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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한인 이민 105년, 동포사회 현주소

한부울 2008. 1. 12. 14:31
 

미주한인 이민 105년, 동포사회 현주소

[연합뉴스] 2008년 01월 12일(토) 오전 08:01


한인 위상 높아져..향후 모델은 유대인사회(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1903년 1월13일은 한인이 하와이 호놀룰루 항에 첫발을 내디딘 날이다. 그 후로 105년이 지났다.


미국 연방의회는 3년 전 한인들이 미국사회에 공헌한 것을 인정해 소수민족으로는 처음으로 이날을 '미주한인의 날'로 제정.선포했다. 이어 캘리포니아와 버지니아, 워싱턴, 오리건 등 4개 주정부와 어바인시가 이날을 영구적인 기념일로 정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올해 기념일을 맞아 "최초의 한국 이민자들은 자유와 꿈을 실현할 기회를 찾아 미국에 왔다"며 "오늘날 한인들은 미국의 부강과 번영에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랑스러운 시민들"이라고 10일 축하성명을 발표했다.


연방의회와 자치단체의 결정, 부시 대통령의 축하성명만 보더라도 미국에서 한인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실감할 수 있다. 미국에서 1년여 간 생활했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순차적인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올해 총선부터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동포들을 향한 정책을 밝혔다.


워싱턴한인연합회 상임고문인 김영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은 12일 "지난해 한인들이 뭉쳐 이뤄낸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와 지난해 미주한인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제기한 재외동포의 참정권을 부여하라는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인 것 등은 미국사회나 한국에서 동포들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증명해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가 발표한 2007 재외동포현황에 따르면 재미동포 인구는 201만6천911명으로 중국 다음으로 많다. 또 미주한인회총연합회가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한인회는 모두 158개이며, 한인회연합회는 8개이다.


한인들의 경제 규모도 놀랄 만큼 성장했다. 한인들의 가구당 평균소득은 6만2천달러에 달했고, 13개에 이르는 한인 은행들의 총 자산규모도 100억달러가 넘을 정도다.


손성원 전 한미은행장은 "이민 1세들은 갖가지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며 한인사회의 기반을 다져왔고, 특히 2세 교육에 대한 투자는 한인사회 발전의 엄청난 동력 구실을 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한 한인사회의 경제 규모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지난 105년간의 성장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인사회는 일본과 중국 커뮤니티에 비해 아직 정치, 사회적으로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 동포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김동찬 사무총장은 "우리가 모델로 삼아야 할 커뮤니티는 유대인 커뮤니티"라며 "그들처럼 우리도 미국의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정치력 신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내의 유대인 인구는 650만명 정도로 한인보다 세배가 많지만 특히 정치력은 30배, 300배의 차이가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한인유권자센터를 비롯해 현재 정치력 신장을 위해 한미연합회(KAC)와 전국한인대학생연합회,시민연맹(LOKA) 등이 자생적으로 출범해 활동하고 있지만 조직력과 영향력은 유대인 사회의 대표적인 압력단체인 이스라엘 공공위원회(AIPAC)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라며 "한인사회 대변인이자 두뇌집단이 될 연구소나 싱크탱크를 설립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07년 말 기준으로 동포 1세는 전체 한인의 49.6%, 1.5세와 2세는 50.4%를 차지한다. 한인사회 주역이 바뀌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들이 미국사회에 진출해 성공하고, 한인사회를 대변하는 세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체성 확립이 시급하다. 갈수록 모국의 언어와 문화를 잃어가면서 겉모습만 미국인인 '바나나 민족'이 돼 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구홍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이를 막기 위해 한국 정부가 본국에 들어와 한글을 배우려는 자녀들에게는 의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재외동포 교육헌장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