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비행기 착륙때 높이지각 눈만으론 불충분

한부울 2008. 2. 28. 19:22
 

비행기 착륙때 높이지각 눈만으론 불충분

[한겨레신문] 2008년 02월 27일(수) 오후 08:11

 

 

[한겨레] 착륙 때 비행기 바퀴가 사뿐히 활주로에 내리려면, 조종사는 적당한 높이에서 조종간을 당겨 비행기 몸체와 활주로가 거의 수평을 이루게 해야 한다. 대형 항공기의 연착륙을 위해 능숙한 조종사는 이런 ‘당김’ 조작을 35~55피트 높이에서 시작한다. 당연히 조종간을 당기는 순간을 포착하려면 높은 조종석에서 비행기의 실제 고도를 정확히 지각해야 한다. 높이는 어떻게 지각할까?


대한항공 여객기를 운항하는 김용석 기장(40·연세대 심리학과 박사과정)은 학술지 <감성과학> 최신호에 낸 논문에서 “대형 항공기에서 당김 조작을 할 때 조종사는 주로 시각에 의존해 높이를 지각한다고 알려져왔으나,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실제 실험해보니 당김 조작 단계의 시각 정보는 매우 불완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조종사 38명과 15명한테 각각 ‘조종석 밖의 공항 사진’과 ‘착륙 과정을 녹화한 동영상’을 보여주고 높이를 추측하게 하는 실험을 했다. 그랬더니 비행기의 실제 높이와 조종사들이 추정한 높이엔 큰 차이가 나타났다. 특히 대형 비행기가 3도 기울기로 하강하다가 활주로와 거의 수평을 이루게 하는 당김 조작이 시작되는 35~55피트 높이에서 부정확한 지각이 두드러졌다. 동영상 실험에서 50피트 높이는 61.54피트로, 30피트는 38.57피트로 지각됐다.


김 기장은 “조종사들이 실제 비행에서 연착륙을 잘 해내고 있는데 그건 시각만이 아니라 전파고도계 음성정보나 다른 어떤 경험 덕분일 것”이라며 “비행기 사고의 70%가 ‘착각’ 같은 사람 실수에서 비롯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조종사 교육 때 시각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건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