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로켓발사사업
[동아일보] 2008년 02월 01일(금) 오전 02:42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511만8642m²의 터에 들어선 국내 최초의 우주발사장 나로우주센터. 12월 이곳에서는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실은 한국형 우주로켓 ‘KSLV-1’이 우주로 발사된다. 우리 땅에서, 우리 손으로 만든 최초의 우주 로켓이 발사되는 것. 내년 9월 KSLV-1 로켓은 한 번 더 발사될 예정이다. 그러나 2017년까지 나로우주센터에는 더는 발사 계획이 없다. 현재 상황에서는 3125억 원을△ 투입해 지은 나로우주센터가 꼬박 8년이나 ‘휴업’ 상태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액체로켓’ 기술확보 실패
자력발사 불투명해져
○ 한국형 로켓 발사 계획은 전면 수정 중
지난해 11월 정부는 야심 찬 우주기술 개발 계획을 내놨다. 2020년 달에 궤도 탐사선 1호를, 2025년 달 착륙선을 탑재한 탐사선 2호를 보내겠다는 것. 이를 위해 한국형 로켓과 달 탐사선 개발을 포함한 우주개발에 3조6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한국이 추진해 온 우주개발 계획을 전면 수정한 성격이 짙다.
당초 정부는 2005년까지 러시아와 공동으로 한국형 로켓 KSLV-1을 개발하고, 2010년 KSLV-2호, 2015년 KSLV-3호를 독자 개발해 발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액체로켓 기술의 확보가 어려워지자 순수 자력 발사 시점을 전면 재조정한 것.
인공위성을 우주로 실어 나르는 로켓은 2∼4단으로 구성되며, 이 중 맨 아래에 있는 1단 액체로켓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액체로켓 기술은 미국을 포함한 몇몇 나라가 독점하고 있다. 한국이 손을 잡은 나라는 러시아다. 로켓의 공동 개발을 통해 핵심 기술을 배우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러시아에 2000여억 원이나 주고 사 온 KSLV-1의 1단 로켓 개발 과정에서 한국 과학자들은 거의 배제됐다. 러시아 흐루니셰프사가 조립한 1단 액체로켓을 그대로 사용한다. 한국은 기술 개발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2단 고체로켓 등 나머지 부분을 맡았다.
○ 기술보호협정 때문에 발사 3년 연기돼
2002년 우주협력이 처음 추진될 때만 해도 경제 사정이 어려웠던 러시아는 한국과의 공동 개발에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서 태도를 바꿨다. 기술보호협정(TSA)이라는 새 협상 카드를 내세운 것. TSA는 액체로켓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이 지켜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핵심 기술을 확보하려는 한국과 기술 유출을 염려하는 러시아가 2년여에 걸쳐 마라톤 협상을 벌인 끝에 TSA는 지난해 6월에서야 러시아 의회의 비준 절차를 마쳤다.
그 사이 KSLV-1 발사 시점은 2005년에서 2007년, 다시 2008년으로 미뤄졌다. 사업이 장기화되면서 개발비도 당초 3594억 원에서 5025억 원으로 뛰었다. 자력 발사라는 말도 슬쩍 빠졌다. TSA에 따라 1단 액체로켓은 기술 이전 없이 그대로 사오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액체로켓 기술은 2002년 자체 개발해 발사한 KSR-III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독자 기술 확보를 위해 KSR-III보다 성능을 2배 향상시킨 30t급 엔진을 2006년 만들었지만, 위성을 쏴 올리기에는 개선할 점이 많다.
○ “국산화율 목표 달성” vs “핵심 기술 빠졌다”
KSLV-1 사업을 보는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통해 대형 로켓을 설계하고 조립하는 기술을 확보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며 “비록 액체로켓 기술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KSLV-1의 국산화율은 당초 목표대로 60%에 이른다”고 했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 거품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민간 전문가는 “로켓이 우주로 나가는 데 가장 핵심은 액체로켓 기술”이라며 “막대한 개발비를 고려할 때 이번 사업의 성과를 명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발 목표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의 액체로켓은 세계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지만 선진국의 견제로 개발이 쉽지 않다. 그래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하는 메탄 로켓이나, 고체와 액체 연료를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엔진 같은 신개념 로켓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미 공군도 차세대 로켓 엔진으로 메탄 로켓을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이들 로켓 기술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국가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기관으로서 검증되지도 않은 기술을 고려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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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로 본 로켓의 경제성
액체로켓, 추진력 강하나 발사 때 마다 주입
고체로켓, 작동 간단하나 속도 조절 불가능
로켓은 연료의 종류에 따라 구분된다.
액체로켓은 고체로켓보다 추진력이 강하고 발사 뒤에도 점화와 소화를 반복할 수 있다. 주로 등유나 액체 수소가 연료로 쓰인다. 또 가볍고 원하는 궤도에 위성을 정확히 진입시킬 수 있어 1단용 로켓으로 쓰인다. 그러나 발사할 때마다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군사용으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 한국은 2002년 과학기술로켓 KSR-III 발사에 성공해 액체로켓 기술을 일부 확보했다.
고체로켓은 일단 점화하면 속도 조절이 불가능하고 작동이 간단해 지상에서는 주로 군사용 미사일에 사용된다. 우주에서는 1단 로켓이 떨어져 나간 후 2단이나 3단용으로 사용된다. KSLV-1에도 2단용으로 고체로켓이 이용된다.
