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軍

수심 300m 좌초된 잠수함을 구조하라, 입수!

한부울 2008. 7. 12. 14:46
 

수심 300m 좌초된 잠수함을 구조하라, 입수!

[동아일보] 2008년 07월 12일(토) 오전 03:00

 

조난 선박-인명 구조 정예부대

해군 심해잠수사(SSU) 대원들

고압-암흑 뚫고 심해잠수… 한번 하면 체중 4,5kg 줄어

1999년 北 침투정 수심 150m서 건져 기네스북 올라


수심 300m 깊이에서 잠수함이 작전 중 좌초했다. 영상 1, 2도의 얼음장 수온에 태양빛이 완전히 차단된 암흑의 심해(深海). 물속엔 육상의 30배 이상이나 되는 무시무시한 압력이 도사리고 있다.


잠수함 승조원들을 잃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 이들을 구하러 목숨을 걸고 심해로 뛰어드는 요원이 해군 심해잠수사(SSU·Ship Salvage Unit) 대원들이다.


서해 훼리호 침몰 사건(1993년)과 충주호 유람선 화재 사건(1994년), 북한 반잠수정 인양(1998년), 제2연평해전의 고속정 인양(2002년) 등 대형 조난 사건 사고와 군사작전 현장에는 항상 최정예 SSU 대원들이 있었다.


“셋, 둘, 하나 입수.”


10일 낮 경남 진해시 앞바다. 폭염에 아랑곳없이 여러 척의 해군고속단정(RIB)에서 산소탱크를 멘 잠수복 차림의 SSU 대원들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쉴 새 없이 바다로 몸을 던졌다. 잠수 준비 중인 대원들의 까맣게 그을린 근육질 몸매가 그간의 훈련강도를 말해주는 듯했다.


10∼20분간 수심 15m 깊이까지 잠수해 수중에 설치된 목표물을 찾아내는 이 훈련은 ‘인간물개’ ‘바다의 119’로 불리는 SSU 대원들의 기초 훈련 과정이다.


해군 특수전전단 구조전전대 심해잠수대대 소속인 SSU 대원들의 주 임무는 조난 선박과 인명을 구조하고 주요 항만의 수중 장애물을 없애는 것이다.


1993년에는 서해 위도 근해에서 훼리호가 침몰했을 때 SSU 대원들이 투입돼 292구의 시신과 선체를 모두 건져 올려 화제가 됐다. 대대장인 장진홍 중령은 “당시 많은 대원은 초인적인 잠수 일정을 강행했고 일부는 작업 도중 강한 조류에 휩쓸리거나 흙더미에 파묻히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또 대원들은 1996년과 1998년 동해안으로 침투하다 좌초된 북한 잠수정을 인양한 데 이어 1999년 남해로 침투하다 격침된 북한 반잠수정을 수심 150m 깊이에서 건져 올려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미 해군이 1990년대 초 98m 수심에서 선박을 인양한 기록을 깨뜨린 것이다.


이 밖에 2006년 춘천댐 상류에 침몰한 모래 준설선을 비롯해 지난해 제주 성산항 어선 화재로 침몰한 선박 16척을 인양한 것도 SSU 대원들이다. SSU 대원 150여 명 가운데 육상보다 수십 배의 대기압이 작용하는 해저 100∼300m를 내려갈 수 있는 포화(飽和)잠수 자격을 보유한 베테랑 대원들은 30여 명이다. 포화는 심해 잠수를 위해 특수혼합기체를 체내에 흡수시킨다는 의미다.


10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이들은 잠수 전 구조함 내에 설치된 지름 3m, 길이 10m 크기의 가압격실에서 몸을 적응시킨 뒤 특수잠수장비를 착용하고 생명선에 의지한 채 산소와 헬륨이 섞인 혼합기체를 공급받으며 심해로 내려간다.


1999년 북한 반잠수정 인양작업을 한 김종열 원사는 “포화잠수 때 혼합 기체를 마시면 체온 손실이 5배 이상 빠르다”며 “엄청난 압력으로 생기는 관절통증을 감수하고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임무를 마치면 감압격실에서 외부와 차단돼 10일 이상 지내야 한다. 고압력에서 갑자기 저압력에 노출되면 혈관 파열과 공기색전증 등 치명적인 잠수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포화잠수를 한 번 하면 체중이 4∼5kg 줄고 2개월간 재잠수를 할 수 없다.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함께 갖춘 SSU 대원이 되려면 혹독한 지옥훈련은 필수다. 기초 과정(12주) 시작 2주 안에 바다에서 6km 이상을 수영하는 ‘인간물개’가 돼야 하고 7주째부터는 매일 20km씩 달려야 한다. 40m 자격 잠수와 수중탐색 및 생환, 인명구조 훈련은 물론 고급 과정으로 수중 폭파와 용접, 심해 잠수 등도 훈련해야 한다.


매년 5∼8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00명이 선발되지만 기초 훈련과정에서 40%가 탈락한다.


SSU 대원들의 작전기지인 청해진함(잠수함 구조함) 함장인 공영동 대령은 “심해잠수구조정(DSRV)과 포화잠수법으로 심해를 누비는 SSU 대원들의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늘어나는 구조 수요에 대비해 구조함과 첨단잠수장비의 추가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