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레드(中國紅)
[중앙일보] 2008년 02월 28일(목) 오전 05:15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더니, 태양이 솟아올랐다. 중국에 마오쩌둥이 나타났다.” 중국 산시(陝西)성 북부의 민요를 바탕으로 농부가 지었다는 혁명가 ‘동방홍(東方紅)’의 첫 구절이다.
중국 갓난아이의 배냇저고리, 결혼식 장식, 입춘에 기둥이나 벽에 써 붙이는 주련(柱聯) 등에 쓰이는 색의 공통점은 모두 ‘차이나 레드(中國紅·짙은 홍색)’다. 붉은색은 행운과 기쁨을 상징한다. 악귀를 쫓고 복을 부르는 의미가 있다. 인생의 3대 기쁨이라는 결혼·장원급제·출산을 기념하는 색이 모두 붉은 이유다.
중국인이 가장 좋아한다는 이 차이나 레드의 연원은 어딜까. 고대 태양신(太陽神)과 대지신(大地神)에 대한 숭배에서 기원한다. 동쪽에서 떠오른 태양이 정오엔 정남 방향의 상공에서 타오르며, 눈부신 빛깔을 온누리에 뿌린다. 그리하여 햇빛이 가장 뜨거운 시각의 상징으로 불 ‘화(火)’자를 포개어 쓴 ‘염(炎)’자가 있고, 그 색깔이 붉은색(紅)이라고 생각했다.
베이징에서 차이나 레드와 맞닥뜨리는 곳은 자금성이다. 문과 벽이 온통 붉다. 이 붉은색은 자금성 지붕 기와의 노란 색과 조화를 이룬다. 하늘의 붉은색과 중앙을 상징하는 ‘토(土)’의 노란색 모두를 황제가 독점한다는 의미다.
차이나 레드는 오행(五行) 관념에도 이어진다. 전국시대 제(齊)나라 추연(鄒衍)은 ‘오덕종시설(五德終始說)’에서 오행을 역사의 추이에 적용시켜 각 왕조가 토(土·황색), 목(木·청색), 금(金·백색), 화(火·적색), 수(水·흑색)의 순서로 변한다고 주장했다. 황색의 황제(黃帝) 통치 이후엔 청색의 우(禹)왕, 백색의 탕(湯)왕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문(文)왕 이래 적색의 주(周)를 이어서는 수(水) 기운을 가진 흑색의 통일왕조가 등장한다는 논리다.
주를 이어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은 의복과 기(旗)에 모두 검은색을 썼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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