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레이더' 보며 육해공 입체작전 (C41체계완성)
[중앙일보] 2007년 11월 17일(토) 오전 05:50 [임장혁. 김성룡]
14일 오후 포항 앞바다에서 독도함의 데크를 박차고 나온 해병1사단의 상륙장갑차(KAAV)들이 너울을 헤치며 해안으로 진격하고 있다. [포항=김성룡 기자]
"함포 사격 개시!"
14일 낮 12시 경북 포항 독석리 앞바다. 대형수송함(LPH) 독도함(1만4000t) 함상의 지휘소에서 상륙기동부대 사령관 김동식(해사 34기) 준장의 '사격 개시' 명령이 떨어졌다.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독도함 주위에 있던 문무대왕함(4500t)의 구경 5인치 함포 등 전함 10여 척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잠시 후 북쪽 하늘에서 공군 F-16과 F-5 전투기가 해안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들었다. 해병대의 해안 상륙 전 적을 제압하기 위한 준비사격이 시작된 것이다.
모든 지시는 11~17일 독석리 해안에서 실시된 사단급 한. 미 연합상륙훈련의 지휘함을 맡은 독도함으로부터 나왔다. 올 7월 취역한 독도함은 처음 지휘함으로 투입됐다. 독도함은 해. 공군과 해병대를 한꺼번에 지휘할 수 있도록 최신 지휘통제자동화체계(C4I)를 갖추었다. 미 7함대의 지휘함인 블루리지(1만9600t)를 연상케 한다. 독도함은 개조하면 해리어기 같은 수직이착륙 전투기도 실을 수 있는 경(輕)항공모함급이다.
상륙군이 해안에 닿는 'H아워'(공격개시 예정시간)가 다가오자 상륙기동부대 사령관과 참모들은 독도함 내 지휘실의 대형 모니터에 뜬 실시간 정보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대형 모니터에는 독도함에 탑재된 3차원 레이더와 아군 함정의 레이더, 적진에 미리 침투한 수중폭파대(UDT) 대원들과 미군이 수집한 모든 정보가 올라온다. 김동식 사령관과 참모들은 모니터상에서 적군 표적들의 위치 변화와 아군 함정과 항공기들의 배치 상황을 파악했다. 전방을 살피기 위해 갑판 위에 오를 필요가 없다.
◆ 해군 지휘통제자동화체계(C4I)
C4I (Command, Control, Computer, Communication & Intelligence) : 각종 외부체계로부터 전장정보를 취합하여 정확한 상황 및 위협을 판단하고, 지휘관이 결정하고 판단하는 모든 절차 및 과거/현재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제공함으로써 동일한 전장상황 인식으로 일사 분란한 작전임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상황판단에서 의사결정 지원 및 임무지시/수행에 이르기까지 지휘통제 절차를 지원하는 체계
비슷한 시각 '독도함' 데크
상륙 D-day 이틀 전인 12일 오후 4시30분 미리 적진에 침투할 수중폭파대(UDT) 대원들이 독도함에 착륙한 UH-60 헬기에 오르고 있다. 이들 UDT 대원들은 공군과 함포가 공격할 표적을 상세히 파악해 독도함의 지휘부에 보고했다. [포항=김성룡 기자]
차량 갑판에서 숨죽이고 있던 해병 1사단의 상륙장갑차(KAAV) 28대가 그르렁거리는 거친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데크를 가득 채운 매캐한 매연은 KAAV의 장갑 안쪽으로 스며들어 해병대원들의 코를 찔렀다. 출동을 기다리는 대원들은 차분한 표정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KAAV 628호에 탄 차명철 하사는 "훈련은 실전처럼 해야 한다"며 "하지만 상륙 뒤 벌어질 일을 미리 떠올려 초조해하는 것보다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독도함의 대형 철문이 열리자 상륙장갑차는 굉음을 내며 바다로 뛰어들었다. 실전이라면 바다엔 적의 집중포화가 쏟아지고 있을 것이다. 독도함과 다른 상륙함 네 척에서 나온 KAAV 60여 대는 1500여 명의 해병을 싣고 1.5m 이상 되는 파도를 헤치며 4㎞가량 달렸다. 상륙군은 오후 두 시 정각 포항 독석리 해안에 상륙했다. 해안에는 해. 공군의 지원 사격으로 물기둥과 불기둥이 치솟고 있었다. 동시에 미 해병대 1500여 명은 강습상륙함 '에섹스(ESSEX.4만500t)'호를 떠나 인근 화진리 해안으로 돌격했다. 미군은 상륙장갑차 외에 고속 공기부양정(LCAC) 세 척을 동원했고 에섹스 함상에서 발진한 해리어기가 공중 지원사격을 했다. 한. 미 해병대는 상륙 네 시간 만에 두 해안의 직경 10㎞가 넘는 지역을 1차 장악했다. 전차와 포병 등이 추가 상륙할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한국군이 지휘한 연합 상륙훈련=한국군은 이번에 처음으로 사단급 이상의 대규모 한. 미 연합 상륙훈련을 주도했다. 해병대를 지휘하는 상륙군 사령관은 이치의(해사 32기. 소장) 해병대 부사령관이, 함대와 공군에 대한 지휘는 김 사령관이 맡았다. 올 4월 서해안에서 벌인 독수리연습(Foal Eagle)에서도 한국군은 미군을 지원하는 역할만 했다. 김 사령관은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두고 한국군이 연합 상륙훈련을 지휘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지휘통제장치를 완벽하게 갖춘 독도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포항=임장혁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 KAAV (Korea Amphibious Assault Vehicle)=우리 해병대가 보유한 상륙장갑차. 승무원 세 명 외에 완전 군장 차림의 병사 21명이 탈 수 있다. 해상에서 최대 시속 13.2㎞, 육상에서 최대 시속 72㎞의 속도를 낸다. 40㎜ 고속유탄발사기관총(K4)과 12.7㎜ 중기관총(K6)이 탑재돼 있다. 대당 가격은 28억85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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