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도하는 '국제 신(新)질서' 선전장
[조선일보] 2008년 04월 12일(토) 오전 00:45
중국이 11일 하이난(海南)도 보아오(博鰲)에서 개최한 보아오 포럼(Boao forum for Asia)에 '올인(all-in)'하고 있다. 12일의 개막연설을 앞두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10일부터 하이난도의 싼야(三亞)에서 보아오 포럼 참석차 중국에 온 11개국 정상들과의 연쇄 정상외교를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보아오 포럼을 출발점으로, 베이징 하계 올림픽(8월)과 아셈(ASEM·아시아 유럽정상회의·10월 말)을 잇달아 개최하면서 '개혁개방 30주년'인 올해를 '중화민족 부흥(復興)의 해'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물론 지난달 발생한 티베트 독립·자유 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이 빚어낸 손상된 이미지를 만회하겠다는 뜻도 담고 있다.
티베트 사태 발발 한 달 만에 열리는 이번 포럼은 11일 삼엄한 경비 속에서 환영 리셉션과 회원대회 등 첫날 행사를 치렀다. 무장경찰들이 포럼 장소인 보아오진(鎭)의 소피텔(Sofitel) 10㎞ 전방 진입로에서부터 외부인 접근을 막았다.
후 주석은 포럼에 참석한 통가 국왕 투포우(Tupou) 5세로부터 "티베트 사태에 대해 중국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받아냈다. 이번 포럼이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선전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중국 주도의 '미국 배제 신(新)질서' 구축
7년째인 올해 보아오 포럼은 라인펠트(Reinfelt) 스웨덴 총리 등 11개국 정상들과 다국적기업 CEO(최고경영자) 등 39개국에서 2000여명이 참가,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최근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스위스의 '다보스(Davos) 포럼'을 위협하는 글로벌 포럼으로 성장하고 있다.
성장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있다. 아세안(ASEAN) 회원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이 참여하는 '10+3 회의'에 이어 미국을 배제한 지역 간 협의체를 주도해,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다극(多極)체제로 전환하자는 게 중국의 의도다. 중국은 보아오 포럼을 발전시킨 '아시아판 유엔' 창설 구상도 갖고 있다.
◆중국 위상 과시 무대
올해 보아오 포럼 주제는 '그린(Green) 아시아: 변혁을 통해 윈윈(win-win)으로 가기'이다. 중국은 이번 포럼에서 글로벌 이슈인 기후변화(환경) 문제와 미국발(發) 금융위기 대책 등을 토론주제로 채택, 세계 4대 경제 강국으로 떠오른 자국의 위상을 과시하고 입장을 강조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룽융투(龍永圖) 보아오 포럼 사무총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포럼의 금융 콘퍼런스를 오는 6월 영국 런던에서 개최할 것"이라며 '유럽 진출'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이번 포럼의 키워드는 '녹색' '변혁' '윈윈' 3가지"라며 "지구 기후변화와 환경악화는 경제가 발달한 서구 선진국들에 최우선적으로 해결할 책임이 있고 중국은 중국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목해 온 선진국들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중국식 해법'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류밍캉(劉明康) 중국은행감독위원회 주석 등이 참가하는 12일 '금융개혁과 혁신' 토론에선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야기된 세계 금융위기 사태에서 중국이 '소방수'가 될 수 있는지 등이 이슈다.
보아오 포럼((Boao forum for Asia)
아시아권 협력위한 비영리 기구
2001년 한·중·일등 26개국 참가
아시아 역내 국가간 협력을 통한 경제발전을 목적으로 2001년 중국과 한국, 일본, 호주 등 26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해 창설된 비정부·비영리 포럼. 2002년 4월 하이난섬 보아오에서 1차 총회가 열렸다. 최태원 한국 SK그룹 회장 등 12명의 이사진에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스웨덴 인사가 참여하는 등 아시아 이외의 다른 지역으로도 범위를 계속 넓히고 있다.
포럼 측은 "우리는 아시아를 위한(for Asia) 포럼이지 '아시아 포럼'이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창설 초기 인구 1만5000명의 한적한 어촌이던 보아오진(鎭)은 매년 100여 차례의 국내·국제 회의가 열리는 '컨벤션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보아오진에는 매년 200만 명이 관광과 회의를 위해 몰려든다"며 "보아오진의 변화는 '판톈푸디(하늘과 땅이 뒤집혔다)'라고 할 만하다"고 전했다.
이명진 특파원=보아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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