌지의 조선족들은 “과거에 옌볜자치주 주장의 직접 지시를 받았지만 지금은 주장은 영향력이 없다”고 개탄했다. 얼다오바이허의 개발구 관리 위원회는 창바이산의 중국 브랜드 상품화를 적극 추진하고 광천수를 개발하는 한편으로 스키장과 레저 시설도 확충하고 있다.


옌지에서 만난 한 조선족 지도층 인사는 “창바이산 공항이 완공돼 옌지를 거치지 않고 백두산으로 직접 가는 관광객이 늘면 옌볜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조선족 사회와 백두산의 거리감도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이산=장세정 특파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