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軍

인간병기 산실' 해군 UDT교육대 가보니…

한부울 2008. 6. 24. 00:26
 

인간병기 산실' 해군 UDT교육대 가보니…

[조선일보] 2008년 06월 22일(일) 오후 10:56


20일 오후 경남 진해시 해군 특수전전단 교육훈련대 연병장. 검게 탄 얼굴, 깊이 눌러쓴 모자 아래 눈빛만 반짝이는 27명이 섰다. 12주간의 지옥 훈련을 마치고 수료식을 갖는 새내기 특전병(UDT/SEAL)들. 1955년 2차 대전과 인천상륙작전 때 활약했던 미 해군


수중파괴대(UDT)를 본떠 창설된 해군 특수전전단은 해상침투와 육·해·공 전천후 타격, 폭발물 처리, 해상 대테러 임무 등을 수행하는 해군의 특수부대다. 교육훈련대는 이들 특전요원을 양성, '인간병기 산실(産室)'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지난 53년간 3600여명의 특전요원을 배출했다.


이곳에선 장교와 부사관, 사병이 모두 '○○번 교육생'으로만 불린다. 장교·부사관은 20주, 사병은 12주 동안 훈련을 받는데 첫 10주 동안은 모든 교육 과정을 함께 한다. 생활관도 함께 쓴다.


지난 3월 이곳에 장교 6명과 부사관 53명, 사병 44명 등 103명이 입교, 현재는 55명만 남았다. 이들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지난 17일 오전 6시 30분. 점호가 끝난 뒤 식사 직전, 교육생들은 16개의 턱걸이를 해야 했다. 입교 첫 주엔 4개였지만 매주 1개씩 늘어나는 '식사 체조(Chow-PT)'다. 기준을 채우지 못한 교육생 10여명이 앞으로 불려 나왔다. 이들은 못한 턱걸이 한 개당 10회의 팔굽혀펴기로 '추가' 체력단련을 했다.


하지만 이미 '지옥주'로 불리는 '극기주(5주차 때)'까지 거친 이들은 '이 정도쯤이야…' 하는 눈치다. 그 당시 교육생들은 17도 안팎의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2시간을 버티는 '냉(冷)수온' 견디기를 시작으로, 113시간 동안 한잠도 자지 못했다. 7명이 한 팀이 돼 무게 85㎏의 고무보트(IBS)를 머리에 인 채 이를 악물고 산을 오르고, 밤새 꼬박 12시간 동안 고무보트를 젓거나 행군을 했다. 식사도 앉아서 할 수 없었다. 순간 잠에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 보트를 머리에 이고 밥을 먹었다.


교관들은 한술 더 떠서 극한 상황을 일부러 만들었다. 교관들이 미리 준비한 자장가나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는 것이다. 교관 김재수 상사는 "졸도록 유인하기 위해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졸았다가는 본인만 아니라 동료까지 혹독한 '얼차려'를 받는다"고 말했다.


교육생 대부분은 이 기간에 환상을 봤다고 했다. 바다 한가운데 낭떠러지가 나타나 보트에서 뛰어내리거나 물 속에서 불쑥 손이 나와 잡아 당긴다며 소리를 지르는 병사도 있었다. 최창영(19) 이병은 "훈련 도중 옆에서 노 젓는 동료가 여자로 보여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오전 8시부터는 UDT 체조를 시작으로 10㎞ 달리기(사병 대상)와 수영(장교·부사관 대상) 등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이곳 훈련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한번 윗몸일으키기를 하면 1000개를 연달아 하는 식이다. 서일영(21) 교육생은 "며칠 전에는 밤 10시에 PT 체조를 시작해 다음날 오전 6시30분까지 했다"고 말했다.


물속 훈련의 경우 숨 참기 1분30초, 한번에 물 속에서 50m 가기(잠영), 수중 15m 잠수, 3.7㎞ 맨몸 수영, 7.4㎞ 오리발 수영 등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교관 김지형(27) 중사는 "작년에 50m 잠영을 하다 산소 부족으로 물 속에서 기절을 한 교육생이 2명 있었다"고 말했다. 오리발 수영 때 잘못 세찬 파도를 만나면 무려 5시간 이상을 헤엄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지독한' 훈련 때문인지 이 훈련을 끝까지 마치는 사람은 보통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부대 관계자는 "이곳 훈련 프로그램은 세계 최강의 정예부대라고 불리는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NAVY SEAL)'과 거의 같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장교·부사관 교육생들은 진해 기지 내 31부두로 이동해 수중 침투 훈련을 받았다. 교육생들은 물 속에서 몇 번 발을 차야 100m를 가는지 등도 정확히 계산하고 있었다. 이근(24·소위) 교육생은 "적 해안에 침투할 때, 직선으로만 가지 않기 때문에 물 속에서 이동하는 거리와 시간 등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생 중 '돌아온 UDT'도 만날 수 있었다. 훈련 도중 탈락한 적이 있지만 두 번, 세 번 다시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올해도 6명이나 됐다. 작년 4주차 때 발목이 아파 퇴교했던 박세창(21) 하사는 "이걸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다시 지원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교육대 한쪽 장애물극복훈련장에선 사병 교육생들이 10m 높이의 타워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 '레펠훈련' 중이었다.


이어 오후 6시 교육생 전원이 다시 모였다. 수영장 20바퀴(3㎞)를 도는 수영 시간. 1시간 넘게 진행된 이 훈련에 낙오자는 한 명도 없었다. 한 교육생은 "오늘은 이 훈련이 마지막"이라면서 "오늘은 밤 10시에 '정상적으로' 잠잘 수 있는, 손에 꼽히는 운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해군 특수전전단 교육훈련대. 해군 특수전전단은 해상침투와 육해군 전천후 타격, 폭발물 처리, 해상 대테러 임무 등을 수행하는 해군의 특수부대다. 불가능은 없다는 신조로 인간의 극한상황까지 훈련에 임하는 이들은 인간병기로 태어나고 있었다. /

 

 

최순호 기자 진해=장일현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