최근에는 메탄 로켓과 하이브리드 로켓이 주목받고 있다. 메탄 로켓은 값싸고 재활용이 가능하다. 액체 산소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하는데, 엔진 배관에 검댕이 생기지 않아 여러 번 반복해서 쓸 수 있다.
하이브리드 로켓은 고체와 액체 연료를 섞은 물질을 연료로 쓴다. 2004년 시험 비행에 성공한 민간우주선 스페이스십원이 이 로켓을 사용했다. 메탄 로켓과 하이브리드 로켓은 주로 우주여행용 민간우주선에 도입될 전망이지만, 일반 위성 발사에 사용해도 손색이 없다는 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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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 부족한 국산 위성
[동아일보] 2008년 01월 25일(금) 오전 03:00
《2008년은 굵직한 우주개발 사업들이 잇달아 결실을 보는 해다. 4월 8일에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 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한다. 9월에는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나로우주센터가 완공된다. 12월 21일(잠정)에는 국산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실은 KSLV-1로켓이 우주를 향해 발사된다. 지난해 말에는 3조6000억 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달에 탐사선을 보낸다는 ‘우주개발사업 세부실천 로드맵’도 발표됐다. 그러나 한국의 우주개발사업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만큼 제대로 실속을 차릴 수 있는지에 대해 적지 않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본보는 3회에 걸쳐 위성 개발과 로켓 발사, 달 탐사 분야를 통해 한국 우주개발사업의 현황과 잠재적 문제점을 조명한다.》
“아리랑 1호 위성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 2000억 원짜리 위성이 그냥 우주 미아가 되는 건가.”
지난해 말부터 교신이 두절된 아리랑 1호의 임무가 이달 말로 종료된다고 11일 발표된 뒤 학계 일각에서 터져 나오는 질문이다. 과학기술부는 23일 민간 전문가 5명을 중심으로 사고 원인을 찾기 위한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우주에서 발생한 사고로 조사위원회가 꾸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한국 위성은 왜 비싸나
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발사된 지 8년이 넘은 아리랑 1호가 ‘천수’를 누렸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정도라면 아리랑1호의 제작비 2242억 원이 우주에서 날아간 것은 크게 안타까워할 일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조사위원회가 꾸려진 배경을 살펴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아리랑 1호에 실수로 신호를 잘못 보낸 탓에 임무 종료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실수가 없었다면 ‘재활용’할 여지는 충분히 있었다.
아리랑 1호의 임무 종료를 간단히 넘길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천문학적인 제작비용 때문이다. 현재 운용 중인 아리랑 2호는 1호보다 400억 원가량 많은 2633억 원이 소요됐다. 만일 아리랑 2호의 작동이 실수로 멈췄다면 ‘조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사’가 시작됐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개발 중인 아리랑 3호와 3A호, 5호도 2480억∼2870억 원이 투자된다. 위성 하나를 개발할 때마다 매번 2000억∼3000억 원이 투자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비용은 과연 적정한 수준일까. 일부에선 한국의 경우 수명이 3년에 불과한 위성을 만드는 데 비용이 높게 책정된 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아리랑 2호와 동급인 미국의 해상도 1m급 이코노스 위성의 경우 제작비는 2000억 원 정도이지만 사용 기간은 7년으로 두 배 이상 길다. 이스라엘의 경우 아리랑 2호와 비슷한 해상도 1m급 관측위성을 절반 이하의 가격에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국산화 강박감에 높은 인건비까지
한국 위성 개발비는 왜 상대적으로 높은 걸까. 무엇보다 품질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기술개발 투자가 작용한 결과다. 고품질의 위성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매번 해상도를 더 높인 모델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먼저 국산화에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것이 위성 가격 상승의 주 요인으로 작용한다. 저렴한 외국 제품을 들여오기보다 하나에서 열까지 위성의 모든 부품을 국내에서 개발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물론 원천기술을 국산화해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하거나 수출을 통해 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내 한 민간 전문가는 “그간 위성개발 사업을 통해 국산화했다는 부품이 해외에 팔린 사례는 거의 없다”며 “해외 시장에서 팔릴 만한 경쟁력 있는 일부 부품 개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체 개발비 내에서 인건비 비중도 높은 편이다. 과기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항우연 연구원의 평균 연봉은 6800만 원 정도. 그러나 위성 개발에는 1인당 평균 1억 원가량이 지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성 개발에 보통 100∼150명이 참여하고 개발 기간도 5∼7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인건비 비중은 높을 수밖에 없다.
○ 부가가치 서비스 개발 관건
한편에서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이미 장악하고 있는 위성과 로켓 시장보다는 블루오션인 응용서비스 시장과 부품 산업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세계 우주 산업 시장 규모는 106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이 중 위성산업과 로켓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5∼20%에 불과하다. 80%는 위성을 이용한 통신 방송 서비스, 위성영상 산업과 부품 산업이 차지한다. 미국의 위성 방송인 다이렉트TV나 구글어스 같은 서비스는 좋은 사례다.
한 민간 우주전문가는 “위성 1대를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3000여억 원은 우리 형편상 결코 적지 않은 돈”이라며 “시장이 넓지 않은 위성과 발사체 산업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활용 서비스 부문을 노리는 ‘선택과 집중’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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