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을 싫어하는 진짜 이유는?
[뉴시스] 2007년 12월 15일(토) 오후 05:52
[서울=뉴시스]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국제선구도보(國際先驅導報)가 최근 4개월간 1만2000명의 중국인을 대상으로 '중국의 이웃 국가 선호도'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국가'에 '한국'을 선택한 응답자가 40.1%로 나타나 일본의 30.2%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 설문은 주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이 설문 조사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중국측이 조사한 설문조사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중국이 웹사이트에 공개한 설문 문항은 모두 8개다.
이들은 각각 3개의 답변을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그 중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국가'를 묻는 문항에는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만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가장 좋아하는 국가'를 묻는 문항에는 파키스탄, 러시아, 일본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설문지를 만들고 통계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던 간에 이는 중국 언론에서도 반한류(反韓流)와 혐한류(嫌韓流) 감정이 노골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신화통신이 중국 국가 기관지라는 점에서 언론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는 중국에서 이와 같은 설문조사는 중국 정부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와 같은 중국 언론의 편향 보도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문제는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선정적인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는 중국의 일부 언론인들이다.
특히 얼마전 중국 네티즌들을 들끓게 한 '한국의 한자(漢字) 문화유산 신청說'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를 처음 보도한 것은 중국 광저우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신쾌보(新快報)다. 서울대 모 교수가 중국의 한자를 한국의 문화유산으로 신청하려 해 한중 문화전쟁이 촉발되고 있다는 내용인데 사실을 확인해 본 결과 이와 같은 움직임은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정말 뜨거웠다. "까오리빵즈(한국)는 샤오르번(일본) 놈 보다 못하다"라는 댓들을 비롯하여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다", "한국은 중국의 모든 문화를 자기 것인 줄 안다"등등, 비판이 쇄도했다.
한국이 중국을 비속어로 '짱깨'라고 부르듯 중국은 한국을 '까오리빵즈(高麗棒子: 고려 몽둥이놈)'이라고 부른다. 이는 우리 조상들이 부인이나 아이들을 몽둥이로 때린데서 비롯된 말로 무식하게 사람만 팰 줄 아는 민족이라는 뜻이다. 중국인들에게는 지금 한국의 발전이 아니꼬운 것이다.
또 얼마전 선양에서 한국인 피습 사건이 발생하자 한 네티즌이 자신의 블로그에 "중국인들이 드디어 한국인에게 뜨거운 맛을 톡톡히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글은 1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올리는 등 큰 화제가 됐다. 여기에 댓글을 올린 네티즌들 상당수는 한국에 대해 배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한국인들 제발 중국 좀 오지 말라', '중국인 무시하는 X 같은 사람들' 등등이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중국만 탓할 수도 없다.
한국도 중국에 대한 기사 중 상당수가 무책임한 선정적인 보도를 일삼아 왔고, 또 중국을 가 보지 않은 많은 네티즌들은 표면적인 보도에 의지해 중국을 욕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객관적인 의견이 아닌 인신공격이라는 점은 우리가 반성해야 할 문제다.
신문은 2007년은 '한중수교 15주년의 해'로 양국의 정치, 문화 교류가 빈번하고 협력도 늘어났지만 이와 같은 사실이 중국 인민의 마음 속에 크게 와 닿지는 않았음을 강조했다.
신문은 또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상 변화는 최근 2,3년 전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중국인들은 처음 한중수교 당시 한국에 대한 인상이 매우 좋았지만 역사 및 문화 문제가 충돌하면서 변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동북공정 등 역사적으로 민감한 사항이 중국의 네티즌들을 분노케 했다는 것이다. 또 중국인들은 한국의 시끌벅적한 술 문화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한다. 술에 취하면 소리를 지르고 횡포를 부리는 한국 사람들이 정말 싫다는 것이다. 또 미국인이나 서양인들을 대할 땐 매우 예의바르면서도 중국인들은 무시한다는 점도 싫어하는 이유로 꼽았다.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을 침략해 처참한 비극을 일으킨 일본은 이미 과거다.
중국은 동북아 평화를 지향하는 후쿠다 야스오 (福田康夫)가 일본의 총리로 당선된 이후부터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더욱 적극적이다. 예전처럼 역사 문제를 거들먹거리며 일본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반면 한국에 대한 감정은 과거 2,3년 전에 비해 나빠졌다.
많은 중국인들은 한국이 중국의 문화유산을 통째로 훔쳐가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서울의 모 대학 중어중문학 대학원에 다니는 홍모 씨는 "중국인들의 잘못된 민족주의가 한중관계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인의 뿌리 깊은 중화사상과 대국주의가 이와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4년동안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박 모씨는 "실제로 중국에서 생활을 하다 보면 이 여론 조사처럼 한국에 대해 악감정을 느끼는 중국인이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며 "물론 한국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의 추악한 모습만을 편파 보도하는 한국 언론들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거나 중국 매체에서 한국을 반한 감정으로 묘사한 데서 비롯된 것 같다"고 지적한다.
한국에서 7년간 거주한 한 중국인은 "한국 기사 중 상당수가 중국을 근거없이 비판하며 드라마에서도 중국을 매우 못 사는 국가로 그려놨다"며 많은 한국 친구들이 "중국은 정말 그러느냐"고 묻는데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고 실토했다.
이와 같은 반한류 현상은 사실, 한국에 더 책임이 많다는 것이 많은 중국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은 실리대로 움직이는 국가다"며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과거의 적과 동침을 할 수도 있고, 현재의 아군과 등을 돌릴 수도 있다"면서 이에 대해 한국도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설문이 사실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중국에서 반한류 감정이 전파되고 있다는 점과 이를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류난영기자 뉴시스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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